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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20.09.30 00:03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40) - 와인의 품질(qualité)과 등급체계에 관한 생각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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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40) 와인의 품질(qualité)과 등급체계에 관한 생각들 (1) 성년의 나이를 넘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쯤 잊지못할 경험들을 간직하고 산다. 필자도 그렇다. 앞으로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그 '잊지 못할 경험'이란, 무덤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 갔던 경험, 그러니까 오래 전, 이집트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봤던 일은, 지금 생각해봐도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머릿속에 지식으로만 알고있던 피라미드의 존재를 , 막상 '실재'의 피라미드와 만나던 그 순간, 어렴풋이 품고 있던 환상이 깨지는 데는, 채 일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피라미드는, 그냥 돌덩이를 쌓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 먼 옛날, 그 무거운 돌덩어리를 정확하게 각 맞춰 잘라서 , 이처럼 먼 거리까지 운반하고, 무게 중심을 잘 맞춰 종이 한 장 들어갈 틈없이 쌓아올릴 정도로 발달했던 고대인의 지혜에, 잠시동안 머리가 숙연해 진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지, 외관은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덩그러니 서있던 그냥 돌덩어리들.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중간에 뚫어놓은, 개구멍같은 작은 입구로 경사가 급한 곳에 계단같이 설치된 나무디딤대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밞아, 몸을 최대한 낮추고, 기어가듯 내려가면 마침내, 피라미드 내부에 도착하게 된다. 신기했던건, 내려가는 길 정확히 같은 지점 천장에도 똑같이 대칭으로 계단이 만들어져있었던 점이다. 무슨 생각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천장에 계단을 만들어 놓았을까? 무중력 상태, 혹은 외계인이라면 이용이 가능할 법한 천장 위의 계단은, 그 누구를 위한 것 일까? 피라미드 내부는 텅 빈 몇개의 방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둡고, 서늘하면서 축축한 느낌. 젖은 종이상자 냄새, 곰팡이 냄새, 이끼냄새같은 것 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 와인을 보관한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얼마전, 부르고뉴의 한 포도원 지하저장고를 방문했을 때, 와인이 지하에서 익어가며 나는 냄새를 맡으며, 기억속에 박제 되었던 피라미드의 추억을 떠올렸다. 지하에서 숙성중인 와인 / 사진: 서연우 피라미드 안, 텅 빈 주인없는 방은 과거의 영화가 무색하게 적막만이 감도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관광객들의 몸을 더듬고, 소매치기하는 좀도둑들을 조심하라는 안내자의 말을 듣고 텅 빈 방들을 희미한 불빛에 기대, 어둠을 뚫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빛바랜 파라오의 영광을 되새김질 하다가 다시, 들어왔던 개구멍으로 기어올라가 세상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십 수 년이 흐른 어느날, 또 그 피라미드에 갈 일이 생겼다. 갑자기,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사이, 피라미드 안은 과연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피라미드 안을 개방하는 일이 없을거라고 했다. 작은 입구는 언제 열려있었냐는듯 입을 꾹 다문 죽음의 사자처럼 굳게 닫혀있었고, 그렇게 과거는 어젯밤 꾼 꿈의 한 조각처럼 봉인되었다. 와인을 공부하다보면, 이 '피라미드'형태의 그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회학에서 계층을 설명할때, 피라미드를 이용하듯, 와인의 등급을 설명하는데도 밑으로 갈 수록 넓어지는 피라미드는 무척 효과적이다. 와인의 등급이 만들어진것이 와인의 질을 표시하고, 관리하는게 목적있었다면, 이 '피라미드'같은 체계는, 과연 완벽한 것 일까? 좋은 와인이라면 반드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 그렇다면, 피라미드라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스스로 들어가길 거부한 와인들은 다 질이 낮고 가치없는 와인인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밀려온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같은 구대륙 와인들은 모두, 저마다의 피라미드식 등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와인의 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부의 '관리'하에, 법적으로 체계화 시킨 최초의 국가다. 떼루아(terroir)와 세파쥬(cépage :포도 품종)는 와인 피라미드를 이해하는 기본이 되는, 양대산맥이다. 이 두 가지 개념들은 시대에 따라, 때로는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이해되어왔다. 떼루아(terroir)는, 서기 1200년 경, 중세 봉건시대의 정치적인 이유(지리적으로 영역을 제한하는 개념)에 의해 탄생된 개념인데, '테루아에 의거한 와인'이라함은, 오늘날에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던 말이었다. 왜냐하면, 초기에 떼루아는 땅과 연관된, 협의의 지역적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피노누아 품종의 적포도주로 '꼬뜨 드 뉘'의 '본 로마네 마을'안의 조그만 모노폴(monopole)인, '로마네 꽁띠'밭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디종의 와인(vin de Dijon)', '본의 와인(vin de Beaune)'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표현하였다. 모노폴(monopole) 모노폴은 와인의 품질을 표시하기보다는,희소성과 만든이의 개성을 잘 표현한다. 사진은 부르고뉴 머큐리의 클로데 푸르노(Clos des Fourneaux)라는 모노폴에서 생산된 적포도주 / 사진: 서연우 이유는 ,각 도시안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에서 나온, 부산물의 개념으로 와인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의 떼루아란 땅, 영토와 관련된 지리적 개념, 행정구역의 범위내에 있는, 도시(ville)를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와인을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한다는 점이 그때와 다르고, 그러므로 현대에는 떼루아가 더이상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떼루아보다 좀 늦게(1360년) 와인의 질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포도 품종(cépage)의 개념이 부각되었다. 쥐벼룩에서 나온 병균이 원인이 되어, 중세에 수 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흑사병'의 대 재난이 덮치던14세기 말, 특히 알자스 지방에서 세파쥬는 와인의 질을 표시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360년대 이전까지는, 포도 품종의 개념이 특별히 없이, 포도의 특징을 단순히 포도 색으로만 구분하였다. '모리앙' 이라는 말은 , '피노누아'라는 말이 없던 시절에 중세때 부르고뉴 근방의, 적포도를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피노누아'로 대체되었다. 그에반해 '프로멍뗄'은 알리고테라는 말이 없던 시절, 청포도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그 후 프랑스에서, 와인 무역을 각 도시의 재량하에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18세기(1770년 경, 와인 상업 자유화에관한 '터고'의 문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에, 귀족과 부르주아의 고급스런 맛의 취향, 자본력과 결합하여 와인의 질이 훨씬 좋아지게 된다. 수요가 없는 공급은 있을 수 없듯, 끊임없이 세련되어지는 입맛을 만족 시키려면, 와인의 질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했다. 부르고뉴의 클리마(climat) / 사진 : 서연우 이미17세기에 샹베르탱(chambertin)을 필두로, 클리마(climat)라는 개념이 부르고뉴 꼬뜨 도르(Côte d'Or)에서 와인의 질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로 등장하였고, 소유자를 기반으로 한 샤토(château )중심의 보르도, 메종(maison)에 기반한 마크중심의 상파뉴(champagne)라는 이 삼두마차는, 19세기 후반 전 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던 고품질 와인에 관한 개념이있으며, 역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보르도의 샤토 / 사진: 서연우 <다음호에 이어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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