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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꼬마신사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아이들의 부활절 방학동안 우리 동네의 여성회관에 아이를 맡겼는데 한 날 가보니 아는 아이가 수두룩했다. 여성회관을 이용하는 여성들, 즉 애들 엄마들이 품앗이로 돌아가며 자원봉사자가 되어 내 아이 뿐만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돌보아주는 형식이라 나도 이틀 자원봉사를 하였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니 평소에는 잘 몰랐던 사실들도 새삼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 가장 내 눈을 끄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1학년생인 숀(Sean)이었다. 그 나잇적의 우리 아이도 별났지만 숀은 내가 볼 적마다 교복바지가 깨끗한 날이 별로 없었다. 늘 진흙탕에 마구 뒹군 것처럼 더럽혀져 있었다. 쟤엄마는 날마다 저 아이 교복바지를 세탁기에 돌려야겠구나. 교복바지가 하루에 하나씩은 있어야 저걸 다 감당하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엄마는 무척 깔끔하고 멋을 제법 내는 여자분인데, 그 녀석이 어찌 그리 물불 안가리고 놀면서 옷을 더렵히는지 오히려 그 나이때의 우리 아이는 그에 비하면 아주 얌전하다고 해야할 정도였다. 옷을 더럽히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게다가 애가 초콜렛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굴을 보면 초콜렛인지 흙 묻은 더러운 손에서 묻은 땟자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범벅이 되어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몸집은 작은데 커다란 짱구머리에 군데군데 깨소금 점들에 얼굴은 하얗고 보통 아이들에게는 제비초리로 뒷꼭지에 있을법한 꽁지머리가 이마 한가운데 있어서 더 눈에 띄는 아이였다. 우리랑 관련하여 웃기는 것은 자기는 겨우 1학년이면서 우리 애만 보면 몇살이냐고 묻는 정말 못말리는 아이였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던 날, 이 아이가 ‘이탈리아’축구복을 입고 등장했다. 축구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며 나중에 축구선수가 될 거란다. 축구공까지 들고 와서 웬만한 프로축구선수의 축소된 선수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실내에서는 곤란하고 나중에 점심 먹고 난 후 밖에 나가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하니 몹시 아쉬운 표정으로 내려놓는 모습은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너무 귀여운 것이었다. 말썽꾸러기인 줄 알았는데, 어른 말도 잘 듣는 구석이 있네. 이래서 사람은 애나 어른을 막론하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되는 모양이다. 여성회관에서 근무하는 어떤 분이 잠시 쉬는 시간에 숀이 너무 귀엽다면서 그에 얽힌 얘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에게 각각 음료를 따라주는데 숀이 자기 음료를 받고서는 그분에게 했다는 말이 가히 압권이었다. “당신,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야! (You’re a lovely girl!)” “어머, 저애가 당신의 전성기를 만들어 주었네요.” 여섯살짜리 꼬마신사가 중년의 여성에게 해준 그 한마디 찬사에 감격하지않을 여자가 세상 어디 있을까? 교복바지를 진흙탕에 마구 더렵혀도 그 아이 마음속에 살아있는 작은 신사도를 사알짝 엿보게 된 것만으로 얼마나 흐뭇한지 모르겠다. 숀이 행복한 가정에서 구김살없이 잘 자라 멋진 신사로 성장해가길 빌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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