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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서른 첫 번째 이야기
와인 파리2020(WINE PARIS 2020), 
빈엑스포 2020 (VINEXPO 2020)스케치 (2)


<지난호에 이어..> 두개의 큰 와인박람회가 같은기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는 것은, 참가자로 하여금 선택에 있어서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물론 행복한 갈등이다. 그만큼 아찔할 정도로 훌륭한 프로그램이 많아 어떤 시음 프로그램을 선택할까 하는 고민을, 행사가 진행된 3일 내내, 아침마다 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여파로, 눈에 띄게 중국인 바이어들이 많이 줄었다. 

행사 첫날 박람회장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는 친절한 젊은 여성 안내자들 뿐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젊고, 단정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환한 미소의 남성 안내자들도 곳곳에서 활기차게 안내를 하고 있었다.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와인 분야에서도 오늘날 훌륭한 여성 양조가, 와인 생산 책임자(Maître de chai)가 점차 증가 하는 것처럼 남녀의 성 고정관념에 따른 역할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박람회 기간 3일 동안, 주로 와인파리(wine paris2020)전시장에 머무르며, 여러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던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에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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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은, 독일과 가까운 프랑스 알자스(Alsace)지방의 화이트 와인 품종인 리즐링(Riesling)이 어떻게 그 지역의 떼루아 (terroir)를 반영하는지 설명을 듣고 시음을 통해 확인하였다. 때마침, 한국의 음력 설날이 지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일까? 강의를 들으며, 먼 이국땅에서 한국의 설날음식들을 떠올렸다.

리즐링은 백포도주를 만드는 포도품종으로, 대부분의 한국음식과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여름날의 보양식인 인삼이 든 삼계탕과도 잘 어울리고, 명절때 많이 먹는 생선전이나 야채, 두부를 곁들인 전, 혹은 김치를 속재료로 하고, 고기를 다져 넣어 만든 만두와도 잘 어울린다. 

필자가 적지않은 세월동안 비행기에서 일할 때, 외국인 승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중 하나가 비빔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모든 노선, 모든 클래스에서 다 리즐링이 탑재 되지는 않아 일단 다른 대체품을 서비스 하면서도, 승객이 하기할때 쯤, 작별인사를 하면서, 항상 그들에게 이말을 잊지않았다.

"손님! 여기서는 서비스를 못해드렸지만,  비행기에서 내리시면, 꼭 비빔밥과 함께, 잘 췰링(chilling)된 리즐링을 드셔보세요. 적극 추천합니다. "(만약, 연어비빔밥이라면, 가벼운 피노누아도 괜찮다는게 필자의 의견이다. )
 특히 마늘이 들어있는 김치를 식사와 곁들이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한국의 식문화를 생각해 볼 때, 리즐링이라는 품종은 한국인에게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리즐링의 화학 성분 중, TDN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이 성분은 석유(Pétrole)냄새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며, 추운 지방에서 생산되는, 주로 드라이하고, 미네랄한 느낌이 살아있는 리즐링에서 많이 발현된다. 배추로 만드는 김치는, 마늘과 함께, 배추가 발효될때 나는 약간의 '황'(Thiol)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고, 삼계탕 속의 인삼은 사포닌이라는 성분때문에 흙냄새를 띈,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한다. 

또한  간장의 짜고 시고 살짝 단맛이 합쳐진듯한 (동양인의 입맛에는 거부감 없이 느껴지는 맛이지만, 서양사람들이 간장 맛을 표현할 때, 돼지고기 가공품, 즉 샤퀴테리chacutérie 냄새 같다고도 하고, 생선이 오래되서 상한 냄새 같다고도 표현하는 것을 듣고, 동, 서양인의 감각의 차이가 크다는것을 느껴, 매우 놀란적이 있다.) 맛인 감칠맛을 와인 시음 분야에서는 우마미(Umami)라는 단어를 써서 분류하는데, 리즐링의 석유 뉘앙스는 이 감칠맛을 좀더 산뜻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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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클래스에서 소개된 여섯종류의 리즐링 와인은 모두 같은 와인 제조법으로 만들어졌었고, 단지 토양만 달랐다. 대부분 어떤 흙에서 자라느냐가 맛의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쥬산맥(Vosges)이 근처에 있고, 중심도시가 꼴마(Colmar)인, 알자스 리즐링은 13가지 다른 형태의 토양에서 만들어지는데, 토양성분, 포도원이 산 가장자리, 벌판, 혹은 언덕중 어디에 위치하느냐에따라서 햇빛을 받는 각도가 다르므로, 백포도주에서 중요한 요소인 신맛의 표현되는 스펙트럼이 다 달랐다. 

발표자였던 티에리씨에 따르면, 과일 뉘앙스가 강조된 리즐링 (Vin de fruit)은 과일향이 잔잔한 멋스러움으로(elegance) 표현되고, 정제되고 섬세한 산미가 특징으로, 알자스의 여러지역중, 화강암을 기반으로한 토양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하였다. 이와는 다르게, 과일보다는 바위의 미네랄뉘앙스가 강조된 리즐링( Vin de pierre)은 모래가 많이 섞인 사암질의 토양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고, 전자에 비해 조금더 날카로운 산미가 특징이라고 그는 설명하였다.

시음했던 여러가지 중, 화산성분의 토양과 조약돌 성분이 섞인, 높은 고도에서 만들어진, 한 와인이 지금까지도 인상깊게 기억된다. 햇빛을 잘 받아, 말린 과일향과 병존하여, 은은한 흰꽃향기, 한편으로는 불에 그을린듯한 강한 뉘앙스가 (fumé), 그리고 뒷맛은 침을 고이게 할 정도로 수직으로 치솟는 듯한 산미가 아주 매력이었다. 그런가하면, 백포도주임에도 불구하고, 적포도주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는 타닌이 느껴졌던 어떤 이색적인 리즐링도 있었다. 주로 진흙이 많이 포함된 토양에서 이런점이 발현된다고 한다

이밖에, 부르고뉴 와인관련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중  흥미로왔던 건, 흔히 알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의 4단계 등급 체계 속에  (부르고뉴 그랑크뤼, 마을 단위 등급 내의 프리미에 크뤼 등급, 마을단위 등급, 지역 단위 등급)들어있는, 좀 더 세분화된 분류체계 (AOC Régionales plus dénomination géographique, 다른 말로는 Bourgogne identifiés) 에 관한 강의와 시음이었다. 부르고뉴 7개의 원산지 명칭 통제(AOC)가 속해 있는, 지방 단위 와인 등급(régonales)안에 포함된 개념으로, 포도밭 구획의 경계가 보통의 지방단위 등급(Régionales)보다 훨씬 제한적이고, 포도 수확량도 적고, 포도 수확시(Vendanges) 당분의 함량이 좀 높은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개념이 비록 부르고뉴 지방단위 원산지 명칭 통제(AOC Régionales)범주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는 건, 전자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로 대표되는 이 지역의 포도 품종, 포도주 생산 노하우(know how), 부르고뉴의 지리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후자는 이보다 조금 더 명확한 토지 구획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라고 구분 될 수 있다. 

그래서, 후자와 관련하여 시음한 와인들에서는, 꼭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품종 뿐만 아니라, 이들과 일부분 혼합된 쎄자르, 피노 블렁, 피노 그리 품종도 시음할 수 있었는데, 적은 와인생산량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구획 내의 테루아를 한층 더 개성있고 또렷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외에 피노누아로 만드는 샴페인의 토양에 따른 맛의 변화와 그 연관성, 론 남부의 가성비 좋은 데일리 와인(가격이 비싸지 않고, 매일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생활속의 와인)으로 많이 언급되는 벙뚜 (Ventoux) 라는 장소에서 생산된  와인의 비교 시음,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우는 루아르(Loire)지방의 일부인 뚜렌(Touraine)의 네가지 타입의 토양(bournais perrucheux, perruches, aubuis, graviers)에서 생산된 소비뇽 블렁 ,가메, 카베르네 프랑, 꼿(côt, 흔히 말백)품종을 시음할 때, 우알리 (Oisly)라는 곳의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생산된 소비뇽블렁으로 만든 백포도주는 보통 규석(silex)이 많은 토양의 같은 품종의 것보다 섬세함은 못미치지만, 강한 힘과 개성을 지녔기에 인상적이었다.

또한 프르미에크뤼로 도약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보졸레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가메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부루이 (Brouilly)의 마스터 클래스도 토양의 다양성때문에 아주 흥미있었고, 보졸레 누보의 대중적인 이미지때문에 약간은 저평가하고 있던 가메(Gamay)라는 적포도주 품종의 다양한 표현방식이 놀라웠다.

그리고,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이라는, 와인 업계 최고 권위의 자격 소지자인 메튜 스텁씨가 진행했던 프랑스 남서부 토착품종 세미나, 포도 품종이 많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남부 이탈리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토종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맛보는 순서, 또 스페인 '카스티야 이 레온'의 와인 세미나도 높은 인기리에 진행되었고, 필자도 많이 배우고 왔다. 

와인의 세계가 이처럼 광대하기 때문에, '알면 알수록 더 알고싶고,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무지의 지각을 하게 되는게 와인을 공부하며 겪게 되는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이런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 뿐 아니라, '와인 모자이크'라고 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생산량이 적어 많이 유통되지 못한 와인, 지방색이 강한 특이한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을 소개하고 시음하는 프로그램도 인기였는데, 여기서 소개된 스위스 와인들과 토착 포도 품종, 알프스 인근 사부아(Savoie)지방의 와인, 아흐데쉬 (Ardèche)지방의 세 가지 와인중, 특이하게 밤냄새가 느껴졌던 이색적인 와인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제라드는 베르트랑씨의 '오가닉 와인토크'도 빼곡한 관중들속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져, 오가닉 와인에 높은 관심을 체험할 수 있었다.

행사 마지막날,  웃고 있는 호랑이를 형상화한 와인 에티켓과, (보통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용맹스럽게 표현하는데, 순하게 웃고있는 호랑이의 에티켓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전시대에 붙은 아름다운 흑백 사진에 끌려 우연히 시음하게 되었던 보르도 사토 조방뜨(château Jouvente, AOC Graves)의 젊고 야심찬 와인 생산자 뱅자망(Benjamin Gutmann)씨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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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와인이란, 끊임없이 뭔가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죠. 뭔가를 하고싶도록 만드는거, 그게 어떤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어요. 뭔가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와인이라면, 그것은 더이상 좋은 와인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요 ? 제 와인에 쓰인 <샘>이라는 단어와(la source) <청춘> 이라는 단어(Jouvente)처럼, 제가 만드는 와인이 모두에게 <청춘의 샘>이 되어, 끊임없는 예술적 영감과 영원히 지치지 않는 청춘의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와인을 만든답니다.”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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