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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12.09 23:40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91)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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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91) -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정아가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정아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진지해서 농담 삼아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문제는 그의 제안이 정확히 어떤 의미냐는 점이었다. 그게 우구이스다니로 가서 함께 살자는 뜻인지 아니면 그 동네 유곽에 취직을 시켜준다는 의미인지 분명치 않았던 것이다. 매장을 나선 정아는 바로 뒤편 이미테이션 매장을 향해 걸었다. 농담 아니야. 그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정아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매장의 비밀 버튼을 눌렀다. 

"왜 대답이 없지?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아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문득 전에 터틀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 동생은 말이에요. 열아홉 살 때 달리는 기차에게 대들었다가 다리가 저렇게 된 거예요. 형의 증언에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가 나중에 호텔에 가서 형의 말을 완전히 뒤집었다. 사실은 등반사고로 다리를 잃은 거라고 말이다. 형이 말한 기차사고와 스스로 밝힌 등반사고와의 간극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두구두고 정아의 마음에 남아 두 사람의 정직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거긴 왜요?"

정아의 짧은 물음에 그가 재빨리 말을 받았다.   

"왜라니, 나를 따라 가면 아주 근사하고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다니까"    

정아는 질문이 영리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물었어야 했는데. 적어도, 우구이스다니에 가면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되지요? 정도로 말이다. 그랬으면 보다 정확한 대답이 나왔을 것 아닌가. 정아는 아까 그가 불쑥 꺼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나를 따라 우구이스다니로 가는 건 어때? 

놀라운 제안임이 분명했다.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는 물음이었다. ‘나를 따라’라는 부분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아는 다시 물어볼까 하다 왠지 구차한 느낌이 들어 생각을 접었다.  

이미테이션 매장을 건성으로 둘러 본 그가 매장을 나서며 술집 순례는 생략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텔로 바로 가자는 의미일 터였다. 정아는 동의하지 않았다. 근래 쇼핑과 술집 순례를 생략하고 바로 호텔로 가는 손님이 많아 장 마담이 운영하는 업소의 매출이 확연히 떨어졌고, 그래서 장 마담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는 수군거림이 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딱 한 잔만 해요. 이렇게 사쿠라 꽃망울이 폭죽처럼 펑펑 터지는 걸 축하하면서 봄밤을 만끽하는 것도 근사하잖아요."

정아가 그의 턱밑에 얼굴을 들이밀며 애원조로 말했다. 그가 정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난 만개한 사쿠라보다 침대에서 예쁜 정아를 바라보는 게 훨씬 더 좋아!"

아이, 참! 하고 정아가 눈을 흘겼다. 

그때 인기척이 났다. 정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유, 두 사람 눈에서 애정의 꽃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네. 방금 웨딩을 마친 신혼부부 같아."

로바다야끼에서 나오던 영미가 두 사람을 두고 한 말이었다. 뒤에서 미경이가 손을 흔들었다. 먼저 나간 영미와 미경이는 벌써 1차 술집 순례를 끝내고 단란주점으로 이동하던 참이었다. 정아는 영미와 미경의 파트너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미가 문득 정아의 귀에 대고 혹시 저 양반 너 머리 올려준 손님 아니니, 하고 소곤댔다. 정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미는 그게 무슨 빅뉴스라도 되는 듯 재빨리 미경의 귀에다 옮겼다. 미경이 손뼉을 치며 정말? 대박! 하고 소리쳤다. 둘은 또 자기 파트너에게 그걸 전했다. 두 사내가 거의 동시에 엄지를 들어보였다. 

"우리 노래 몇 곡 뽑고 있을 테니까 얼른 들어가서 출석 체크만 하고 나와. 참, 안에 김 언니 있다."

영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아는 영미 일행이 단란주점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옆의 로바다야끼로 들어갔다. 부러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카운터에서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김 언니가 메뉴판을 직접 가지고 와 눈을 찡긋거렸다. 이 바닥의 불문율 하나. 장 마담의 심복인 김 언니가 직접 주문을 받을 때는 반드시 양주를 시켜야 된다는 것. 이유는 김 언니에 의해 그날의 매출 결과가 아주 자세하게 장 마담에게 보고되기 때문이었다. 정아는 망설이다 눈 딱 감고 윈저 큰 것을 시켰다. 호텔로 가자는 걸 억지로 데려온 처지인지라 양주를 시키는 게 부담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아의 월권에 그가 혹시 기분이 상한 건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찬찬히 실내를 둘러보며 이웃 테이블의 수다에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웨이터가 세팅을 끝내자 김 언니가 다가와 술병을 잡았다. 

"오메데또! 우리 우림각 보물을 초이스하신 멋쟁이 손님께 제가 한 잔 올릴게요."

잔에 술을 따르며 정아를 추어주었다. 그가 김 언니의 독특한 오사카 사투리를 따라하고는, 이분 오사카에서 날아오셨나? 하고 농을 던졌다. 잔이 모두 채워지자 김 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손님은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하신 거예요. 우리 정아는 교수 출신에다 어제 처음으로 출근한 아타라시니에요."

김 언니의 거침없는 찬사에 정아는 화들짝 올랐다. 그가 침착하게 건배를 청하며 말을 받았다. 

"그럼요, 잘 알지요. 제가 정아의 첫 손님이었거든요."

"어머, 저... 정말요?"

김 언니가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아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게 좀 적당히 띄워주셔야 추락해도 덜 아프지요."

정아가 투덜거리자 김 언니가 아, 씨발, 엿됐네! 하고 투덜거리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재밌는 여자군, 그가 정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술잔을 자주 부딪친 덕분에 술병이 곧 바닥을 드러냈다. 김 언니가 다가와 한 병 더 가져오느냐는 신호를 보냈다. 그가 나서서 손을 저었다. 정아도 그를 따라 손을 저었다. 평소 같으면 김 언니 편을 들어야 하는데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로바다야끼를 나선 정아는 영미와 미경이가 기다리는 단란주점을 그냥 지나쳤다. 꽤나 마셨는데도 정신은 오히려 말짱하게 느껴졌다.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걸음걸이가 조금 더 되똑거렸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점점 소리를 키웠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정아도 중간 중간 따라 불러주었다. 그러는 사이 호텔에 도착했다.

프런트에서 날아오는 수트의 시선이 느껴지자 정아는 그에게 체크인을 맡기고는 중앙의 소파에 앉았다. 정아는 사선으로 날아오는 수트의 눈길을 그대로 견디며 커피숍을 바라보았다. 언제였더라. 저 수트와 정사를 벌였던 게. 우림각에서 달포쯤 지났을 것이다. 출근하니 장 마담의 은밀하게 호출했다. 그 자리에서 뜬금없는 지시가 떨어졌다. 우림각의 안정적인 숙소 수급과 배정을 위해 접대가 필요하다는 것. 그날 밤 수트와의 정사는 좀 특이했다. 피부가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희고 축축했던 그는 시종 오럴을 고집했다. 다음날 마치 마른오징어를 밤새 씹기라도 한 것처럼 턱관절이 아프고 불편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수트가 그의 어깨너머로 정아를 바라보았다. 인사라도 하면 그가 다시 장 마담에게 접대를 요구할까봐 모른 척 자리에서 일어나 승강기를 향해 걸었다.

"자, 우리의 낙원을 향해서 출발!"

체크인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팔로 정아의 어깨를 감싸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아도 출발, 하며 그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승강기 안으로 들어선 정아는 비로소 프런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수트의 깔끔한 외모가 닫히는 문에 끼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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