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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전거나라
2016.02.28 23:39
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하는 프랑스 에세이 1화 프랑스여행, 카타르시스와 환상의 루트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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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하는 프랑스 에세이 1화 프랑스여행, 카타르시스와 환상의 루트로 떠나다 "넌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산다고 하더니, 어쩜 정말 그렇게 사니."
파리에 산 지 5년이 된 지금까지도,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난 외국에서 살 거야'라는 말에 엄마가 '왜?'라는 질문을 하신 적은 없다. 엄마야말로 일생을 한 번, 해외 여행을 가 본 적 없이 '누구누구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으신 분이다. 그런 그녀가 한 번 되물을 것도 없이 내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데에는, 분명 내 엄마의 마음 속에도 '어딘가'를 향한 갈망이 자리하고 있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내려놓고 떠나기에 단련되지 않은, 그럴 수 없었던 엄마의 지난 시간은 목적지를 어디로 정해야 할 지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늘, 엄마에게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는 꽃을 사랑한다. 당신 사진보다도 제철 꽃 사진을 더 자주 보내오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따스한 빛이 담긴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어느 가족의 일상을 보면서도, 들꽃이 만개한 풍경화를 보면서도 그렇다. 그래서 화가 모네의 아뜰리에와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는 엄마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장소 중의 한 곳이다.
오전께, 맑은 공기를 맡으며 그 정원을 한 바퀴만 천천히 산책하고 나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이때 담은 기억이 흐릿해질때 즈음, 파리에서 오르세, 오랑주리, 혹은 마르모땅 미술관을 찾아 액자 안에 담긴 화가 모네의 시선으로 그곳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에트르타. 열 두살때 함께 떠났던 가족여행을 추억한다. 늦여름, 강릉 바닷물은 차가웠고, 그때 찍은 사진들은 고향 집 앨범에서 시간을 붙잡고 있다. 나를 안고 서 있는 아빠의 발목께에 부서졌던 파도가 하얀 빛을 냈고, 문득 그때 맡았던 짠 바닷바람이 다시 불어오는듯 하다.
탁 트인 절벽 언덕, 옥빛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개의 크고 작은 코끼리 바위. 자갈과 파도가 빚어내는 소리는 몇해 전 찾았던 부산 바닷가의 추억도 실어왔다가 자갈을 더 짙게 물들이며 스르륵 사라져가기를 반복한다. 아연한 수평선. 문득 '집'에서 멀리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속세와 얇은 결계를 치고 있는 듯한 수도원, 몽생미셸. 멀리에서 뾰족한 첨탑과 그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결코 접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이야기. 누구보다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이 천 년도 더 전의 이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이야기한다. 나에게는 먼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열정을 다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구나. 나도 이 감정을, 이 신비로움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
해질 녘, 쿠에농 강가의 석양.
이튿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며 또 다시 엄마를 떠올린다. 휴가를 받아 한국에 가면, 처음 며칠은 시차때문에 늘 새벽 3-4시에 일어나 혼자 아침을 먹었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나에게 엄마는 "외국 사람 다됐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엄마도 와 보면 아실 거에요. 빵이랑 버터가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거든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해적들의 도시, 생 말로.
마지막 날이 밝고, 아쉬움과 기대가 동시에 찾아와 심박수를 빠르게 한다. 쉬농소 성에서 왕의 여자, 디안 드 뿌아티에와 카트린 드 메디치를, 클로뤼세 성에서 르네상스를 빛낸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앙부아즈 성에서 프랑수와 1세까지 만나고 나니, 중세부터 르네상스의 프랑스를 관통하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가 흘러 넘친다. 일정을 함께한 멤버들끼리는 돈독한 정도 쌓여, 지금 이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겠구나, 하는 확신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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