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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6.17 19:52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4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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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4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영미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해질녘 비라도 부슬거리는 날 텅 빈 대기실에 있다 보면 바닥에서 뭔가 음산한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서는 느낌에 오싹 소름이 돋을 때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나이트클럽을 열어 밤새 쿵쾅거리면 귀신들도 일어날 엄두를 내지 못할 거다, 그런 계산을 한 거군요.”


“빙고, 바로 그거야.”


“근데 저런 한옥에서 클럽 영업이 가능할까요. 공간이 너무 작잖아요.”


“그래서 허물고 새로 올린다는 거지.”


“네? 설마 저 멋진 한옥을?” 


정아는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원장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장 마담이 들려줬던 얘기가 생각났다. -우리 우림각은 500년을 내다보고 대들보를 올린 명품 한옥이야. 주로 궁궐을 지은 대목장이 직접 태백산맥을 뒤져 최고의 나무들만 골라왔고 전통 기법에 따라 못도 사용하지 않았어.   


“아깝기야 하지. 내가 바로 이 자리에서 청와대 본관 같은 저 한옥이 완공되는 걸 지켜본 산증인이잖아. 다른 건물처럼 뚝딱 지어서 끝낼 줄 알고 기다리는데 이건 뭐 어찌나 더디게 진행이 되는지 답답해서 숨넘어갈 뻔 했다니까. 진짜 돈 많이 들여서 제대로 지은 건물이긴 해.”


“저걸 허물고 클럽을 열겠다는 건 강 회장님 아이디어에요?”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지.”


원장은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을 아꼈다. 


정아는 몸을 틀어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높다란 담장 너머로 조명을 받은 처마가 환하게 빛났다.  


“저기 촘촘히 박힌 서까래를 쳐다보다가 놀랄 때가 있어요. 백회 사이로 곧게 뻗은 서까래가 어느 순간 나무가 아니라 우림각 아가씨들의 다리로 보일 때가 있거든요.”


“끔찍해라. 저게 다 아가씨 다리면 대체 몇 명이 다리를 내놓은 거냐? 근데 듣고 보니 매끈한 게 진짜 각선미 좋은 아가씨 다리 같기는 하다.”


“전에 한창 성업 중일 때는 아가씨가 500명도 넘었다고 하니까....”


“농담도 원. 근데 그때가 정말 좋았다. 나도 직원을 다섯이나 쓰고도 손이 달려서 쩔쩔 매던 시절이었으니까. 오전에는 신혼여행 온 신부들 올림머리 해주느라 정신이 없고 오후가 되면 우림각 식구들 머리 손질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니까.”


원장은 회상에 젖은 듯 아련한 눈빛으로 처마를 쳐다보았다. 


“규모가 엄청나나봐. 짓게 될 나이트 말이야. 건물을 돔형으로 올려서 특별한 장치를 한대. 일본 야구장 중에 그런 거 있잖아, 지붕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 웃기는 건, 그런 지붕 아이디어를 낸 게 누군지 알아? 바로 박수무당. 그 점쟁이가 그랬다는 거야. 클럽의 특성상 밤새도록 소음이 가득할 게 뻔해서 거기 사는 귀신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위한 위로와 이벤트가 매일 필요하다. 방법은 단 한 가지, 건물을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구조로 만들어서 밤 12시, 그러니까 자시가 되면 지붕을 활짝 열어라. 그러면 마실 나온 인근 귀신들과 클럽 지하에서 살고 있는 귀신들이 열린 지붕을 통해 서로 만나 회포를 풀게 돼 탈이 없게 된다.”


“하하하.... 말하자면 귀신들 부킹을 주선하라는 거네요?”


“그런 셈이지.”


“그 사이 클럽 손님들은 잠시 밤하늘에 빛나는 달이나 별 구경을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고요.”


“웃기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지 않니?”


원장이 검지로 허공에 원을 그리며 키득거렸다. 


“그래도 나이트보다는 백화점 같은 게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아가씨들 일자리가 많이 생길 테니까.” 


“그것도 검토했다고 해. 근데 이 섬은 백화점 무덤이잖니. 지금까지 망한 백화점이 몇 개야?”


그러긴 했다. 정아가 기억하는 백화점들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모두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이곳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백화점보다 단독매장을 선호했던 것이다. 


“그런 계획들이 이미 서 있다면 우리 회장님도 이런 날이 올 거란 걸 이미 알고 대비를 하셨다는 얘기가 되는데...”  


“내 말이. 아가씨들만 모르고 있었던 거지. 하기야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 걱정을 하겠니. 우리 미용실도 우림각 문 닫으면 손님 구경하기 힘들 거야.”


“원장님이야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솜씨 좋으시니 어디 목 좋은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죠.”


원장이 손사래를 쳤다. 


“이젠 한적한 뒷골목에도 미용실이 들어가 있어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 무한 경쟁이지. 하긴 뭐 밤업소들 문 닫으면 아우성 칠 곳 많다. 식당, 모텔, 술집, 옷가게, 하다못해 택시 운전수들까지도 타격이 클 테니까. 참, 미경이 벌써 일본으로 갔다며. 걔가 야무지게 결정 잘했어. 여기 있어 봤자 기대할 게 없잖아. 업소들 셔터내리고 나면 다들 새벽녘 바퀴벌레들 마냥 음지로 숨어서 암암리에 영업을 할 수밖에 없으니.” 


해안도로의 찻집에서 택시를 타러 달려 나가던 미경의 상큼했던 모습이 영상처럼 뇌리를 스쳤다. 미경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영미 말에 따르면 미경을 받아준 업소는 아가씨들을 대기시키고 있다가 콜이 들어오면 바로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태워서 호텔로 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우리의 티켓 다방처럼 24시간 어느 때라도 콜이 떨어지면 바로 나가야 한다고 했던가. 


문득 원장이 턱짓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오늘부터 영업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한 떼의 사내들이 쪽문을 통해 우림각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얼른 봐도 열 명은 족히 넘었다. 


“연회는 없지만 연결은 가능해요.”


“그럼 어서 들어가.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지.”


정아는 사내들이 사라진 쪽문을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대기실에 저 정도 인원은 맞아줄 동료들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었다.  


미용실을 나서서 길을 건너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백에서 신호가 울렸다. 정아는 전화기를 꺼내 창을 살폈다. 전화기 저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하는 소리가 귀를 통해 머릿속을 휘감았다. 

  

“할머니가 기침하다 토하셨어!” 


은지의 첫마디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옆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나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가 전화를 바꿨다.     


“어디 안 좋으셔요? 뭘 드셨는데?”


정아는 귀에 신경을 집중했다. 한참 후에야 반응이 왔다.  


“아니다... 사래가 들어서 그런 거여.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어서 수업해라.”


평소 엄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화 받는 것도 힘에 겨운 듯 띄엄띄엄 느리게 말했다. 소리가 작고 희미해서 그런지 엄마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졌다. 


“엄마, 지금 기남에게 전화할 테니까 그 친구 오거든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말씀하세요. 알았죠?”


엄마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건 당신이 지금 얼마나 심각하게 아픈지를 웅변하는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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