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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2018.02.20 03:23
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3
조회 수 1588 추천 수 0 댓글 0
정부에서 최근에 제4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여러각도에서 국가정책을 구상중이라 한다. 제4산업이 무엇인지 도무지 개념이 안 잡히는 저로써는 앞으로 닫칠 현실에 대한 안목이 없으나, 그래도 과거에 우리 앞선세대들이 남긴 도전정신이나 낯선 세계로 겁없이 진출한 프론티어정신은 어느 시대에서나 배워야 할 덕목이라 생각이 든다. 여기 쓴 에피소드는 제가 과거 현대중공업사의 런던지점에서 해양플랜트의 마켓팅 활동을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재미있게 꾸며 본 이야기들이다. 저의 해양플랜트 영업에 대한 경험과 그 분야 활동을 바탕으로 깔았지만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가공의 인물이고 스토리 내용도 대부분 픽션임을 알려드린다. < 입찰서류 접수>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더니, 나보다 조금 일찍출근하여 밤사이 들어온 FAX나 문서를 정리한 미세스 킴이 날 보자마자 눈을 내리 깔고 꽤 비장한 목소리로, “ 조부장님, BT에서 FAX왔어요, 수요일 아침에 입찰서 가져가래요..” 나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내 책상에 놓인 FAX용지를 한눈에 훑었다. – 수요일 아침 10시, 서류찾는 곳은 역시나 옥스포드가에 있는 BT 프로젝트 사무실이다. 이제부터 다시 허리끈을 졸라 매어야지 다짐하며, FAX내용을 차분히 읽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입찰제안서 제출마감일 이다. 오늘부터 딱 45일 째 월요일 아침 10시이다. 요즘은 모든 문서나 도면이나 Email첨부로 한번에 보내고 받곤하지만, 그때 시절만해도 모두 엄청난 두께의 서류책자와 책상 반 면적이나 차지하는 설계도면을 몇백장씩 손으로 만들고 그리고 하던 시절이다 (물론 당시 전동 타이프라이터나 CAD라는 컴푸터가 설계작업을 지원했지만). 당시의 입찰서류라 함은, 입찰초청서 (Invitation to Bid), 입찰지침서(Instruction to Bidder), 입찰가격 단가산출서(Pricing Form), 표준계약서(Standard Terms & Conditions), 기술시방서(Technical Specifications), 투입 장비 기계 시방서 (Machinery & Equipment Specification) 등 서류책자가 300~500페이지당 약 5권이 되고, A1 설계도면이 통상 100~200매정도가 되어, 무게로도 한사람이 들기에 부담이 되는 분량이다. 생각해보라, 이 많은 서류을 1달 반사이에, 아니 서류보내고 받고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30일만에 모든 시방서와 설계도면을 읽고 일일이 점검하고, 계약조건들을 검토하고, 물량을 산출하여 가격을 산정하고 전체 가격을 집계하여 최종 입찰금액을 뽑아내어 윗사람들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고, 마지막에는 입찰제안서를 모두 타이핑을 쳐서 책자를 만들어서 제출마감일까지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 외 큰 문제중 하나는, 자재비와 이 공사에 투입되는 수십가지의 기계장비들에 대해 입찰서상에 포함된 각종기계장비들의 시방서를 복사하여, 각 장비마다 2~3개이상의 제조업체에 보내서 각종 기계나 장비의 가격을 사전에 받은 후 그 가격을 우리측 견적에 반영하여야 하는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이런 입찰이 나오면 본사 영업부 10~20명 남짓 직원들은 입찰 준비기간 30일중 적어도 15일 이상은 밤늦게까지 야근작업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로 되어있다. 어쨋든, 나는 이제 수요일 아침 입찰서를 받으러 갈 Plan부터 잡는 것이 우선이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에게 부탁하여 같이 갈까 했으나, 최근에 본사 높은 분들도 많이오시고, 조선영업분야에도 큰 프로젝트가 터져, 같이 갈 동료를 찾기가 마땅치 않을 듯하다. 일단, 지점장님실로 가서 상황 보고도 드리면서, 수요일에 미세스킴을 차출해서 같이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쾌히, 미세스킴과 같이가라고하며, 마지막 하시는 말씀이, “같이 나간김에 미세스킴에게 맛잇는 점심이나 사 주도록 해요.” 라고 한다. 나는 미세스 킴에게 수요일 같이 하기로 한 계획을 알리고, 아침 복장까지 서로 의논을 하였다. 드디어, 수요일 아침, 나는 짙은 곤색의 양복과 실크 넥타이를 메고 출근하였다. 미세스킴도 까만 바지와 슈트에 베이지색 실크브라우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 아침에 블랙캡 택시를 타고 두 정장으로 꾸며입은 남여가 가는 길이 오히려 들뜨는 기분이, 마치 007 제임스본드가 본드걸을 데리고 모험을 하는 듯 하다. 블랙캡 택시 운전수도, “ 두분 데이트 가시는 겁니까?” 하고 조킹아닌 조킹을 한다. BT사무실에는, 이미 스코틀랜드의 M사 직원 2사람, 잉글랜드의 R사 직원 1사람이 와 있다. 쫙 정장을 한 우리 2사람이 당당하게 BT사무실을 들어서니, 영국 땅에서 영국업체에게 안 밀리면서 입찰초반부터 우리쪽에 꿀림이 없다. 서로 경쟁사이니 만큼 서로간에 Good Morning인사를 나누어도 분위기는 어색하다. 화란의 H사는 비행시간때문인지 10시 15분에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10시30분쯤 BT사 직원이 나와서 서류 박스 3뭉치를 갖고와서 각개사의 서명을 받고 넘겨준다. 11시쯤에 프로젝트 책임자인 멕그리거씨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약 20분간 의례적으로 프로젝트 설명을 해 준 후 서로 “Good Luck” 이라는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을 나왔다. 우리 둘은 준비해간 Bag에 일부를 나누어서 2사람이서 가볍게 들었다. 거리에 나와서 커피집을 가나 식당을 가나하며 내가 서성이고 있었더니, 미세스킴이 쏘아붙인다. “ 조부장님, 이거 빨리 사무실에 가서 복사하고 정리하고 본사에 하루라도 일찍 오늘중에 DHL보내야 되잖아요? 점심은 그냥 가다가 샌드위치 간단히 사먹고 빨리 들어가서 둘이서 후딱후딱 끝내야지요.” 이런 미세스킴이 고맙다고 해야되나, 아니면 분위기 다 깬다 해야 되나? 아무튼 우리 한국 여자 강하다. 우리 어머님들이 그랬고, 우리 누님들이 그랬다. 복부인들이 강했고, 치마부대 학부모어머니들이 강했다. 골프 선수 박성현이가 강하고, 스케이트 선수 최민정이가 강했다. 하물며 미국 이민간 뒤 평창에 온 스노우보드 선수 Chloe Kim도 유독 강하다. 나도 남자지만, 한국경제 발전도 여자 몫이 큰 듯 하다. 국내 유일하게 석유공사가 보유하고있는 시추선 두성호의 모습. 시추선은 3가지 종류로, 잭압식고착형(Jack-up Rig), 반잠수식부유형(Semi-submersible Rig) 과 선형부유식시추선(Drill Ship)의 3가지가 있으며 두성호는 이중 반잠수식이다. 선형부유식인 Drill
Ship의 경우,
수심 500미터에서 해저로
12Km까지 시추할 수 있다고 하니
12Km거리라고 하면 택시로도
10여분동안 달리는 거리를 바다속 땅밑으로 암석을 뚫고 파들어갈수 있다고 하니 상상을 해 보시라.
이 Drill Ship의 제작 가격이 대략
1조원이다. 7~8년전 유가가
100불을 넘나들때 시추회사 너나 할것없이
1년에도 10여대씩 발주하여,
지구바닥까지 파 헤칠듯이 원유탐색을 하다가 요즘 유가가
50불로 떨어져있다보니, 이런 시추선이 일부 남아돌고 있다고까지 한다. 이런 연고로 그동안 한국의 대형조선소들이 한국경제의 큰 견인차가 되었다가 최근에는 적자에 허득이고 있는 셈이다. 나름대로 사무실에서 입찰서를 읽어보며 자료를 뽑고있는 중에, 본사 영업부 김부장이 전화가 왔다. “조부장님, 상무님이 런던지점 조부장 대체 뭐하고 앉아있냐고 난리에요, 요즘 영업부쪽에 프로젝트가 많아서인지, 요즘 상무님 신경질이 바짝 더 하시네. 어떻게 경쟁사 정보라도 좀 얻어서 보내주세요 되겠어요, 그래야 런던지점 일 하는 듯 보이겠는데요...” 큰 고민이다. 내가 스코틀랜드에 있고 뉴캐슬에 있고, 화란에 있는 회사들의 동향을 어떻게 조사한단 말인가? 전번에 해양전문잡지에서 경쟁 회사들의 일반적인 회사자료는 보내줬지 않았는가? 요즘하고는 분위가나 근무윤리가 좀 다르겠지만, 그때만해도 상관이 지시하면 일단 따라야 한다. 못하더래도 일단 시늉이라도 내어야한다. 사실 이런 문화와 사회적인 직업윤리가 당시 시절에는 조직내에 엄청난 Power가 되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없이 우리 경제에서 산업고도화로 가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사회나 국가에서의 도덕이나 문화나 윤리의 잣대기준도 하나의 생명체같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맞다. 당시에야, 누구든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가족들 교육도 시켜야되고, TV라도 한대 더 사야되고, 새로 나온 냉장고라도 구입해야되고, 자가용이라도 한대 장만하는 게 가족의 꿈이며, 그 가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은 불만없이 Over-time수당도 모른 채 직장에서 밤늦게 근무하는 것이 당연지사이였다. 어디 가서 경쟁사들 동향이야기를 좀 들을때가 없나?하며 고민하던 중, 런던북부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T&T라는 원유유량계측기 회사가 생각이 났다. 그 회사제품은 우리가 해양프로젝트마다 대량으로 발주해서 쓰고있으며, 그 회사제품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유럽의 대부분 해야업체들에게 납품하고 있고 심지어 이번 입찰발주회사인 BT에도 직접 납품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분명히 무언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듯 하다. 런던북부 Hanger쪽의 조그만 공장단지에 이 회사의 창고 겸 사무실이 있으며, 그 사무실에 근무하는 Sales Manager 인 Mr.Chales씨는 나와 가끔 만나는 사이이다. 우선, 바로 T&T사 사무실로 전화를 돌렸다. “ 헤이 차알스, 내일 그쪽 사무실에 가는 길이 있으니, 그쪽으로 갈테니 언제 시간이 좋아?” “ 헤이 미스터 조, 무슨일이야? BT사의 해양프로젝트 때문이지? 요즘 자네도 어지간히 바쁘겠네.” 이미 이번 입찰소문을 잘 아는것 보니, 더 잘 되었다. “ 그래서 앞으로 우리도 그 입찰건으로 당신 회사로부터 견적도 받아야되고해서 말이야, 내일 오전 어때?” “ 미스터 조, 내일 내가 좀 바쁜데, 다음주가 좋겠어…” 나는 머리속에서 다음주까지 기다릴순 없어, 쐬뿔도 단김에 뽑아야된다고 생각하면서.. “내일 오후 늦게라도 좋아, 당신 사무실 근처에서 오후에 전화하고 당신 있을 때 찾아가도록 하겠네.” “ 그럼, 그렇게 하세.” < 다음 편으로 계속 > 글쓴이 조동식 현대중공업 본사 14년, 런던지점 6년 근무 영국 Ferranti 공항시스템사 5년 근무 SITA항공Solution사 한국지사장 4년 근무 한국 플랜트기술자문OPT Ltd. 사 부사장 근무 대전 KAIST대학 항만프로젝트 책임연구원 2년 근무 최근 삼강 M&T 사 런던지사 지사장 5년 근무 등 dscho2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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