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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4.15 20:12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7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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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07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정아는 애써 태연하게 벽을 쳐다보았다. 부부는 꽤나 오랜 시간 벽에 걸려 있었던 듯, 사진틀 자국이 뚜렷했다. 다른 사진은 없었다. 텔레비전 뒤편으로 십자가가 덩그렇게 걸려있을 뿐, 여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사진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기남이 이혼을 하고도 여태 결혼식 사진을 걸어둔 이유가 뭘까. 잠시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성당 나가나봐?”
비뚤어지게 걸린 고상을 바로잡으며 정아가 물었다.  
“유아세례를 받긴 했는데 말하자면 냉담자인 셈이지. 저건 옛날 집들이 때 어머니가 걸어놓은 거야. 행복하게 성가정을 꾸리고 살라고. 근데 이 모양으로 살고 있으니.”
소파 뒤로 발을 넣어 사진틀을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말끝을 흐렸다. 
“다시 시작해봐. 성당에 나가 기도도 하고. 난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 집 근처 성당에 들어가 앉아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해지더라. 텅 빈 성당이 뭔가 요람처럼 느껴질 때는 혼자 중얼거리다 오기도 해.”
“하하하... 어쩌면 그렇게 우리 어머니와 똑같은 소리를 하냐. 미사 안가도 좋으니 술집 가지 말고 성당 가서 놀라고 늘 잔소리시거든.”
“백번 맞는 말씀이시구먼!”
기남이 콧바람을 내뿜으며 웃었다.  
현관문을 밀고 나온 정아는 계단참에서 걸음을 멈췄다. 올라왔던 골목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길을 따라 이어진 담장 너머로 몇 그루의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차로 갔다. 앉아서 기다는데 아까 기남이 했던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술집 년들은 어쩔 수가 없어! 그 말이 가시로 날아와 가슴을 찔렀다. 내가 우림각 일을 하는 걸 안다면 기남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본어 선생이 아니라 일본인을 상대로 몸을 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자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한참 후에야 기남이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어머, 신선한데. 갑자기 총각 냄새가 나.”정아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네가 홀아비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세수하고 향수 좀 뿌렸지.” 
익숙한 향기였다. 손님들에게서 많이 맡았던 냄새.   
“얼마나 상큼하니. 집에서도 이런 좋은 냄새가 나도록 신경 좀 써라. 집에 여자가 있으면 절로 향기가 날 텐데 말이지.”
“향기 나게 살 수 있게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
“뭘 도와줄까? 파출부 노릇?”
“농담 아니라니까. 난 말이야 어제 어머니를 길에서 만난 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 공항으로 너를 데리러 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뭔가 내 인생에 서광이 비칠 것 같다는 그런 예감 말이야.”
정아가 검지를 기남의 입술에 대는 바람에 말은 거기서 끊겼다. 기남은 묵묵히 운전에만 열중했다. 차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로 접어들었다. 가끔 아는 사람이 지나치며 손을 흔들었고 그때마다 기남은 경적을 울려 답례했다. 
“하긴 뭐 네가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놈에게 신경을 쓰겠나.”
“우린 친구잖아. 그리고 난 그냥 혼자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 난 것 같거든.”
정아가 다독이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확실하게 퇴짜를 맞은 거구만. 이거 생각보다 무지하게 비참한데.”
기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퇴짜는 무슨. 아마 넌 나중에 나를 만나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는 날이 올 거야.”
기남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정아를 힐끗 보았다. 
“넌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뜻이야. 넌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해.”
“고맙긴 하다만, 그다지 감동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뜸을 들이던 정아가 고개를 돌려 기남을 바라보았다.   
“아까 사진을 보면서 느낀 건데, 애기 엄마와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딸내미 보러 유치원에 가끔 온다는 걸 보면 뭔가 미련이 있어서 그런 것 같거든.”
“그만하자!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기남이 자르듯 말했다. 
읍내를 벗어난 차는 한적한 도로를 한참이나 달리다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라이트를 켰다. 갑작스런 불빛에 산에서 내려오던 어둠의 입자들이 일시에 양편으로 갈라섰다. 각목의 부축을 받으며 드문드문 서 있던 길가의 은행나무들도 화들짝 놀라 깨났다. 
이윽고 멀리 길 끝에 버섯 모양의 집이 나타났다.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와 손을 흔들었다. 정아를 발견한 남자는 기남을 향해 경매사처럼 은밀하게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기남이 껄껄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이 숙녀는 일본어 선생인 내 친구, 산적 같은 이 친구는 이 찻집의 주인장.”
기남이 차례로 소개했다. 
“난 또 우리 기남이 애인인 줄 알았습니다.” 
남자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유쾌하게 말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은 제법 넓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가 이 지역 돌싱들 아지트야. 물론 저 친구도 혼자지. 마음에 들면 말해. 내가 다리를 놓을 게.” 
기남이 의자를 빼주며 소곤거렸다. “아이고, 됐어!” 정아가 눈을 흘겼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정아가 재게 걸어 밖으로 나왔다. 귀에 대자마자 새된 목소리가 터졌다. 
“가시나, 전화 한 통화 없고. 집에 가니 그리 좋나?”
미경이었다. 
“좋고말고! 여기서 그냥 살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통화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미경이 전화를 건 이유는 역시나 영미일 때문이었다. 아까도 수사관들이 몰려와 영미를 찾았으며 그 때문에 우림각이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그중에 말이야, 아는 놈이 있더라고. 오래전에 내가 접대했던 놈인데, 나랑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사이인 데도 인사를 했더니 안면을 싹 까는 거 있지. 개새끼, 떡을 칠 때는 사족을 못 쓰더니... 아무튼 이번 단속이 합동으로 이뤄져서 손을 쓰기가 어렵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새끼가 그래서 안면을 깐 건지도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서 더 걱정이 돼.”
미경은 다른 정보도 들려주었다. 
“확실한 건 아닌데 이번 주에 성매매특별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대. 그래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는 설도 있거든. 회장님이나 마담님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말이야. 만약 그리 된다면 우린 진짜 엿 되는 거지.”
정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마는가 싶었다.  
“그래서 난 미리 짐 싸기로 했다. 표 되는대로 오사카로 나를 거야. 거기 먼저 간 친구가 다리를 놔주기로 했어.”
정아는 나도 데려가라는 말이 목젖까지 나왔으나 차마 꺼내지는 못했다. 아직 남은 빚 때문에 강 회장의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처지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넌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참 좋겠다. 가서 자리 잘 잡아 놔.”
미경과의 통화를 끝내고 정아는 곧바로 영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시간상으로 이미 비행기를 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무슨 통화를 그리도 길게 하느냐는 타박이 이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사이 커피가 미지근해졌다.  
“아무래도 일정을 당겨서 내일 들어가야겠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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