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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감사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요즘은 버스를 타면 고령화사회라는 게 절실히 느껴진다. 머리 허연 할아버지들이나 바짝 마른 몸에 얼굴과 손에 주름살이 가득한 할머니들이 버스에 많이 오르시기 때문이다. 나이드신 어른들께는 반드시 자리를 양보해야된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몸에 베어서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내가 앉은 좌석 가까이 오시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꼬장꼬장한 어르신들은 아직도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알리고 싶으신지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하시는 경우도 많다. 어느 한 날 그날도 여느때처럼 한눈에 봐도 제법 나이드신 그러나 허리가 구부러짐없이 몸은 곧으신 할머니께서 버스에 오르시길래, 여기 앉으세요, 하면서 바로 일어서려는데 자신은 몇 정거장 안가서 내리니까 나더러 그냥 앉아 있으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싫다는 분에게 억지로 권하는 것도 실례일 것같아 그냥 앉아서 가는데, 정말 몇 정거장 안가서 내 좌석 뒷쯤 서계시던 그분이 내리시면서 한 마디 남기고 가셨다. “다시 한번 고맙다!(Thanks again!)” 눈치가 젬병인 나는 처음에는 그 말씀이 나에게 하는 것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세상에 실지로 자리양보를 하지않고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게 되다니… 그러고보면 어쩌면 나이드신 어른들이 자리양보 그 자체보다는 아직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그 마음가짐을 더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기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다른 사람들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인정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꼬장꼬장한 할머니 얘기를 하다보니 금방 떠오르는 어떤 할머니 한분이 생각난다. 그분 이름도 모르지만 어느 날 우연히 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또 버스안에서도 나란히 옆자리에 앉게 된 적이 있었다. 버스에 항상 배치되어있는 ‘메트로(Metro)’신문을 이분은 자리에 앉으시자마자 욕심사납게-그 하시던 모습이 이 표현을 쓰지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아주 많이도 집어드셨다. 이 할머니가 이 연세에 집에 도배를 하시려나? 왠 신문을 이렇게 많이 가져가시나? 다른 사람들도 봐야 될 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신문들을 헤아리시더니 이번에는 또 갑자기 몇부의 신문을 신문이 놓여져있던 곳을 향해 홱 던지셨다. 그 팍 떨어지는 신문 소리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할머니께서 신문에 욕심부릴 때에는 아무 말도 없던 사람들이 다들 눈으로 눈으로 자신들의 의사전달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어른이라하지만 영 아니올시다,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아유, 할머니도 필요없는 신문은 좀 살살 놓으시지. “니들, 그러는 거 없기야!” 이 할머니께서 자기가 내려야 할 버스정거장에서 내리시면서 자신을 두고 눈흘김을 한 뒤에 남은 젊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남기신 것이었다. 아, 할머니께서 다 아셨구나! 저렇게 성질이 살아있는 걸 보니 저 할머니는 아직 건장하신 모양이야. 아까 내 옆자리에 앉아계실 때에는 주위의 눈흘김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 한번 돌리지 않으시던데 언제 다 알아채셨을까? 할머니가 내리시고 나서 버스가 출발하자 눈으로만 자신들의 의사전달을 하던 사람들이 이제야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그동안 꾹 참았던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저 할머니, 분명히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다른 거동이 불편한 연금수령자들에게 갖다줄 신문을 들고 간거야. 아무렴, 그렇고말고. 나는 아까 할머니 본인이계시는 앞에서 하기에는 할머니의 행동에 무안을 주는 것같아 조금 민망스러울 수도 있는, 그 할머니께서 홱 던져버린 신문들을 주워들어서 원래 신문이 들어있던 신문박스에 가지런히 담아놓았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내가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작은 친절이라면 친절이었다.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할머니의 괴팍한 행동이 점점 사그라지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나도 점점 나이들어가는데 젊은이들의 작은 친절에도 감사하며 일상에 괴팍하지않는 자애로운 할머니로 늙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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