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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하는 그리스 에세이 3화

신화 위에 세워진 메테오라




메테오라로 향하는 길에는 로마 역사의 중요한 획을 긋는 시저와 폼페이우스의 싸움이 있었던 테살리아의 파르살라(파르살루스 전투)를 멀리 두고 9월에 피는 눈꽃 평원을 지나게 된다.


한적한 시골마을들을 통과하다 보면 갑자기 제우스가 옆모습을 보여주며 누워 잠든 바위산이 나타나 잠자는 제우스를 깨울까 두려워 속도를 줄이게 된다.


저 멀리 왼편에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배신당한 현장을 잡겠다고 청동으로 가늘게 늘려 짠 그물을 아프로디테의 침대에 설치했던 산이 있으니 제우스가 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아프로디테가 보란 듯이 벌린 일은 잠든 사자의 코털을 만진 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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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라



제우스의 별명이 바람둥이가 된 것은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제우스가 오명을 가지고 있지만 아프로디테가 행한 일에 화를 내는지, 아들을 측은하게 여겨 지어준 짝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는지, 아니면 다른 일에 화를 내는지, 제우스가 분풀이로 수없이 많은 불벼락을 내리꽂아 메테오라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아주 옛날 노아가 살던 때였을까? 물에 잠겨 있다가 지형의 변화로 융기되면서 솟아올라 만들어진 것으로 그 특이한 모습에 방문객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메테오라까지 도착하는 여정이 멀어 쉽지 않지만 도착해서 보게 되는 풍경은 힘들었던 여정을 보상하듯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텅 빈 바위 위에 올라가고 싶은 듯 한 충동과 바위 꼭대기에 앉아 있는 수도원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그 곳에서 생활했던 수도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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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을 타는 사람들 (정상과 하단 부분의 빨간 점)



그리스는 국민의 약 97%가 정교회의 신자인 기독교 국가인데, 기독교는 크게 정교회, 가톨릭, 개혁교회로 구분되어 있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되었지만 유대인은 아직도 메시야(구원자)를 기다리고 있고,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 그리고 구원자로 아는 기독교가 전파된 유럽으로 오기까지의 나라들은 거의 이슬람화 되어있다.


약 2000년 전에 사도 바울이 그리스에 기독교를 전파하고 현재까지 유지되어 기독교의 종주국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2050년 6월 29일(사도 바울 기념일)에는 그리스에 대대적인 행사가 있을 것 같다.


유럽 문화의 주제는 신화와 기독교로 볼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그리스가 시발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의 그리스는 인본주의 바탕에 만들어진 변화무쌍한 신화와 신본주의의 영원불변의 진리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 같아 부조화의 조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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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오스 니콜라오스와 메갈로 메테오라



플라톤의 이원론을 이어 받은 후손이라서 그런가?


자욱한 아지랑이 안개에 감싸여 큰 바위 하나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수도원만이 구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은 마치 수백 년의 세월을 머금고 있는 천상의 수도원인 것처럼 신비한 자태를 살짝 드러내 놓는다.


'메테오라'가 유성, 운석의 의미를 갖고 '공중에 매달린'이란 뜻이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천상의 수도원을 볼 수 있다면 맑은 날씨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좋은 날씨를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천상의 수도원은 그림으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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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수도원



10세기경부터 수사들이 은둔하기 위해 메테오라에 들어와서 수도원 조직을 가지고 수도생활을 시작한 것은 14세기경으로, 전성기인 16세기에는 13개의 공동 수도원과 20여 개의 작은 거주처가 있었지만 현재는 6개의 수도원이 대표적으로 남아있다.


어떻게 올라갔으며 운신하기 힘든 곳에 왜 자리를 잡았을까?

메갈로 메테오로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험한 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팻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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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위의 것만을 생각하겠다고 했던 수도사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들의 모습은 깊은 묵상으로 이마가 넓어지고, 세상이 풍기는 냄새를 멀리하고 영성의 향기만을 맡아 코가 좁고 길쭉하며, 삶에 필요한 것만 먹는 것으로 절제의 삶을 살아서 입도 작으며 그나마 수염으로 가리고 있다. 무엇을 보았는지 놀란 눈같이 크고 또 저들의 귀는 왜 그렇게 큰지?


들리는 소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귀를 크게 열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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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수도사



절제의 삶을 살아서인가 어둡게 느껴지는 수도원의 예배당에 들어서면 한줄기 생명과 같은 빛이 들어와 올려다보니 하늘의 영역인양 교회의 돔을 빛이 떠받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돔 안에 자리 잡으신 분은 '삶이 힘들지~'라고 위로하며 사랑의 눈길로 내려다보시는 것 같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고 질문하시고 있는 것 같아 그 분의 시선이 이어지는 돔의 정중앙에 서기가 머뭇거려진다.


비록 오래된 교회지만 4개의 기둥이 있으니 무너지지 않는다고 4개의 기둥과 돔이 연결되는 곳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의아해 하며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니 더 이상은 앞으로 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문이 있고 문의 좌측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있고, 우측에는 책을 손에 든 분이 있다.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비잔틴 양식으로 교회를 세우는데 교회 안에 공통적으로 표현되는 세 가지가 있다.


돔은 하늘의 영역이며 교회를 지탱하는 것은 4복음서, 그리고 구세주로 오셨던 분과 심판주로 오실 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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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영역인 돔에 표현된 예수



언젠가 여행객이 메테오라에 와서 수도원에 들어가기를 거절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지인에게 들은 말이라며 메테오라는 밖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면서요? 라고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안내자의 입장에서는 안팎이 모두 중요한데 수도원 내부의 아름다운 내용들을 알리는 것이 기독교에 치중된 사실이기에 쉽지 않지만, 여행객들의 마음과 시선을 넓히기 위해 숙제로 남겨지는 듯 한 얘기다.


수도원의 예배당에는 이콘이라 하는 프레스코화가 벽면 전체에 그려져 있다.


성화에 대한 논쟁은 8세기~9세기에 신학적, 정치적으로 격렬하게 논의되었으며, 성화를 통해 이어지는 그리스도에게 보내는 경배이며, 성화에 그려진 이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교회 건축에 허용된다.


성화를 예술로 이끌다보면 정말로 우상이 될 수 있기에 정교회에서는 이콘이 예술로 승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정교회에서는 이콘을 새로운 언어라고 하는데, 성경에 있는 글을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복음의 언어, 귀로 듣는 모든 예배적 내용을 그대로 보기에 예배의 언어, 찬양의 언어, 교리의 언어라고 한다.


그려진 교부들을 보며 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어서 교육의 언어 또한 성전 건축의 언어이기도 하다.


성경을 아는 분들이 이콘을 보면 어떤 내용을 표현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모르는 분들이라면 안내자를 통하여 이콘에 그려진 것의 특징에서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니 밖의 풍경도 좋지만 교회 안의 모습이나 수도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교회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을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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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에프라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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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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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주



바위에 이름을 붙여 놓으면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구분을 할 수 있을텐데 메테오라에 있는 바위에는 이름이 없다. 단순하게 바위라고만 한다.


'바위에 하나 하나 이름을 지어보세요~.'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분이 은근히 물어온다. 상상력도 없는 제가요? 하고 넘어갔지만, 각각의 바위는 재미있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


촛대 바위, 니모라는 붕어가 연상되는 바위, 가늘게 뜬 눈의 얼굴, 웃는 모습, 그리고 화가 나서 입이 댓 발 나온 모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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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 바위



수도원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땀을 약간 내며 오르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루사노 수녀원은 오솔길을 내려가며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작은 수도원이지만 깎아지르듯 솟아오른 바위에 세워져 주위의 자연 경관과 더불어 많은 조명을 받고 있는데 '루사노'는 설립자의 이름 혹은 로사나 마을로부터 온 수도사에 의해서 설립되었다고 하여 붙여졌다.


1288년 또는 1545년 즈음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렇듯 정확한 시기나 유래가 추측되는 이유는 처음 설립자들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수도생활을 시작하였고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에 지금에 와서는 추측으로만 얘기할 뿐이다.


1976년 제임스 코번 주연의 '7인의 독수리'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기도 하고, 동쪽에 있는 성 삼위 수도원은 제임스 본드 007의 영화 배경으로 나오기도 하여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좋은 풍경과 수도원을 엿볼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수도사들의 생활에 방해꾼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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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노 수녀원과 주변 경관



수도사들의 내면세계를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대로 된 수도사라면 아마도 그들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할 거다. 본 바탕은 바꿀 수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나타나는 모습은 그 자신의 책임이란 얘기가 있다.


얼굴이란 단어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얼의 꼴'에서 나온 것으로 '얼'은 영, 정신, 내면을, '꼴'은 형상을 의미해서 영의 형상을 얼굴이라 하니 오직 창조주로 믿는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을 생각하며 수도 정진하는 이들의 얼굴은 아름다울 거다.


마치 바위 위에 오롯이 세워져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주는 수도원 밖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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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삼위 수도원



메테오라를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면 다시 제우스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객이 왔다 가든 관심이 없다는 건지, 자리에 항상 있으니 언제든지 오라는 건지, 메테오라에 있는 제우스는 오늘도 누워만 있다.


누워있는 제우스를 뒤로하고 달리는 테살리아 평원으로 목화밭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면으로 된 옷을 입으면서 목화의 수요는 부족하여 많은 목초지가 목화밭으로 개간되고 많은 양을 수확하기 위한 부작용으로 농약이 남발되고 있다. 전 세계 경작지의 2.5%가 목화밭인데 비해 목화밭에 뿌려지는 살충제는 전 세계의 22%를 차지한다고 하여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농작물이란 오명이 있다. 목화 자체는 순백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사람의 욕심이 오명을 씌운 거다.


우리나라에는 약 600년 전에 문익점에 의해 목화가 퍼졌는데 그리스에는 약 2500년 전에 재배되었고,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양털보다 더 아름다운 털을 맺는 꽃이라고 했다.


목화밭을 지나면서 많은 가수들이 불렀던 'Cotton Fields'를 들으며 흥을 돋우면 어느덧 레오니다스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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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살리아 평원의 목화밭



'300명과 수십만의 전쟁이라니? 영화에서나 가능하죠!'


실제로 비슷하게 있었어요. 말도 안 된다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BC490년 마라톤 전투에서 물러난 페르시아가 다시 준비하여 BC480년에 테르모필레에서 그리스 연합군과 싸우게 되는데,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그리스 연합군은 약 6,000명이 집결하여 테르모필레의 좁은 길에서 페르시아를 막아 버티고 있었으나 페르시아 군이 산길로 넘어가는 것을 알고 진열을 해체한 후에 스파르타인 300명을 중심으로 약 1,200명이 마지막까지 페르시아를 막다가 모두 전사하게 된다. 


이 전투를 소재로 2007년에 영화 '300'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구약 성경의 에스더서에 나오는 아하수에로 왕을 크세르크세스로 보는데 영화 전개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페르시아 왕의 외모를 너무 얄궂게 표현한 감이 있다.


스파르타인들은 7세부터 신체단련과 싸움 기술을 익혀 그리스에서는 최강의 육군임을 자랑하는데 페르시아 왕이 적은 인원으로 싸움이 되겠냐며 항복을 권유했을 때에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죽기로 작정하고 '와서 가져가라'란 대답을 한다. 


즉 내 자유를 원한다면 싸워서 가져가란 것이다.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어야 스파르타가 보존될 것이란 신탁을 받고 레오니다스는 이미 결심한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자유 사랑은 그리스 국기에도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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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



테르모필레의 '테르모'는 뜨거운 열을 의미하고 '필레'는 문을 의미하여 '뜨거운 열이 있는 문'으로 전투의 기념비 근처에는 온천이 있다.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숙박 시설이 있었으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을 싫어해서인지 숙박 시설은 폐쇄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노천 온천탕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온천욕을 한다.


그리스인들은 온천을 치료에만 사용하는 것 같고 오가는 외국 나그네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


온천은 약 40도의 유황해수 온천인데 일반적으로 온천의 수명은 1500~2000년이지만 이 곳은 바다가 가까워 바닷물이 유입되는지 지금도 많은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수명을 훨씬 넘어 끝날 때가 가까우니 끝나기 전에 몸을 담그는 경험을 하며 지친 몸을 풀어주면 좋은 곳이다.


기록에 의하면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이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온천의 효능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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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모필레 온천



글,사진 : 유로자전거나라 배상환 그리스 지점장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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