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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의 IT 융합 칼럼
2017.12.19 07:38

4차 산업혁명과 차세대 카메라 기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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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차세대 카메라 기술 #1

현대의 기술 발달 속도는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보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어 있고, 핸드폰만 하더라도 이제까지 출시된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신세대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1990년대 후반 최초의 보급형 개인용 통신장치인 삐삐를 차고다니던 세대에게는 15년만에 스마트폰으로 업그레이드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당시 삐삐 음성 메세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마다 줄을 길게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고, 공중전화부스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뒷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영리한 사람들은 전화번호가 표시되는 부분에 0027 (땡땡이 치자), 1010235 (열열이 사모합니다) 등의 암호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는데, 때론 모르는 암호코드가 와서 친구들과 해독하느라 애를 먹던 기억도 나고, 엉뚱하게 해석했던 해프닝도 이젠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이러한 눈부신 기술 발달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기술 발달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전자 제품도 있는데, 필자는 그러한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카메라를 꼽고 싶다.

아래 왼쪽 사진은 178년전인 1839년에 만들어진 Daguerreotype 이라고 하는 최초의 카메라이고, 오른쪽 사진은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이다. Daguerreotype에서 금속으로 돌출된 렌즈부와 나무로된 카메라 몸체는 디지털 카메라와 흡사한 생김새이다.

핵심적인 기능인 피사체의 2차원 형상을 사진속에 담는 것도 동일하다. 물론 현대의 디지털 카메라는 과거 필름 카메라의 필수 과정인 사진 인화 과정없이 편리하게 디지털 사진을 얻을 수 있고, 동영상 촬상 기능, 자동 초점 조절 기능등 많은 세부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피사체로부터 반사된 빛의 세기를 2차원 공간에 저장하는 핵심적인 기능면에서는 대동소이해 보인다. 카메라가 우리 일상 생활이나 현대 기술에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매우 놀라울 정도로 느린 기술 진보가 아닐까 싶다.

핸드폰에 달린 카메라 덕분에 현대인중 카메라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며, CCTV 카메라, 노트북 또는 태블릿용 카메라, 로봇청소기, 차량용 카메라, 생산 설비나 공장 로봇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품중의 하나가 카메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Daguerreotype.jpg   samsung.JPG   lytro.JPG

카메라의 변천 - 최초의 카메라(좌), 디지털 카메라(중), Lytro 라이트필드 카메라(우)

그렇다면 왜 카메라의 기술 발달은 느린 것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대다수 사용자들이 현재 카메라 기술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논리와 유사하게 소비자의 니즈가 강할수록 기술의 발달 속도도 빠르다. 카메라 기술에 있어서 소비자의 불편함이 컸다면 기술 발달이 더 빠르게 일어났을 것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의 전환은 급격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 이후의 기술 발달은 화소(필셀)수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제는 화소수가 너무 많아져서 SNS에 올리기 위해 화소수를 다시 줄이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불편한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불편함은 공들여 포즈를 취하고, 멋진 배경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안맞아서 사진을 못쓰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은 자동 초점 기능의 발전 및 여러 장을 반복해서 찍는 사용자들의 셀프 학습 효과로 이러한 문제가 사용자들에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니면 고가의 카메라나 사진사라는 전문가를 의식하여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찍는 영상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낮게 설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사진을 찍은 다음에 초점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가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아 보인다. Lytro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라이트필드 (Light Field) 카메라는 Refocusing이라는 기능을 갖는 차세대 카메라로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화면에 표시된 영상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에는 원하는 피사체를 선택하고 화면을 터치하여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더 이상 초점 조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라이트필드 카메라는 내부에 약 10만개의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를 장착하여 피사체에 대한 4차원 정보를 획득하기 때문에, 영상을 찍은 다음에 초점을 A물체에 맞췄다가 B물체에 다시 맞추는등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며, 모든 물체에 초점이 맞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가격도 10만원대 제품에서부터 100만원 이내의 제품까지 일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화소수가 매우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SNS에 올리기에는 충분한 크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세대 카메라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는 화소수와 초점이라는 두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화소수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의 화소수가 꾸준히 증가해온 것처럼 차세대 라이트필드 카메라의 화소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어느 시점에서는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기술 전환이 이루어진 것처럼, 디지털카메라에서 라이트필드 카메라로의 전환도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김재완 사진 20170717.jpg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김재완 (Jaewon Kim)

jaewonk@media.mit.edu

http://web.media.mit.edu/~jaewonk

<약력>

(현) 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국협의회 부회장
(현) 2017 한-영 과학기술협력창구사업 AI분야 매니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주한영국대사관 공동주관)
(현)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Chatham House) 회원
(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혁신평가단 위원
(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R&D 평가위원
(전) 19대 대선 4차산업혁명위원회 자문위원
(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술멘토링 사업 자문위원
(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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