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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11.11 22:44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87)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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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86) - 바람의 기억


6. 낮달의 시간 


긴장 탓일까,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마신 주량을 생각하면 얼마간 숙취에 시달려야 마땅한데 머리만 좀 무거울 뿐 메스꺼움도 울렁거림도 없었다. 영미는 포트로 물을 끓여 꿀물을 만든 다음 잔을 들고 창가로 갔다. 잔을 후후 불어 맛을 보고는 한 모금 넘겼다. 창을 열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새벽부터 내린 듯 지붕과 담장은 물론 골목 어귀의 화단까지 하얗게 빛났다. 

으앙 이모네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으므로 씻는 시간을 제하고도 아직 두 시간 남짓 여유가 있었다. 영미는 창문을 닫고 침대로 가 누웠다. 좀 더 눈을 붙일 요량으로 이불을 턱밑까지 당겼다. 하의 속에 손을 넣어 배를 가만히 쓸어보았다. 차가웠다. 지금 자궁 속은 어떤 상태일까. 아까보다 정신이 더 말똥말똥해졌다. 눈을 질끈 감고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니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야가 곧 푸르스름하게 열렸다. 동시에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하나 둘 사진처럼 펼쳐졌다. 전동시트가 보였다. 짙은 밤색의 그 시트는 영미가 단발머리 시절 산부인과에서 보았던 것이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을 잔뜩 찌푸린 간호사가 보였다. 이어 허공에 떠있는 가냘픈 두 개의 다리도 눈에 들어왔다. 사진들은 곧 생생한 동영상으로 바뀌었다. 마스크를 쓴 의사가 들어왔고, 그가 비닐장갑을 낀 다음 허공에 뜬 다리 사이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마취제 들어갑니다. 간호사가 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잠깐의 적막. 동영상은 거기서 끊겼다. 

16살, 그때는 아기를 지운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그저 잠깐의 육체적인 고통과 아버지의 눈물이 마음을 아프게 했을 뿐.  

영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벨이 울렸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구지? 몸을 일으켰다. 벨이 다시 울리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영미가 종종걸음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어머, 얘 좀 봐. 무슨 일이야?"

머리의 눈송이를 털어주며 영미가 물었다. 

"집에 들러서 오면 늦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

정아가 손을 호호 불며 대꾸했다.   

"그럼 호텔에서 오는 거야?"정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미는 욕실에서 새 수건을 가져와 정아에게 건넸다.  

"미친개 호강했겠네. 얘기는 잘 되었어? 비밀 지켜주겠대?"

"호강은 무슨, 일단 큰불만 껐어."

정아가 수건으로 어깨를 털어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기껏 잡아먹고 딴소리를 한 거야?"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확답을 않더라고."

"그건 앞으로도 계속 우려먹겠다는 수작이잖아. 진짜 거지발싸개 같은 놈이네."

두고 보면 알겠지, 정아가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말했다. 영미가 꿀물을 타와 정아에게 먹였다. 둘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정아가 몸을 돌려 영미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좋을 리가 있겠니? 이건 순전히 비즈니스의 연장이다, 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는 있는데 별 효과가 없어. 기분이 계속 꿀꿀해. 그러니까 네가 위로를 좀 해 줘. 간밤 스토리를 들으면 나아질 것 같은데."

"무슨 얘기?"  

"미친개의 잠자리 매너에 대해서 말이야."

"아이, 몰라. 사내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랄까 그냥 징그러운 이무기와 시궁창에서 대판 싸우다 온 느낌이야."

"그렇게 격렬했어?"

"지랄,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정아가 팔을 뻗어 영미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으앙 이모의 집은 막다른 골목의 끝에 있었다. 영미와 정아는 팔짱을 끼고서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걸어 올랐다. 눈은 잦아들었지만 바람은 오히려 더 거세져서 걷기가 어려웠다.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잠금장치가 절로 딸깍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작달막한 체구의 여자가 현관문을 반쯤열고 이편을 바라보았다. 영미가 안녕하세요, 이모! 하고 인사를 했다. 정아도 허리를 굽혔다. 

다찌들 사이에서 으앙 이모로 불리는 이 여자는 원래 간호사였다. 병원을 그만 두고는 조산원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로 의료시술을 하다가 사고를 내 교도소를 다녀왔다. 그 전과 때문에 취업길이 막히자 아예 불법시술을 직업으로 삼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거실로 들어서니 골목길을 감시하고 있는 모니터가 두 개나 있었다. 단속반에 대비한 조치일거라 짐작되었다. 여자는 모니터로 밖을 살핀 후 문단속을 했다. 둘은 여자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에 널따란 공간이 나왔다. 미리 난방을 해놓은 듯 거실보다 훨씬 포근했다. 여자가 구석에 있는 접이식 커튼을 걷자 전동시트가 보였다. 

"와, 이모네 것은 핑크네!"

영미가 시트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우리 집 처음 왔나? 근데 왜 낯이 익지?"

여자가 물방울무늬의 통치마를 영미에게 건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이, 전에 제 눈썹을 해주셨잖아요, 사우나에서."

여자가 손뼉을 쳤다. 영미는 치마를 걸치고 하의를 모두 벗은 다음 시트에 올라가 누웠다. 

"좀 기다려, 바깥 좀 살피고 올게. 요즘 단속이 심해서 말이야."

여자가 중얼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다리를 벌려 고정대에 올리고 보기 민망한 자세로 누워있는 영미를 정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죽상이야?"

걱정이 되어서.”

걱정 마. 저 이모 솜씨 하나는 끝내주니까. 지금껏 우리 우림각 아가씨들 소파수술을 도맡아했는데, 다들 엄지척이야. 마취를 않고 하는 데도 다들 여기를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지. 옛날 병원에 근무할 때도 의사가 바쁠 때는 저 이모가 대신 수술을 했었대."

"에이, 설마."

"이런 범생이! 세상에는 우리 정아가 이해 못할 일이 아주 널려 있단다. 아참, 의사 말이 나왔으니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영미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망각한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느 날 치과의사가 친구를 만나러 산부인과를 갔대. 이 치과의사는, 자기는 허구한 날 냄새 나는 입만 들여다보며 치료를 하는데 너는 날마다 여자의 은밀한 거기를 뒤적거리며 돈을 벌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부러워 한 거야. 그러면서  조르고 또 졸랐지. 딱 한 번만 산부인과 의사 노릇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산부인과의사는 난감했지만 친구의 간절한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승낙을 했어. 신이 난 치과의사는 친구의 가운과 마스크를 쓰고 진료실로 들어갔지. 마침 예쁜 아가씨가 전동시트 위에서 다리를 민망하게 벌리고 누워있는 거야. 치과의사는 침착하게 아가씨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디밀었지. 근데 막상 거기를 보는 순간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어. 식은땀을 흘리며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거길 응시하고 있었지. 곁에서 지켜보던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어. 선생님, 지금 뭐 하세요? 간호사의 재촉에 치과의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떴어. 심호흡을 한 다음 코가 닿을 만큼 앞으로 다가갔어. 그러고는 큰소리로 외쳤지. 자,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세요!"

영미가 몸을 좌우로 곰틀거리며 자지러졌다. 정아도 배를 쥐고 주저앉았다. 둘은 철없는 소녀들처럼 웃다가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입술을 물고 키득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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