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사브리나가 읽어주는 오페라 이야기 20
리하르트 쉬트라우스(Richard Strasuss)의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
1. 인사말
독자 여러분, 계절이 바뀔때 기관지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에 많이 그런 거 같아요. 나무들은 초록색으로 싱싱하게 5월을 보내는데, 독자 여러분도 건강한 6월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바그너 이후 가장 뛰어난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수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1896년에 발표한 교향곡으로도 유명합니다. 십대때 즐겨 듣던 기억이 있는데, 이 교향곡은 철학자 니체가 쓴 책을 모티브로한 것이지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삽입곡으로 쓰지요. 살로메, 엘렉트라, 그림자 없는 여인 등도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장미의 기사에 관하여
장미의 기사라는 뜻은 이 오페라에서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전과 귀족 사회의 관습으로 약혼하는 여자에게 결혼 신청을 하는 징표로 은으로 된 장미꽃을 보낼때 그것을 대신 전달하는 기사(대리인)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공의 이야기이며 실제 현실에서 18세기에 이런 풍습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3. 작곡가 리하르트 쉬트라우스 (Richard Strauss, 1864 -1949)와 장미의 기사에 관하여
그는 1864년에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태어났습니다. 독일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이자 지휘자입니다. 그의 여러 오페라 중 대표작으로 알려진 '장미의 기사'는 슈트라우스가 47세에 작곡한 것으로, 그의 음악에서 전환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페라 '살로메' 다음 작품이었는데 살로메처럼 관능적인 것이 아닌 명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희극 오페라이며 많은 모티브( Motive)를 사용하여 배역들의 성격을 묘사했고 화성 (Harmony)과 오케스트레이션(오케스트라 사용)이 개성 있고 그가 의도했던 모차르트 풍의 가벼운 느낌도 성공적으로 첨가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슈트라우스가 '엘렉트라'를 작곡하고 있을 때, 다음에는 모차르트풍의 오페라를 쓰자고 계획했습니다. 대본가 호프만스탈도 모차르트 풍을 쓰는 데 동의하고 슈트라우스와 함께 남장여자가 주인공인 밝고 가벼운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제안했습니다. 대본은 어느 정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처럼 보이는 희극적 대본 인데 비해, 음악적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악기활용과 성악적스타일 은 바그너의 악극(Music Drama) 풍이라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쉬운 관현악 스타일이라 해도 연주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평입니다.
호프만 스탈이 하리 캐슬러(Harry kessler) 백작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캐슬러가 가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시종장 케빈힐러 메트슈(Johann Josef Khevenhuller- Metsch) 공작의 일기를 읽은 것이 대본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일기는 1742년에서 1749년까지 오스트리아 왕실과 귀족의 생활상을 이해하게 하여 이 오페라 1막의 장면 묘사에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4. 대본가 폰 호프만스탈과 장미의 기사에 관하여
그는 이미 슈트라우스를 위해 오페라 '살로메', '엘렉트라' 등의 대본을 썼던 대본가였습니다. 베를린의 가르미슈에서 1908년 5월에 장미의 기사 대본 쓰기에 착수해서 1910년 10월까지 써 출판 했습니다.
이 대본을 쓸 때에 프랑스 희곡들, 쟝 밥티스트 포궤랭 (Jean-Baptieste Poquelin 1622-1673, 포퀘랭은 사실 루이 14세 시대의 유명한 극작가 몰리에르의 예명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사람이죠)의 프르소냐크씨(Monsieur de Pourceaugnac 1669), 프랑스의 쟝 밥티스트 드 쿠브레( Jean- Baptieste Louvet de Couvrai 1762-1797)의 '포브라스 장미의 기사의 사랑(Les Amours du Chevalier de Faublas 1787) 등을 참고로 했습니다.
특히, 쿠브레의 소설은 연극으로 만들어져 1787년 부터 2년동안 파리에서 이미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여주인공 역의 로도이스카(Lodoiska)는 왕궁 전속 보석 세공인의 부인으로 실제로 작가 드 쿠브레와 염문이 있었다고 하며, 호프만스탈은 외가에 헌정했다고 합니다.
5. 초연
독일어로 쓰여져 독일어로 초연되었고, 총 상연 시간은 3시간 30분이니 꽤 긴 오페라지요?
1911년 1월 26일, 독일의 드레스덴 젬퍼오퍼(Semperoper; hofoper 호퍼오퍼) 궁정 가극장에서 라인하르트의 연출과 에른스트 폰 슈흐의 지휘로 초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당시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관중들이 매혹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모차르트나 베버(Weber) 등과 달라서 꿈꾸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112명의 대형 오케스트라를 쓰고 그중 19명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하게 하여 관현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유려함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나 인기가 좋아서 비엔나에서 공연 가극장이 있는 드레스덴 까지 이 공연을 보러 가는 관객, 팬들을 위해 특별 기차를 운행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초연 후 50여 회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독일의 베를린, 체코의 프라하, 독일의 바이에른,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등에서도 상연되었습니다.
초연 때의 가수들은 마르샬린 역에 소프라노 Margarethe Siems, 옥타비안 역에 메조 소프라노 Eva von der Osten, 소피 역은 소프라노 Minnie Nast 였습니다.
6. 시대와 배경
1740년대. 마리아 테레지아 여황제의 통치 시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7. 간단한 줄거리
18세기 비엔나. 공작부인(마르샬린)의 젊은 애인 옥타비안은 공작부인의 부탁을 받고 오크스 남작의 청혼을 대리하는 장미의 기사가 되어 벼락 부자 신흥 귀족인 폰 파니날 가문의 딸 소피에게 장미를 전해주다 서로 반하여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옥타비안은 여자로 변장하여 호색함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방탕한 남작을 골탕 먹이고 사랑하는 소피와 결혼하게 된다는 희극적인 이야기입니다.
8. 주목해서 들으실 유명한 아리아
Ein ernster Tag / Ein grosser Tag / Mein lieber Hippolyte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g" (공작부인 마르샬린)
Di rigori armato il seno (이탈리아인 가수)
Mir ist die Ehre widerfahren
장미를 주는 듀엣(Duet) (옥타비안, 소피)
Marie Theres / hab mir's gelobt
트리오(trio) (옥타비안, 소피, 공작부인)
Ist ein Traum / spur nur dich
듀엣 (옥타비안, 소피)
9. 유명 지휘자들과 '장미의 기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장미의 기사로 여러 개의 음반을 남겼습니다. 1956년에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녹음, 찰츠부르크에서 비엔나 필 과의 공연 실황, 1982년 비엔나 필과의 녹음을 남겼습니다.
조지 솔티는 1968년 비엔나 필과의 녹음을, 그리고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등이 음반을 남겼습니다.
10. 유튜브
독자 여러분께서 유튜브로 위에 소개해드린 독일어 원어 제목으로 찾아보시면 다양한 지휘자와 오페라 가수들의 연주와 실황을 보실 수 있으니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11. 등장인물
Marie Therese von Werdenberg: 육군 원수 베르덴베르크 공작부인 마르샬린(Marschallin), 마리 폰 테레즈 (소프라노)
옥타비안(Octavian): 로프라노 백작, 공작부인 마르샬린의 젊은 연인, (소프라노 또는 메조 소프라노)
오크스 폰 레르헤나우 남작: 마르샬린의 사촌 (베이스)
소피(Sopie): 폰 파니날의 딸 (소프라노)
헤르 폰 파니날: 소피의 벼락부자 신흥귀족 아버지 (바리톤)
마리안네(Marianne): 소피의 가정부 (소프라노)
발차키(Valzacchi): 이탈리아인 모략가 (테너)
안니나(Annina): 발차키의 조카, 비즈니스 파트너 (콘트랄토)
공증인 (베이스), 이탈리아인 남자 가수 (테너), 세 명의 귀족 고아들 (소프라노, 메조, 콘트랄토), 여성 모자상인 (소프라노), 애완 동물 행상인 (테너), 파니날의 집사장 (테너), 경찰 조사관 (베이스), 마르샬란의 집사장 (테너), 각각 4명씩의 하인과 웨이터 (테너와 베이스)
그 외 모하메드 공비의 흑인 시종, 플루트 주자, 요리사·미용사와 그의 조수, 학자, 여인숙 주인, 귀족 미망인, 하인들, 고용된 사기꾼들, 아이들 관리 장관들
12. Synopsis (세부적 자세한 줄거리)
1막 마르샬린의 침실
육군 원수 부인 마르샬린은 남편이 사냥을 가서 집을 비운 기회에 17세의 젊은 귀족 옥타비안 백작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언제 귀가할까 불안해 할 때 초콜릿 쟁반을 든 하인과 마르샬린의 사촌 오빠 오크스 남작이 등장하는 발걸음 소리에 마르샬린은 옥타비안을 숨깁니다.
숨어 있던 옥타비안은 시녀로 여장을 하고 나타나는데 오크스 남작이 그를 보고 반합니다. 그러나 사실 오크스 남작이 마르샬린 을 방문한 이유는 그가 신흥 귀족의 딸과 결혼하게 되어 장미의 기사를 구하는 일을 의논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마르샬린은 장난기가 발동하여 옥타비안을 추천합니다.
2막 폰 파니날의 저택
신흥 귀족 파니날의 저택에서 장미 헌정식이 열리고 옥타비안이 장미의 기사로 나타나 파니날의 딸인 소피에게 화려한 은장미를 헌정합니다. 소피와 옥타비안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소피는 그에게 반합니다. 소피는 청혼자인 오크스 남작의 여러 가지 비상식적인 매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옥타비안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때 오크스 남작은 소피의 감정과 상관없이 억지로 데리고 가려 하자 옥타비안은 오크스와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3막 빈근교 호텔의 방
이 사건 이후로 옥타비안은 오크스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오크스 남작이 하녀로 변장했던 자신에게 반했던 것을 이용하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시녀로 변장을 하고 나타난 옥타비안을 보고 호색한인 오크스 남작은 옥타비안에게 사랑한다면서 침대에 눕힙니다. 하지만 어쩐지 옥타비안과 하녀가 닮은 것을 느끼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때 아니나, 파니날, 경찰, 소피 등이 나타나 이중 결혼 이라면서 남작을 공격하며 이 기회를 핑계로 소피는 파혼을 선언합니다. 마침내 소피와 옥타비안은 공식적인 연인이 되는 해피엔딩입니다.
13. 에필로그
당시 장미의 기사는 귀족들의 권위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내용이라 베를린 상연때는 마르샬린과 옥타비안의 침실 장면을 비롯해 오크스 남작이 여자만 보면 방탕한 접근을 하는 대사 등등, 몇몇 장면이 삭제되었다고 해요.
18세기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치하에 귀족들의 사치와 방탕이 절정이었다고 합니다. 비엔나의 낮과 밤은 화려한 파티와 오페라 공연을 열었고 탐미적인 취향의 남녀 귀족들은 애인을 두고 애정행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18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한 희극 오페라의 탄생은 재미 있지요.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서 마르샬린은 합스부르크 왕족으로서 공주(Princess)라는 칭호까지 있지만, 역시 왕족이자 대원수 군사령관인 베르덴베르크 공작과 결혼하여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젊은 애인 옥타비안과 즐기고, 남편인 공작은 사냥을 핑계로 여자들과의 헌팅과 술파티를 즐깁니다. 이러한 최 상류를 풍자하는 내용의 오페라가 쓰여지고 상연된 것을 보면, 오페라 내용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문학과 연극, 음악 등의 예술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가 참 감동적이지요.
독자 여러분께 비극적 사랑이야기의 오페라만 많이 소개시켜 드렸기에 분위기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인생은 비극만도 아니고 희극만도 아니지만 때때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삶을 바라보게 하는 게 예술에 묘사된, 예술로 표현한 이야기들 아닐까요?
'장미의 기사', 한 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
Sabrina SDHY Park Kim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작곡가 연주가 시인
- Ulster대 Music과 Institurion of Education University of London PGCE 수학
- 중앙대에서 작곡과 피아노 졸업
- 연세대 교육대학원 졸업
- 18권 작곡집 시리즈 발간 작곡집 CD 발간
- Hounslow Music Service 에서 학생지도
- 재영한인예술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