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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9.03 18:44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1): 그것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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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22-1.jpg 

감독 : 최성현

주연 : 이병헌(김조하), 윤여정(주인숙), 박정민(오진태)

특별출연 : 한지민(한가율)

개봉 : 2018년 1월

 

누구나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인간은 누군가의 세상에서 살면서 그 한쪽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한다. 이것을 사회학적 용어로 이해한다면 인간을 일컬어 사회적 동물이라 구분 할 수 있다. 내 세상에 다른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세상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은 땅을 딛고 살았던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 세상을 그려냈다. 나만의 세상을 확장하기 위해 힘을 동원하여 다른 세상을 굴복시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존재 자체를 없애기도 한 것이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세상에서 인류는 그렇게 얽히고 설켜 서로를 의지하거나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세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 것이 역사의 증언이다. 독재자들은 자신의 왕국을 영원히 유지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았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의 왕국을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고 모래 속에 묻혀버리기도 하고 기록을 찾을 수 없는 거대한 돌덩이로 남아 있게 된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자기 세상에 갇혀 사는 세 명의 사람을 코믹하게 다룬다. 물론 등장인물은 더 많다. 그들 나름대로 꿈꾸는 자기 세상을 이야기하기에는 지혜의 제한이 있다. 세 명의 세상은 각각의 주인공 조하(이병헌), 진태(박정민), 가율(한지민)이다. 조하는 38살 불혹을 앞둔 전직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다. 권투 황제인 무하마드 알리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현직 선수의 스파링 상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선수를 다운 시켜 결국 잘리게 된다. 몇 푼을 받아 나오는 길에 고급승용차에 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운전자 가족으로부터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돈을 뜯어내는 상습범이라는 말에 자리를 막차고 나간다.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면 20만 원을 준다는 이종격투기 스파링에서 발차기 한방으로 다운된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이 그의 현직 직업이지만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강인한 사나이다.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를 만나고 동시에 아버지가 다른 동생 진태를 만난다.

 

동생 진태의 세계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그만의 난해한 세계에 갇힌 자폐증 환자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결국 말기 암으로 숨을 거두게 된다. 거친 삶을 살았던 주인공에게 동생의 피아노는 그의 영혼을 뒤 흔들어 놓게 된다. 진태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지만 쇼팽의 여제라 불리는 한가율의 영상을 보고 스스로 배웠다. 88개 건반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 그만의 세상을 건설했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피아노 레슨을 받아온 적이 없지만 유튜브를 통하여 그는 그녀의 피아노실력을 뛰어 넘어 서게 된다. 가율 역시 그만의 세상에 갇혀 살고 있다. 부유한 가정이지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이후로 피아노와는 담을 쌓고 자기만의 힘든 세상에 고립된다. 그러나 우연찮은 교통사고로 조하를 만나게 되고 이후 진태를 만나면서 그녀만의 갇힌 세상의 담을 헐어버리게 되고 그녀가 꿈꾸었던 세상을 완성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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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가 이해하는 세상은 어렸을 때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매질을 당하고 어머니조차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그가 이해하는 세상은 비뚤어져야 했고 타인의 세상과 싸워야 했던 불운한 삶을 살았다.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 부자 관계를 끊어 버리고 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오는 날 자신이 맞았던 매를 아버지에게 갚겠다며 눈물로 협박을 하는 그의 돌덩이 같은 마음을 그 무엇으로도 굳혀진 그만의 세상을 침범할 수 없었다. 그와는 반대의 삶을 살았던 한가율의 세상,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세상과 담을 쌓을 뿐 아니라 피아노와 담을 쌓아 자기만의 세상에 스스로 갇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상은 결코 만날 수 없으며 공유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그들의 세상은 높게 담을 쌓았으며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수렁과도 같았다. 그러나 진태의 피아노 전율은 서로의 담을 허물어트린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가 서로 만날 때 상생하여 세상에 감동을 준다.

 

세상에 개봉된 모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는 영화는 환호 받는 영화보다 더 많다 해도 옳을 것이다. 현대 영화는 오락성을 뛰어 넘어야 한다. 그러면서 오락이 담겨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영화는 단지 오락성만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영화를 통하여 사람들은 충분한 동기를 얻게 된다. 동기는 무언가를 새롭게 출발하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서 영화관을 나올 때쯤이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영화를 찾기 위해 영상여행을 즐기게 된다. 영화에서는 단순한 동기를 부여해 줄 뿐이다. 실상 그렇게 얻어진 동기가 지속되게 하는 것은 영화의 힘이 아니라 자기만의 세상에서 형성된 습관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출발하게 하는 힘이 동기라면 그것을 지속하는 힘은 습관이다.” 이는 <최고가 되라>의 저자인 ‘에릭 라르센’(Erik Larssen)의 조언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도 아니다. 자기만의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에게 아픔이요 고통으로 맺혀진 진주와 같다.

 

작은 모래알갱이가 조개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조개의 부주의 일수 있지만 산다는 것은 생각지 않은 함정으로 스스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조개는 모래알갱이로 고통 한다.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칼슘분비액을 뿜어 모래알을 감싼다. 조개의 고통은 곧 진주가 된다. 진주는 곧 조개의 고통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인생도 그러하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진주를 탄생시켰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면서 감동을 주고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만이 내 세상>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민초들을 통해 만들어진 진주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통이 큰 만큼 진주는 더 밝고 영롱한 빛을 낸다. 그러나 모든 모래알갱이가 진주가 되지 않으며 또한 진주조개라 하려 진주를 품어 키워낼 수 없다. 삶에서 오는 고통을 자신의 눈물과 땀, 피 흘림의 진액으로 감싼 고통은 다른 세상에 감동을 주게 하는 나만의 진주가 된다. 내가 그려내는 그 세상에서 만들어진 진주는 다른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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