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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하는 독일에세이 5화

독일의 장인정신, BMW에서 찾다  - 뮌헨 마이스터 투어



자, 독일로 떠나는 첫 여행을 계획한다고 생각해보자.


지도책을 펼쳐두고 여행 도시를 물색해야 할 당신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 어떤 도시를 거점으로 두고 여행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일지 모른다. 광활한 영토에 16개나 되는 자치주(自治州)는 넓게 퍼져있고, 오래전부터 지방 분권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지방색을 품고 있는 영방 국가들을 마주하는 것은 여행자에게 그리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어느 곳인가에서 독일 여행을 시작한다면 그 지방색에 강하게 매혹되어 각 도시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그것이 그들의 삶과 문화에 고스란히 새겨진 곳, 그 도시 중에 뮌헨이 있다.
빛바랜 통가죽 반바지를 입고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오전 11시만 넘어도 1리터의 맥주잔을 거리낌 없이 들고 시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 아마 여행자들이 마주하게 될 뮌헨의 첫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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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경주용 자동차로 특별 제작된 BMW 328 Kamm Racing Saloon (캄 레이싱 살롱).



길거리뿐 아니라 BMW 박물관에 있는 자동차들 모두 M이란 번호판이 달려 있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돌려 거리를 내다보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M이란 번호판이 달린 수많은 BMW 자동차이다.(여기서 M은 뮌헨 München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독일의 고급 승용차란 사실에 주목하여 흥미를 느끼겠지만 정작 뮌헨 사람들에게 BMW는 단순히 좋은 자동차라는 사실을 넘어 자부심 그 자체이다.



30- 사진2.jpg

 
BMW 박물관 전경

뮌헨에서 처음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시작했던 BMW는 심각한 경영위기로 오스트리아 태생의 프란츠 요제프 포프(Franz Josef Popp)에게 1916년 경영권이 넘어갔고, 다음 해에 바이에른 모터 공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란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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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엔진 BMW Ⅳ.
1919년 6월 7일 BMW Ⅳ을 장착한 비행기가 9,760m를 올라가면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그들이 생산했던 제품은 항공기 엔진 ‘BMW Ⅳ’이었고 뛰어난 연비와 안전성으로 1차 세계대전 동안 주력 전투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더 이상 군용 항공기 엔진을 생산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923년 모터사이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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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1931년까지 생산되었던 BMW의 첫 번째 자동차 Dixi(딕시)



그 후 멈추지 않고 1928년 자동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인수하게 되지만 BMW는 당시 차를 생산해 본 적도 차를 팔아본 적도 없는 기업이었다. 결국 다음 해 세계 대공황이 터지게 되면서 그들은 큰 위기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이에 이어진 그들의 선택은 영국의 자동차 회사 오스틴의 Austin Seven(오스틴 7)의 라이센스를 받아 Dixi(딕시)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Dixi(딕시)의 출현은 부유층을 위한 고급 자동차 시장에 국한되어 있던 국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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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07.
아름다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8기통 엔진이 달린 스포츠카로 시속 220킬로미터의 속력을 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다시 주요 군비 생산 업체로 역할을 했던 BMW는 패전 후 3년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주춤하기도 했다. 이때 고급 승용차를 만들기로 하며 1956년 내놓은 모델이 ‘BMW 507’이다.
당시 BMW 507은 다임러-벤츠사의 스포츠카에 대항하여 야심차게 내놓은 자동차로서, 이제
까지 알려진 차 중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 중 하나로 알랭 드롱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구입하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직후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고급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것이 당연했다. BMW 507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 않아 200 여대만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BMW는 재정난으로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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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setta(이세타).
1962년까지 16만대가 생산되며 당시 BMW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위기로 BMW는 라이벌이었던 다임러-벤츠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될 뻔도 했지만, 다시 재정비하여 Isetta(이세타)를 내놓으며 소형차 사업에 뛰어든다. 이세타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회사 이소에게 제조권을 구입하여, BMW 모터사이클 엔진을 부착하여 자체 생산한 자동차로 디즈니 만화 카(Car)에서 타이어를 갈아주던 조수, 귀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문이 옆이 아닌 앞에 달린 독특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세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위기에 빠진 BMW는 다시 한 번 일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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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 시리즈.
1975년부터 BMW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모델이다.



계속된 재정난을 극복하고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BMW는 고급 스포츠 세단을 생산해내는 업체로 브랜드를 점차 각인시켰고, 점차 높아지는 인기에 세계 곳곳에 사업을 확장해가며 세계인의 인정을 받는 지금의 BMW를 만들었다.

그들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계속된 위기에도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라 볼 수 있다. 재정악화로 인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함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술 개발을 이어나갔던 그들의 모습은 독일을 상징하는 마이스터(Meister, 장인)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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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Active Hybrid 7.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에도 여전히 그들의 전통인 키드니 그릴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BMW 공식 홈페이지 www.bmw.de)
 

특히 BMW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키드니 그릴(Kidney Grill, 자동차 앞쪽 공기 흡입구 전체를 말하며, 2개의 신장(腎臟)과 닮았다고 하여 키드니라는 이름이 붙었다)은 그들의 마이스터 정신이 확고하게 표현된 예로 들 수 있다. 1933년부터 적용된 키드니 그릴은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통을 이어오며 그들의 일관된 디자인을 상징한다. 물론 자동차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변형되기는 했으나, 전통을 지키며 혁신을 꿈꾸는 진정한 ‘장인’이 되려 하는 BMW의 소신을 엿볼 수가 있다.

이 기업이 백 년의 역사를 지나오며 부딪쳤던 위기의 순간에서 이러한 마이스터 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뮌헨 시민들의 BMW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M자 번호판이 달린 BMW 자동차는 단순히 연고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존심이자 상징이며 그들의 자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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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주 정부 로고와 BMW 로고
(출처: 뮌헨 관광청 홈페이지, BMW 공식 페이스북)

이에 파란색과 흰색이 교차한 엠블럼은 초기 항공기 엔진을 생산했던 그들의 역사를 나타내기 위해 프로펠러를 상징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은 바이에른 주 정부의 깃발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흰색과 파란색의 마름모꼴이 교차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어 4등분 된 원의 모양으로 엠블럼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이에른에서 출발하여 바이에른에 기반을 둔 회사가 이제는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을 상징하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자, 더 깊숙이 뮌헨에 들어가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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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 200주년을 기념하여 대표 맥주 6개를 소개하는 광고
(쪽부터 Augustiner, Hacker Pschorr, Hofbräu, Löwenbräu, Paulaner, Spaten)
(출처: www.munichbeergardens.com)



M자 번호판이 달린 BMW 자동차 이외에도 도처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마이스터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328년에 시작되어 뮌헨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인 아우구스티너(Augustiner)를 비롯하여 대부분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뮌헨의 대표 맥주 6가지는 마이스터 정신이 그저 산업이나 기술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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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uenkirche(프라우엔 교회).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높은 첨탑을 올라가면 뮌헨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또한 뮌헨 시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물 중 하나인 교회에도 그들의 마이스터 정신은 깃들어 있다. 뮌헨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첨탑이 있는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 북유럽에 최초로 세워진 대규모 예수회 성당인 미하엘 교회(Michalskirche) 등 웅장한 교회 내부에 들어서면 건축 장인들의 손길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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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mkirche(아잠교회) 내부 모습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교회는 아마 아잠교회(Asamkirche)일 것이다. 건축 장인이었던 아잠 형제가 개인적인 신앙을 위해 지은 이 교회는 좁은 건물을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 공간을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겉으로 볼 때는 그저 작은 예배당일 것으로 생각했던 방문객들이 아잠교회 내부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화려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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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의 한 장면
(출처: www.oktoberfest.net)


뮌헨의 365일은 축제의 나날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로 상징되는 뮌헨이기에 당연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흥겨움 속 깊숙이 그들의 전통과 정신이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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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영국 정원 안에 있는 중국식 타워(The Chinese Tower).
넓게 펼쳐진 자리에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와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



독일 자전거나라에서 7월부터 시작하는 뮌헨 마이스터 투어는 바로 전통 속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킨 ‘마이스터 정신’에 초점을 맞춘다. 뮌헨 시민들의 생활상이 담긴 재래시장부터 기술의 집약체인 BMW 박물관까지 둘러보며 역사와 문화, 기술을 관통하는 뮌헨 투어는 마이스터의 나라라고 불리는 독일 그 자체를 경험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멀리 알프스에 노을이 비출 때쯤 영국 정원에 둘러앉아 600년 역사의 맥주 한 잔과 화이트 소시지의 부드러움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뮌헨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 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이예진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관련여행 : 유로자전거나라 독일지점
(http://romabike.eurobike.kr/sub_2013.php?T_C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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