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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03.11 21:32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1)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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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1)
달콤한 인생 



42-1.jpg

감독 : 김지운 
주연 : 이병헌(김선우), 김영철(강사장), 신민아(희수), 황정민(백사장)
개봉 : 2005년 4월 1일


바람, 그것은 꿈이었던가?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음악이 흐른다. ‘유키구라모토’의 로망스를 현악기로 연주한 것이다.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바람에 흔들리는 주인공 선우의 마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 바람은 존재하지 않는 여인 '희수'를 향한 연모였다. 지극히 평범한 여인, 그러나 그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이슬을 먹고 무지개 속에 살고 있는 존재할 수 없는 여인이었다. 단 한순간의 생각 속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한 여인이었다. 인간은 꿈을 꾼다. 꿈을 통해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동물은 꿈을 꾸지 않는다. 그것은 이루고 싶은 욕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꿈을 꾼다. 잠 속에서 얻어지는 꿈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인생의 길목에 유익한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 2005년에 개봉된 <달콤한 인생>은 주인공 선우의 꿈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영화는 생각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최상의 인문학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환경 결정론(environment determinism)이라 주장이 가능하기도 한다. 환경은 또 다른 의미로 문화라 할 수 있다. 문화는 존재하는 것을 극화시키는 것이요, 존재를 규정하기 어려운 세상을 보이는 영상의 세계로 현실화 시켜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이 또한 그러하거니와 보는 관객 역시 영화와 동화되기 위해선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 관객의 마음상태에 따라 해석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논픽션(nonfiction)일 경우에도 실존했던 주인공을 영화를 관람하는 개체의 관객과 대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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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결정론을 이야기할 때 영화를 빼놓을 수 없게 된다. 문화 결정론은 현시대에서 과거를 이해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이순신 장군을 본적이 없다. 몇 줄의 글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서 영상화 하였다. 거북선의 생김새, 외세와 맞서 싸우는 용감한 이야기들, 당시 군사들의 복장과 음식, 그들의 대화의 주된 관심사, 말을 타고 지날 때마다 비쳐지는 거리의 풍경들, 이 모든 것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몇 가지 결정적 단서들로써 3차원적 시각으로 재현해낸 것이다. 100년이 지난 후에 현대의 후손들이 지금의 시대를 영화화 할 것이다. 그들은 영화를 통하여 이 시대 문화를 결정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드라마를 통하여 이순신 장군 시대의 문화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결정론에는 약점이 다분히 숨겨져 있다. 이 시대에서 이해하고 있는 이순신 시대의 문화와 100년 후에 이해하게 될 이 시대의 문화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잘 꾸며진 사극일지라도 그 시대의 사람 중 한 사람만이라도 살아온다면 역사적 고증은 상당한 부분들이 거짓임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백년 후의 후손들이 지금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것 역시 그러할 것이다. 

<달콤한 인생> 사람들은 누구나 달콤한 인생을 꿈꾼다. 그렇다면 과연 달콤한 인생이란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정답은 모른다. 왜 일까? 그 기준이 내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비추어진 어떤 삶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자동차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좋아한다. 좋아할지라도 내 안에 설계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만들어져 나오는 제품군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할 뿐이다. 우리가 입는 의복도 그러하다. 살고 있는 모든 일상적인 삶에 관한 것들이 그러하다. 직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달콤한 인생이란 누군가의 삶을 모방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그러한 현대인들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내 안에 자리 잡힌 사고의 틀에 의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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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김선우는 호텔 매니저이다.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실존하지 않는 장면들을 연출해 낸다. 모든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 선우의 꿈속에서 얽힌 이야기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창밖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꿈속으로 자신의 인생을 밀어 넣는다. 이룰 수 없고, 오를 수 없는 일들일지라도 꿈속에서는 순식간에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그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절대 강자 보수와의 한 판 승부를 벌인다. 꿈이기에 그 승부는 선우의 손을 들어준다. 보수인 강사장은 주인공에게 애매한 질문을 한다. "왜 그랬냐 ! 무엇 때문이야?" 알 수 없는 질문이다. 무엇을 위한 질문일까? 의아해 한다. 영화의 갈무리는 오히려 주인공은 보수에게 묻는다. "왜 그랬어요! 대답해 봐요?" 결국 보수는 자신의 쌓아 올린 명성은 선우가 겨눈 총구에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꿈도 끝이 난다. 

선우는 자신만의 울타리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단편이기도 하다. 그는 오직 한 사람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넘볼 수 없는 보수의 연인 '희수'다. 그 사람은 취할 수가 없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마치 1969년 노벨수상자인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인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희망 없는 희망에 얽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선우는 자신의 쏜 총에 자신이 맞는다. 물론 타인이 쏜 총이지만 적어도 선우는 총에 맞아 죽으면서 자신을 저격한 젊은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쏜 총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죽음의 목전에서 그는 전화기를 집어 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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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의 표현대로 한편의 꿈이었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은 위대하지 않다. 과거 우리의 모습은 꿈만으로도 주변의 환심을 살 수 있었던 어리석음의 담 장 안에 살고 있었다. 내 어렸을 적 항상 꿈만은 소년으로 불려졌다. 그래서 같은 또래들이나 선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꿈들은 지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향에 가길 두려워하고 있다. 당시의 꿈이 현실로 나타났다면 지금의 삶은 필연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사고 의식은 언제나 과거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어떠했는데 하며 혀를 차는 의식의 틀이 깨어지지 않는 한 언제나 비좁은 울타리 속에 갇혀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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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는 스스로 파 놓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완벽한 삶을 추구하려는 그의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세상은 그러한 이들의 마음에 돌을 던진다. 주인공 역시 그 돌에 맞았다. 죽음의 목전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는 그러한 탈출을 스릴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에게 들려진 모든 것들은 무기가 된다. 핸드폰 배터리, 드럼 통, 불타는 나무,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위기에서 스스로를 건져낸다. 그의 몸부림은 세상의 악함과 싸우려는 정의를 하수같이 흘러 보냄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내면적 싸움이었다. 내면의 싸움을 조금은 실감나게 주변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자신의 꿈이 월등함을 비교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싸움은 끝이 난다. 그러나 자신은 여전히 창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커피를 마시며 만족한다. 결국 선우의 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와 전쟁을 벌인 보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룻밤에 펼쳐진 꿈의 향연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에 그는 스스로를 달콤한 인생이라 부르게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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