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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신에세이
2010.08.18 03:27

잃을수록 행복한 일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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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없이는 얻는 게 없다 (No pain, no gain.)’는 격언이 있는데, 나는 역발상으로 ‘잃어야 잃는다 (No pain, no lose.)’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 ‘잃으면 잃을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빨리 효과를 보고자 한 주일에 두세번만 그것도 한번에 약 20분 정도씩만 투자하면 된다는 새로 나온 운동기구의 덕을 좀 보려고 호기심 반 관심 반으로 동네 스포츠센터에 등록하였다.  그런데 그 운동기구를 처음 써보는 아니 헬스클럽에 처음인 사람인 반드시 훈련된 조교의 견습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사실 기계를 사용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헬스클럽은 평생 처음인 내게 헬스장 자체만으로도 위압갑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찌 됐든 그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전에 기본적인 걷기 혹은 달리기며 계단 오르기, 또 여러가지 근육운동 등 내게는 모두 처음인 운동기구들을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내가 겁도 없이 하려던 그 운동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전기 진동을 이용한 운동요법이었다.  
그 선생님은 스포츠센터에 덕이 되려는지 아니면 고객인 나에게 덕이 되려는지 그 운동기구는 사용요금이 너무 비싸니까 헬스장에 와서 운동하는 것과 번갈아가며 이용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충고해주었다.  듣고 보니 백번 맞는 말이었다.  첫견습을 마치고 헬스클럽을 둘러보니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다들 열심히 하고 있었다.  뚱뚱한 사람들은 뚱뚱하니까 운동하고 날씬하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은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그런 보기좋은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잃는 게 없이는 얻어지는 아니 잃어지는 게 없을 터.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 간 날, 거기서 큰 맘 먹고 연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나이가 들어 안그래도 작았던 키에서 1센티미터가 줄어들어 평면적이 더 넓어졌을텐데 건강하게 나이들어가기 위해서라도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때임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에서 나 혼자서 처음 운동하던 날, 걷기 운동을 하는 벨트는 어찌 그리 겁이 나던지 조금만 잘못하면 발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두 손으로 손잡이에 땀이 나도록 꼭 쥐고 속도도 아주 느리게 걸었다.  자전거 페달밟기를 할 때에는 다른 조교 선생님이 나더러 속도를 좀 더 높이라며 지정속도까지 정해주었다.  하여튼 달팽이처럼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을 계속 하다보니 조금씩 기계가 덜 무섭고 옆에서 운동하는 사람의 기계위에 쓰여진 수치들도 흘끔흘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덩치가 큰 여자이면, 그래 그 육중한 몸을 줄이려면 부지런히 뛰어야지, 몸매가 날씬하고 예쁜 여자이면, 이 여자는 도대체 할 일없이 맨날 운동만 하나, 나름 속으로 질투 섞인 평가까지 하면서 내 운동을 계속 한다.  
그러던 어느 한 날은 나보다 더 늦게 운동을 시작한 내 바로 옆의 여자의 기계 위 칼로리 소비 수치를 보니 와, 나보다 훨씬 앞서는 게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나는 걷기 운동을 하는데 그 여자는 숫제 팡팡 뛰고 있었다.  하마터면 나도 열 받아서 달릴 뻔 했지만 참았다.  혼자서 운동하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남들이야 잘하든 말든 나는 나대로 내 수준대로 하면 되는 것.
헬스클럽에서 하는 운동중 조정(rowing)이 참 괜찮은 유산소운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유리창 너머로 튼실한 여자가 그 운동을 하는 걸 보았을 때 멋도 모르고, 저 여자는 저렇게 앉아서 저것도 운동이라고 하냐? 흉 봤었던 내가 요새는 그 운동을 즐겨하고 있다.  
학교 다닐 적 체육시간이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체육교육학과에 가서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나를 아는 내 친구들은 다들 기절할 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키가 작아 혹은 겁이 너무 많아 체육시간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신체운동의 중요함을 무섭지않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땀 흘려 운동하고나서 따뜻한 물에 샤워할 때마다 느끼는 그 상쾌함.  운동선수들이 어쩌면 그 맛에 운동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  이번 호가 마지막 회입니다.  그동안  최영신 엣세이를 읽으주신 유로저널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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