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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4.11 22:19

수영장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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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은 즐거워!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동네의 수영장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이들 부활절 방학과 때를 맞추어 문을 열려고 그동안 공사현장에 투입된 인부들이 때로는 밤 늦게까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 한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각종 구기운동을 할 수 있는 커다란 홀도 마련되어 있고 최신식 운동기구들을 갖춘 피트니스 룸도 댄스 홀도 있다지만,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소는 바로 수영장이었다.  
수영장, 우리 역시 발걸음도 가볍게 새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을 제법 즐기려는 어른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너무 깊지않은, 가장 깊은 곳이 겨우 1.2미터정도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는 너무 깊지않아서 큰 두려움없이 물속에서 놀 수 있는 아주 적당한 깊이였다.  얕은 곳이 90센티미터 정도라서 수영에 초보인 아이들 역시 즐겁게 물과 친해질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갖춘 셈이었다.  그리고 아주 어린아이들을 위한 유아용 풀장도 따로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수영장과 비교하니 따뜻한 물이 넘실대는 스파와 물미끄럼틀이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수영장을 어떻게 흠잡을 수 있으랴?  이제는 깊은 물에도 겁없이 배영으로 25미터 다 할 수 있는데…  
사우나를 하던 날 젊은 아가씨 둘이서 나더러 사우나를 하면 뭐가 좋은지 물어왔다.  아니 그럼 사우나가 어떻게 좋은지도 모르고 사우나를 하느냐고 되물으니 그렇단다.  아이고, 이런 남들이 지게 지고 장에 가니까 자기네들은 똥지게 지고 장에 가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어 속으로 웃음이 나오려했지만 참았다.  그리고는 사우나를 하면 우리 피곤한 신체가 휴식을 취하게 되고 땀구멍을 통해 우리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게 되니까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또 우리나라에는 사우나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노라고 은근슬쩍 한국이라는 나라자랑까지 덧붙였다.  그제서야 이 아가씨들이 사우나가 좋다는 걸 알았는지 아주 뜨거워도 꾹 참는 열의까지 보이는 걸 보고 요즘 웰빙에 대한 사람들의 기호가 어떠한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가 있었다.  
다음날은 운동도 할 겸 수영을 하는데, 수영장에 정말 이상야릇한 풍경이 있었다.  남의 일에 왠만하면 참견하지 말자 주의인데, 이건 도대체 뜬 눈으로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뭐냐?  도대체…  수영바지는 분명 남자용으로 제법 긴 반바지를 입었는데, 위에는 사람들 눈에 확 잘 띄는 까만색 브라를 그것도 아주 가느다란 끈으로 마감을 한 브라를 한 십대 청소년이 하나 있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호르몬 변화로 인해 남자아이들도 가슴이 좀 커질 수도 있다는 걸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사실로 증명해주는 애가 있다니 이걸 좋다고 해야되나 어쩌나?  아무리 눈을 씻고봐도 분명 남자 청소년임에 틀림없었다.  얼굴은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 여자들이 하는 브라를 하고 거기다 자랑하듯 자꾸만 가슴팍을 쓸어올리고, 정말 웃기는 짜장면이 따로 없었다.
정말 웃기는 건 그 아이의 학교에서 같은 반 급우들임직한 여자아이들 셋이 수영장 출입구에 나타나서 그 아이의 까만 브라차림을 가리키며 다들 숨넘어갈 듯 웃어제꼈다.  수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웃기긴 하지만 그 아이의 묘한 옷차림새까지 제재를 가할 권한은 없는지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중에 옷을 갈아 입고 나가는 걸 보니 그때는 남성성을 제대로 갖춘 옷을 입어서 내가 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제는 저녁 느즈막히 여전히 훤해서 다시금 수영장에 갔다가 그전날 까만 브라 했던 아이랑 너무 비슷하게 생긴 청소년이 탈의실에 있어서, 나도 모르게 너무 궁금증이 생겨서 이렇게 묻고 말았다.
“이봐, 네가 어제 까만 브라 했던 그 애니?”
“네?”
하면서 눈이 뚱그래진 그 아이, 옆에서 뭐라고 물어보더냐고 묻는 작은 여자아이들에게 내 질문을 그얘가 말해주니까 킥킥 웃어대는 아이들…  나도 참 주책바가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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