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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6.10 23:43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3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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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3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좋은 질문이야. 근데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에서 의사봉을 내려친 이상 이제 되돌릴 방법이 없다. 회장님이 국회로 진출하려고 준비 중에 이런 악재가 발생해서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다들 알다시피 군산 업소에서 잇따라 화재가 터져 아가씨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바람에 여론이 워낙 나빴잖아.”
장 마담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다들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장 마담이 더 궁금한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중간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내일부터는 아예 출근도 못하는 거예요?”
단정한 올림머리로 보아 민정이 같았다. 
“회장님도 지금 경황이 없으셔서 별다른 지침은 없다. 앞으로 6개월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우리를 주시하는 눈이 많아서 이제 정상적인 영업은 불가능할 것 같아. 그리 알고 오늘 예약된 손님만 조용히 소화를 하자. 내일 영업 여부는 결정이 되는 대로 문자로 통보하마.”
일순 실내가 술렁거렸다.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장 마담의 표정도 구겨졌다. 마이크를 홍변에게 넘긴 장 마담이 돌아서서 문을 열고 복도로 향했다. 정아는 마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늘 보던 당당한 걸음걸이가 아니어서 마음이 서늘했다.  
홍변이 마이크를 잡자 실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우리 너무 불안해 말아요. 말씀은 저리 하셔도 아마 시행일 전까지는 문을 열  거라 예상합니다. 물론 연회실은 닫겠지요. 손님이 오는 대로 바로 흥정을 해서 호텔로 가는 시스템이 될 거예요. 예전처럼 연회장에서 자유스럽게 초이스하는 절차 없이 은밀하게 접선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될 겁니다. 아참, 아까 얘기를 하다가 말았는데, 암암리에 손님을 받다가 재수 없이 단속반에 걸리더라도 절대로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배가 고파서 그랬으니 한 번만 봐달라고 눈물 콧물로 호소를 하세요. 아니면 돈이 좀 들더라도 힘 있는 변호사를 사서 냉정하게 대처하세요. 가벼운 벌금형도 빨간 줄이 올라가니까 꼭 기소유예 처분을 받도록 하세요. 그래야 전과자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기소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경찰청 컴퓨터에 수사경력 자료로 저장이 되긴 합니다만 5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깨끗하게 삭제가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다음 질문?”
이번에는 앞자리에서 손이 올라갔다. 양 갈래 포니테일 스타일의 머리였다. 
“누가 그러는데, 이제 우리 보건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아, 보건증 갱신에 관한 거군요. 좋은 질문이에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제 보건소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갈 이유가 없어진 거죠. 그동안 받은 성병검사는 얼마나 쪽팔리고 귀찮은 일이었나요. 우리 이름이 써진 보건증은 우리에게 주홍글씨 같은 거였잖아요.”
“주홍글씨는 책 이름 아닌가?”
귀순이 정아를 힐끗 보며 중얼거렸다. 
“맞아, 소설. 일종의 낙인이라는 의미로 한 비유겠지.”
물 잔을 받아 입을 축인 홍변이 다시 말을 이었다.        
“법에 걸려서 곤혹을 치르지 않는 것 못지않게 여러분의 건강도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는 걸 당부 드립니다.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보건증이라는 귀찮은 증명서가 필요했어요. 그거 없으면 영업정지에 벌금 맞고 그랬잖아요. 근데 앞으로는 그 지랄 같은 증명이 필요 없어요. 법 통과로 이제 이 나라에는 성매매업소 자체가 없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전제가 성립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제 성병을 포함한 질병의 예방적 체크 의무가 사라진 겁니다. 때문에 이제는 정말 콘돔의 중요성이 커졌어요. 여러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콘돔을 꼭 끼우고 하세요. 몸뚱이가 유일한 재산인 우리에게 에이즈나 매독이 들어오면 그걸로 인생 종친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여러 질문에도 홍변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슬그머니 대기실을 빠져나온 정아는 아까 장 마담이 갔던 복도를 따라 걸었다. 창밖은 그새 어두워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 장 마담이 나와 팔을 벌려 안아주었다. 
“먼 길 다녀오느라 애썼다. 어머니는 좀 어떠시니?” 
두루 걱정해주신 덕분에 차도가 있다고 대답했다.   
“어미는 자신의 부피를 줄여 자식의 부피를 키우는 존재지. 그래서 장성한 자식의 눈에는 어미가 허물어져 내리는 오두막처럼 보이기 마련이야.”
“정말 그랬어요. 몇 년 사이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더라고요. 마치 다 타서 바닥에 주저앉은 촛불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장 마담이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뭐 좀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정아는 손사래를 쳤다. 장 마담이 테이블 너머로 방석을 내주었다. 
“곁에 영미가 없으니 허전하지?”
“교도소로 갔다면서요.”
“잘 있다. 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회장님이 출마 접겠다는 사인을 보냈으니 저쪽에서도 반응이 있겠지.”
“미결수도 면회가 되나요?  가서 영치금이라도 넣어주고 싶은데.”
“착하다. 갈 때 알려주마. 그나저나 우리 영미는 법조계에서 일했으면 크게 성공했을 것 같아. 변호사가 그러더라. 조사 받는 과정에서도 실수 없이 똑 부러지게 진술을 했고, 거친 사람들 우글거리는 감방에서도 마치 전과 10범처럼 노련하게 행동한다고 말이야.”
굳어있던 장 마담의 표정이 미세하게나마 온화해졌다.   
“참 미안하게 되었어. 졸지에 전과자 딱지를 붙이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싶은데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그것도 어렵고.”
정아는 장 마담의 고민을 이해하고 있었다. 우림각이 문을 닫게 되면 이미테이션매장도 더는 버틸 수 없는 공동운명체이니 지분을 준다한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터였다. 
“영미도 그렇지만 너도 어렵게 되었구나. 아직도 많이 남았지? 선불 댕긴 거.”
문득 강 회장의 얼굴에 이어 미친개의 표정이 떠올랐다.  
정아는 고개를 떨궜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영미 나오면 함께 일본으로 가는 건 어떠니?”
 장 마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빛으로 보아 빈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사카에 믿을만한 마마가 있어. 교토 쪽도 가능하다.”
장 마담의 말을 들으며 이건 권유가 아니라 강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정아는 영미가 나오면 의논해보겠다고 대꾸했다.    
우림각을 빠져나온 정아는 어디로 갈까 주저하다 오른편 골목으로 꺾어 돌았다. 저만치 눈에 익은 간판이 보였다. 출근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러서 머리 손질을 했던 곳. 안으로 들어서니 원장이 소파에 앉아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여기 앉아. 섭섭해서 어쩐다니. 날마다 식구처럼 보다가 못 보게 되었으니.”
“그러게요. 이제 굶어죽을 일만 남았어요.”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 뭔가 방법이 있겠지. 들리는 말로는 우림각 자리에 대형 나이트클럽이 들어선대.”
“정말요? 벌써 그런 얘기까지 나돌던 가요?”
“여기가 정보 집합소 아니냐. 벌써 설계가 들어갔다는 설도 있어.”
“왜 하필 나이트클럽일까요? 다른 업종도 많은데.”
“우림각 자리가 옛날 난리 때 남자들 시신이 산처럼 쌓였던 곳이라서 터가 무지 세대. 때문에 여자들이 계속 밟아주지 않으면 어떤 장사도 버틸 수가 없다는 거야. 그동안 우림각이 그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날이면 날마다 예쁘게 꽃단장을 한 아기씨들이 사뿐사뿐 밟아준 덕분이라는 거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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