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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08.02 17:53
참새 Sparrows
조회 수 2817 추천 수 0 댓글 0
참새 Sparrows 루나 루나르손 Runar Runarsson, 프랑스 개봉 2016년 7월 13일 성장이라는 엄혹한 현실의 문턱에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슬랜드의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아리는 성가대 합창단원이며 사춘기의 나이인 평범한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으로 떠나게 된 어머니는 아리를 시골 고향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보낸다. 수 년 동안 연락도 없었던 아버지와 지내라는 어머니의 일방적 통보에 아리는 반항해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어색한 아버지와의 만남 후 낯선 환경 속의 아리를 위로하는 것은 따뜻한 할머니와 소꿉친구 라라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는 힘든 아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겪게 된다. <참새>는 아이슬랜드 북부 해가 지지않는 피요르드의 여름을 배경으로 소년 아리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성가대의 일원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리는 조금은 소심하고 여전히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소년이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맞게 되는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성장 과정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거칠고 가혹하다. 겉으로는 아주 평온해 보이는 시골 마을이지만 내재된 인간 존재의 잔혹성은 아버지를 비롯한 주위의 아주 평범한 인물들에 의해 일상에 감춰진 폭력으로 재현된다. 경건한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아리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 후 아리가 겪어야 할 힘든 성장통과 대비된다. 성가대와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리라는 설정은 순수와 순결의 전형일 것이다. 교회의 하얀 천정에서 내려오는 카메라는 성가대를 비추고 마치 천사와도 같은 성가대의 모습은 현실 공간을 벗어난 듯하다. 그리고 아리는 이제 어머니의 곁을 떠나 아버지(라고 상징되는 어른의 세계)에게로, 엄혹한 현실로 들어서게 된다. 영화 도입부, 황량한 시골 비행장에 내린 아리를 태운 아버지의 차는 긴 터널을 지나 마을로 향한다. 자동차 안의 두 부자는 어색하고 굳어있다. 어둡고 긴 터널의 끝은 아리가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모든 것의 시작점이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뜨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며, 처음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들어가게 된다.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아일랜드의 자연은 아름다운 동시에 위압적이며 피요르드의 백야는 부드러우면서도 차갑다. 거의 고정된 카메라는 고요한 자연 전경을 주시하고 시골 일상의 정적 속에 인물의 시선은 서로를 비껴가고 미묘하게 엇갈린다.
풍경과 인물을 잡는 수평적 카메라 구도는 인물을 가두고 짓누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리의 고립된 상황과 사춘기 소년에게 곧 닥칠 동요와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삶을 공기가 인물들을 조여오는 듯하다. 무심한 듯 아리를 놓아버리던 고정 된 카메라는 아리가 처음으로 라라를 바라볼 때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이성에 대한 아리의 감정선을 표현한다. 진정한 인간적 관계를 갈망하는 시선으로도 읽힐 수 있다. 반면 술에 찌들어 사는 아버지를 찾아와 나무라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화면바깥에서 울리고 이를 바라보는 아리는 좁은 계단의 프레임으로 겹겹이 갇혀있다. 그리고 그 아래는 할머니의 뒷모습과 화면 바깥에 보이지 않는 아버지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단절이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정교한 연출이다. <참새>는 한 사춘기 소년의 삶과 성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 머물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술 중독, 실업, 배회하는 시골 바닷가 마을의 청소년들, 술과 마약과 섹스로 순간의 쾌락을 탐닉하는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어른들, 그리고 세대간의 단절... 감독은 자신의 고향이 아일랜드의 사회문제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이야기 속에 함축시켜 놓았다. 불안하고 부유하는 아리의 모습은 가혹한 현실의 은유일 것이다. 루나르손감독의 섬세하고 정갈한 연출은 아리의 감정선을 따라 조금은 진부할 수 있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영화를 관통하던 특별한 사건을 매개로 하지 않는 아리의 일상이 너무나 우연찮게 전복되어버리는 후반부는 그래서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술에 취해 잠든 아버지의 곁에 태아처럼 쪼그리고 눕는 아리의 모습이 그래서 더욱 아린다. <사진: 알로씨네> 프랑스 유로저널 전은정 기자 Eurojournal18@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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