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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5.20 19:57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1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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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1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경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손님이 있는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영미가 손을 잡고 애원조로 말했다.


“나 무섭고 불안해. 늦더라도 와서 재워주고 가. 부탁이야.”


“알았어. 되도록 빨리 끝내고 갈 테니까 문단속 잘 하고 있어. 휴대폰도 꺼두고. 갈 때 치킨 하나 가져갈까?”


경철이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오빠뿐이야. 소주도 한 병 챙겨와!”


영미는 서류를 챙겨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호텔은 위치상 택시를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더 빨랐다. 골목길로 접어든 영미는 주위를 살피며 재게 걸음을 옮겼다. 자주 이용해서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는 길인데도 오늘은 골목 곳곳이 처음 보는 풍경처럼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눈이 가지 않던 가로등이며 낮은 지붕 위로 눈길이 갔다. 이 골목에는 주로 이곳 토박이들이 살고 있었다. 대개 허리가 굽고 머리에 세월의 서리가 하얗게 내린 노인들이었다. 영미는 골목길을 오가면서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그게 사우나로 연장이 되어 제법 친분을 쌓았던 터였다. 이제 이들과도 한동안 인사를 나눌 수가 없겠지. 마음이 스산해졌다. 금방이라도 현관문이 열리면서 이 시간에 어딜 가는가, 하고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할 것만 같았다.


자꾸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주 일요일에 양로원에 다녀오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을 쳐다보며 혹시 딸이 오는가 하고 밖을 내다봤을 것이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내일 검찰청에 들어가게 되면 외부와 연락이 단절될 게 뻔한데, 소식이 끊기면 얼마나 불안해하실까. 영미는 날이 밝는 대로 양로원에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급하게 일본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 당분간 뵙지 못한다고 말씀드리면 그래도 걱정을 덜하지 않을까.


영미는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같은 번호였다. 아마도 검찰청에서 걸어온 전화였으리라 짐작되었다.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미경에게 걸어볼까 하다가 얼른 휴대폰 전원을 껐다. 위치 추적이 가능하니 전화기는 꼭 꺼두라는 경철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호텔 후문으로 들어가 지배인이 건네준 키를 받아 객실로 올라갔다. 경철이 특별하게 부탁을 한 듯 전망이 좋은 스위트룸이었다. 불을 켜지 않고 창가로 가 커튼을 걷었다. 시내는 온통 불야성이었다. 영미는 오래도록 불빛을 응시하다 어느 순간 거칠게 커튼을 당겼다. 저 휘황한 불빛의 이면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이는 오직 자신뿐이라는 자괴감이 가슴을 치받고 올라와 목젖을 쳤다.


*


정아는 멍한 표정으로 차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택시는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길가의 유도화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껑충한 종려나무가 나타나자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되었다. 정아는 간밤에 어머니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뭔 일인지 요즘 꿈에 네 아버지가 자주 보인다. 저번 날은 진달래꽃을 한아름 꺾어들고 손짓을 다 하더라. 이제 그만 따라 오라는 소린가 싶어 한참을 쳐다봤지 뭐냐.


지금껏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어머니였기에 정아는 적잖이 당황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저랑 은지랑 셋이서 재밌게 살아야지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돌아올 테니.


대꾸는 그렇게 했지만 이내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머니 생각을 접고 나니 은지가 눈에 밟혔다. 할머니 곁에서 의젓하게 손을 흔들던 은지.


-할머니 잘 살펴드리고 있어. 엄마 일 빨리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전에 다짐을 받아둔 때문인지 은지는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이의 눈빛에는 체념의 기운이 가득했다.


우림각이 가까워질수록 묘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건 아마도 아까 출발 전 공항 로비에서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뉴스 때문일지도 몰랐다.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 아래로 또렷하게 써진 자막을 보면서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사거리에서 택시를 세운 정아는 곧바로 우림각을 향해 걸었다. 저만치 순두부집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이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아는 귀순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걸 기다렸다 반갑게 악수했다.


“잘 다녀왔어? 참, 소식 들었지? 그 지랄 맞을 법 오늘 통과 된 거.”


“그래. 우린 이제 어찌 되는 걸까?”


“어찌 되긴, 빤하지 않아? 전부 백조가 될 테지.”


“넌 남의 일처럼 말한다.”


정아가 한숨을 섞어 투덜거렸다. 귀순이 앞서 걸으며 말을 이었다.


“문 닫으면 난 잠수를 탈거야.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단속이 느슨해지기를 기다리는 거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인데 어쩌겠어, 프리랜서로 뛰는 수밖에.”


“프리랜서? 손님은 어디서 모집하고?”


“치마 내리고 기다린다고 오나? 요령껏 낚아야지. 아님 낚싯대 들고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든가.”


정아는 문이 굳게 닫힌 우림각을 상상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될 대로 되라지. 참, 영미 소식도 알지? 구속된 거.”


정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기실은 이미 아가씨들로 가득했다. 뉴스 탓일까, 평소보다 배는 온 것 같았다. 다들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아는 탈의실 쪽 맨 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장 마담이 나타나 마이크를 잡았다. 마담의 낮고 긴 한숨소리가 앰프를 통해 흘렀다. 마담은 앉아있는 아가씨들 얼굴을 하나하나 훑기 시작했다. 시선이 돌고 돌아 구석까지 왔을 때 정아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소식을 들어서 알겠지만 우리 우림각은 창사 이래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한마디로 풍전등화야. 법이 통과되었으니 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 분하고 안타깝지만 감수해야 해. 시행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까 각자 도생의 길을 모색해라. 그 사이에도 우리를 압박하는 여러 조치가 있을 걸로 예상된다. 해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준비했으니까 끝까지 경청해서 유사시에 잘 대처하도록!”


마담의 말이 끝나자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가씨 하나가 일어나 몸을 돌렸다. 순간 좌중이 술렁거렸다.


“자, 오늘 강의를 해주실 분을 소개한다. 박수!”


장 마담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아가씨가 마이크를 건네받는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그녀가 좌중을 향해 허리를 접었다.


“다들 안녕 못하지요? 방금 소개 받은 홍변입니다. 저를 왜 홍변이라고 부르는지 알고 계시나요? 혹시 저를 붉은 똥이라고 이해할 분이 계실지 몰라 드리는 말씀인데요, 홍변은 홍씨 성을 가진 변호사를 줄여서 부르는 호칭입니다.”


변호사라는 말 때문인지 검정색 원피스가 꼭 법복처럼 단정하게 느껴졌다. 치맛단 아래로 나란히 뻗은 다리가 참 예뻤다. 정아가 귀순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째 낯이 익다. 구면인가?”


귀순이 큭, 하고 웃음을 뿜었다.


“맞아, 교도소를 자주 들랑거리느라 출근을 잘 못해서 그렇지 우림각 대선배님이야. 쓰리스타지. 간통죄로 한 번, 다단계 횡령 건으로 한 번, 기획부동산 사기죄로 한 번, 이렇게 별을 세 개나 돼.”


귀순이 정아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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