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가상화폐: 미래 화폐인가 도박판의 칩인가?

4차 산업혁명과 가상화폐: 미래 화폐인가 도박판의 칩인가?

가상화폐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사회 각 계층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일반인들의 혼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어 그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과학 기술, 경제, 사회등 여러 분야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민감한 이슈여서, 컴퓨터 공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도 최대한 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찾는데 일조하고자 본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비트코인,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는 가상화폐의 본질은 무엇인가? 최근 법무부 발표에서는 ‘가상증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일반적인 화폐의 개념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통화라는 기준에서 볼 때 가상화폐는 공인된 통화가 아니며, 일반인들이 자칫 공인된 화폐로 오인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필자는 ‘가상증표’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앞으로 국가적으로 ‘가상증표’라는 표현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이 가상증표를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가상증표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로 인해 투자가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왜 이 가상증표를 보유하고자 하는 것일가?

이 가상증표는 컴퓨터상에만 존재하는 데이터로서 실체가 없다. 본질적으로 특정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 머니 또는 싸이월드에 도토리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쉽고,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위변조 가능성이 매우 적은 안전한 컴퓨터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은 시공간 암호화 (Spatio-temporal Encoding)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과거의 데이터를 블록 형태로 현재의 데이터에 누적해가는 방식이고, 분산원장은 토렌트등에서 사용하는 P2P 분산데이터와 유사하게 데이터를 여러 공간에 존재하는 컴퓨터에 분산하여 관리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상증표 데이터를 위변조하기 위해서는 타임머신과 순간이동 장치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 데이터가 분산 저장된 수많은 컴퓨터의 데이트를 동시에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가상증표(가상화폐)가 매우 안전한 컴퓨터 데이터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이것을 보유해야 하는 걸까? 가상증표는 경제생산적 관점에서 무의미한 컴퓨터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가 우리 생활에 기여하는 바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가상증표를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튤립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향기라는 재화적 가치라도 지닌 상품인 반면, 가상증표는 그야말로 우리 생활에 무의미한 데이터이다.

통화적 가치에서 가상증표를 보았을 때도 이미 전세계적으로 고착된 통화 시스템이 있는 상황에서 가상증표를 통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슨 장점이 있을까? 가상증표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로서 국경과 환율에 무관하기 때문에, 미래에 전세계적인 단일화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예측불가이다.

미국, 일본, 영국등 선진국에서는 가상증표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가상증표의 거래등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통화의 수단이라기 보다는 재화로서의 인식이 강하다.

가상증표를 전세계적 단일화폐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필요하고, 가능할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환전할 필요가 없다면 편리하겠지만 지금도 신용카드 한 장이면 웬만한 나라에서 다 사용이 되지 않는가? 이미 나라별 화폐 시스템이 고착된 상황에서 가상증표가 전세계적 단일화폐가 되더라도 나라별 기존 화폐 시스템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며, 결국 실물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환전 시스템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가상증표로 실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현재 화폐와 결합된 모바일 결재 시스템이 글로벌화 되는 것과 별차이가 없어 보인다. 또한 현재 가상증표의 종류만 1000여종이 넘고, 누구나 새로운 가상증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 단일화폐로서의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필자는 현 시점에서 가상증표를 게임머니로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혹자는 가상증표를 주식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가장증표와 주식은 본질 자체가 다르다. 주식은 투자금이 회사의 발전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역할을 하는 반면, 현 시점에서 가상증표에 투자된 자본은 경제의 선순환 고리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여기에 국내의 자본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가상증표는 리니지에서 ‘아덴’이라고 불리는 게임머니와 유사하며, 차이가 있다면 위변조가 어렵게 암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리니지와 같은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열심히 게임을 수행한 대가로 게임머니를 획득하지만, 가상증표는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쳐 획득하게 된다. 채굴이라는 것이 재미와 무관한 게임이라고 치면 결국 컴퓨터 연산을 통해서 얻어지는 데이터에 재화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게임머니와 동일하다. 게임머니의 경우도 획득하기 어려운 경우 현금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실제로 현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가상증표를 게임 과정을 간소화하고, 수집기능과 거래기능에 초점을 둔 신개념 글로벌 게임머니로 본다. 컴퓨터 연산을 통해 누구나 쉽게 가상증표를 획득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열풍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상증표는 특정 시간내에 정해진 개수만 발행되도록 제한함으로서 희귀성을 부여하였고, 그로 인해 투기 자본이 모일 수 있는 속성을 갖추었다. 또한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이라는 암호화 기술을 덧입혀 거래기능의 안전성을 담보함과 동시에 신기술 및 미래 기술임을 내세워 투자 및 투기 자본의 유입이 가능해졌다.

결국 현재 가상증표의 거래는 생산경제측면에서 무의미한 거래자간 시세에 따른 자금 유통이며, 거래소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고 있을 따름이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이라는 것 자체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처럼 복잡한 연산을 요하는 컴퓨터 기술도 아니고, 이미 다 개발된 분산 네트웍 기반의 데이터 암호화 기술에 지나지 않는데 이 기술의 발전을 위해 가상증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데이터 기술이 신산업을 창출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일은 계속 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가상증표는 시세가 단기간 급변하는 속성을 이용한 거래자간 자금 거래와 거래소 이득 외에 경제 기여 효과가 미미하며, 이 와중에 손해를 보는 피해자등 부작용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굳이 이 데이터 기술의 발전을 가상증표에서만 찾을 이유가 없고, 공인인증서나 등기부등본등 위변조가 없어야 하는 증명서 발행 또는 기존 게임 머니와의 연동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적용분야를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로 널리 알려진 가상증표는 화폐라고 불릴 이유가 전혀 없는 무의미한, 그렇지만 위변조 가능성이 매우 적은 컴퓨터 데이터에 불과하며, 화폐라는 이름과 블록체인 및 분산원장이라는 컴퓨터 공학적 기술이 접목된 탓에 본질을 가리고 있다.

위변조 가능성이 적으므로 화폐를 비롯한 공인 증명서등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지만, 굳이 현재 화폐 시스템도 불편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해야 할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이며,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부작용이 크다.

이미 현재의 화폐 시스템도 충분히 가상 데이터화되어, 온라인 공간에서 가상화폐처럼 편리하게 거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상증표가 미래에 글로벌 통화로서 인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며, 이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이므로 가상증표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채굴과 같은 게임을 하고, 게임머니를 거래하고, 게임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이 게임이 도박화되고, 투기자본 유입 및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행위등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를 해야 할 것이다. 리니지와 같은 게임머니와 비교하여 현재 가상증표에서 운영하는 거래소 및 은행권의 가상 계좌 운용이 합법적이고 형평성이 맞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주식과 달리 생산 경제 및 국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므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가상증표의 단기 거래 경우 환치기 또는 도박과 유사해지므로, 단기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규제 및 조치를 통해 가상증표의 가치 및 거래가 정상화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의 가상증표는 미래 잠재적 가치에 비해 너무 거품이 많이 끼어 있어서 거품이 제거될 때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현재의 거래는 도박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