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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12.02 22:17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90)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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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90) -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뭐 뾰족한 수가 있겠어, 너나없이 저 사쿠라 꽃잎처럼 추락하고 말겠지."

영미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종일 볕이 드는 처마 쪽 벚나무들은 이미 꽃 잔치를 질펀하게 벌이고 있었다. 정아는 만개한 벚나무를 쳐다보다가 이내 나무 그늘로 눈길을 내렸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하얀 꽃잎들이 배추흰나비 떼처럼 날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모르긴 해도 지옥 같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생각해봐. 법이 시행되면 단속반이 점령군처럼 들이닥칠 테고 그리되면 우리는 빛에 노출된 바퀴벌레들처럼 몸을 숨길 구멍을 찾느라 우왕좌왕 혼비백산하겠지."     

정아는 언젠가 택시기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사회 통계에 일가견이 있다던 백발의 그가 그랬다. 우리나라 매매춘에 종사하는 여성의 숫자가 적게 잡아도 백만 명을 상회한다. 그런데 그걸 법으로 막아버리면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할게 불을 보듯 빤하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건 뭐 시한폭탄이 따로 없구나. 앞으로 일이 막히면 은지 수술비는 고사하고 강 회장 돈은 무슨 수로 갚는담."

정아가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 

"피장파장이야. 나도 돈줄이 끊기면 무슨 수로 우리 아버지 양로원비며 동생 옥바라지를 할 수 있겠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일을 더 할 수 있는."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법 만드는 의원들에게 은밀히 접근해서 몸으로 로비를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텐데, 시간 상 그건 이미 물 건너갔고. 아니면 거 뭐냐, 서울 오팔팔 언니들처럼 마스크 쓰고 용감하게 몰려다니며 악다구니를 쓰는 방법이 있겠지. 근데 그건 쪽팔려서 나설 사람이 없을 거야."

"하긴, 나도 그건 못하겠다. 아무튼 별 대책도 없이 처벌만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성매매를 법으로 막는 걸 이해 못하는 것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안에 사람 두고 대문에 못질하는 식으로 막아버리면 그 많은 종사자들 생계는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인지. 그래봤자 풍선효과가 나타날 게 빤한데 말이야."

"풍선 효과? 거 멋진 말인 것 같다. 그러니까 업소 아가씨들이 일시에 일을 못하게 되면 우리들의 풍선, 즉 콘돔 사용량도 덩달아 급감해서 콘돔 생산업자나 판매업자들이 도산한다, 그런 의미냐?"

정아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영미가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가시나, 농담이야. 내가 머리통을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는 줄 알아? 아무튼 난 법이 시행되면 무조건 밖으로 튈 거야."

정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일본으로?" 

영미가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니. 튀어서 어디라도 가야지. 먼저 간 얘들 수소문해서 다리 좀 놔달라고 할거야. 아주 멀리 갈 수도 있어. 호주나 캐나다로. 거기도 제법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 눈치가 빠른 몇몇은 벌써 그쪽에 줄을 대고 있대. 아무래도 그쪽 고추들이 커서 고생은 좀 하겠지만 그래도 굶어죽는 것 보다는 낫지. 지켜보다가 뭔가 진척이 있으면 나도 슬쩍 발을 넣어볼까 해."

주위가 일순 조용해졌다. 막 대기실 안으로 들어선 장 마담이 한 손을 높이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탠바이, 10분 전! 개나리실 1차 20명이야. 명단 호명이 이어졌다. 순서에 따라 종으로 줄을 섰다. 영미와 미경이가 줄로 들어가자 정아도 합류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아의 이름이 불리기도 전에 1차 명단이 종료되었다. 영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장 마담과 정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아는 뻘쭘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아는 지금껏 1차 명단에서 누락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아는 복수 지명을 받는 일이 잦았다. 그건 인기가 인다는 방증이어서 동료들도 정아의 1차 지명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2차 명단에도 정아의 이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정아는 혹시 장 마담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부러 시선을 맞추었다. 하지만 장 마담은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3차 대열이 빠져나가자 대기실이 듬성듬성 한산해졌다. 정아는 적잖이 당황했다. 혹시 휴가 신청을 한 게 장 마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일까. 아니면 혹시 오늘 밤 강 회장 접대가 예정되어 있는 것인가. 그런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 때, 마침내 장 마담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넌 오늘 예약 손님이야."

장 마담의 한 마디에 정아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랬으면 진작 좀 알려주시지. 속으로 그렇게 푸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약 손님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다녀간 손님이 다시 찾는 것이니 나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어떤 손님이 지명을 한 것일까.  

"첫 손님 기억하니?" 

정아는 장 마담의 물음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거렸다. 

"1018호에서 머리 올려준 손님 말이야."

그제야 퍼뜩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차갑고 단단했던 의족이 떠올랐다.  

"오자마자 다짜고짜 용아를 찾아서 우리 집에는 그런 아가씨 없다고 했지. 그랬더니 틀림없이 있다고 우기는 거야. 인상착의를 들어보니 너 같아서 혹시 이름이 용아가 아니라 정아 아니냐고 물었지."

눈썹까지 덮인 더벅머리와 우울해 보였던 첫인상이 떠올랐다.  

 "첫날밤 우리 정아 서비스가 환상적이었던 모양이지? 아무튼 입장해서 바로 그 손님에게 가라. 혹시 머뭇거리다 복수 지명을 받게 되면 서로 입장이 곤란해지니까."

정아는 대기실을 나서 복도를 걷는 동안 그와 함께 보낸 첫 밤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백록실에 들어선 정아는 곁눈으로 테이블을 훑었다. 중간쯤에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마침 그도 정아를 알아보고 손을 들었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인지 전보다 훨씬 젊고 발랄해보였다. 정아는 동료들이 대열을 정리하는 어수선한 틈을 타 재빨리 테이블로 갔다. 모든 시선들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손이 따뜻했다. 정아는 다시 오셔서 반갑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연회가 마침내 끝났다. 정아는 그와 함께 우림각을 나섰다. 서녘에서 날아온 비스듬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정아는 그의 곁에 바짝 붙어서 걸었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끊임없이 말을 붙였다. 화제는 주로 등반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사이 그는 후지산을 다녀왔다고 했다. 의족으로 그 높은 산을 올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실제 오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허풍은 아닌 것 같았다. 산 이야기가 끝나자 화제는 정아에게 옮겨졌다. 그간 어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고, 달리 할 말이 없었던 정아는 영미에게 들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그럼 당신도 실업자가 된다는 말인가?"

정아의 설명에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뜻밖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다 일을 못하는 거죠. 그리되면 우린 다시 만나기가 어려울 거예요."

정아는 짐짓 괜찮다는 어투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는 별 반응 없이 앞만 보고 되똑거렸다.     

쇼핑센터로 들어선 정아는 그가 진열대를 둘러보는 사이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휴식은 길지 않았다. 주로 가죽 제품 쪽을 둘러보던 그가 정아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손에 하이힐 한 켤레를 들고 있었다. 정아는 손사래를 치며 저번에 사준 신발도 아직 새 것이라고 사양했다. 그가 그건 겨울용이었지 않느냐며 억지로 신발을 벗기고 새것을 신겼다. 그러면서 무심한 어조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나를 따라 우구이스다니로 가는 건 어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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