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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2018.04.09 00:56
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7
조회 수 1393 추천 수 0 댓글 0
런던지점 조부장의 에피소드 (7편) 이 글은, 필자가 1990년도 현대중공업 런던지점에서 해양플랜트 영업활동을 할 때 생겼던 에피소드들을 Fiction을 좀 섞어가며 연재로 쓴 글이다. 재미있게 읽어가시면서, 우리나라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여기 영국 땅에서 산업제품이나 플랜트수출시장을 개척하던 당시의 영업전사들이 흘린 땀과 열정과 좌절을 같이 느꼇으면 하는 바램이다. < 공항의 눈물 > 입찰제출마감 날짜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본사에서는, 입찰제안서의 원고와 가격까지 모두 최종 정리되어서, 이제 입찰제안서의 제본,인쇄도 오늘중에 완성된다고 한다. 입찰제안서 서류가, 가격등이 포함된 상업제안서가 한 권이고, 기술제안서가 2권이므로 전체 3권이 된다. BT에서의 요구가 전체 3 set의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이므로 전체 9권의 서류를 제출하게 되어있으며, 본사에서 지점으로 보내어 보관하게하는 추가 1set를 합하면 전체 12권을 들고 와야한다. 이런 중요서류를 탁송회사인 DHL편으로 부칠수도 없고, 직원 1명이 영국으로 출장오는 것이 가격이나 시간이나 안전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본사 영업부 직원중에서 주로 경력 3~4년의 사원이나 대리급중에서 해외출장 경험도 쌓게 할 겸1명이 차출되어 들고오게 되어있다. 물론 사람이 직접가져오는 것이지만, 해외출장을 생전처음 나가는 초급직원들이 들고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는 과정에 또 어떤 해픈닝이 있을지 모르므로,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 본사 영업부에서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조부장님, 이번 입찰서는 우리 영업부 황대리가 들고가기로 했어요….” 황대리라면 영업부에서도 총각에다가 순박하기로 소문났고,하얀 얼굴에 뿔테안경은 슈퍼맨 변장할때 쓰는 안경같이 얼굴2배나 되는 큰 것을 쓰고 다니는 얌전한 친구가 아닌가… “ 그래, 언제 떠나는 비행기를 잡아줬습니까? “ “ 예, 내일 새벽시간에 파리로 가서 거기서 갈아타고 런던에는 내일 저녁시간이나 되어서 도착할겁니다.” 그 당시는 런던까지 직접오는 비행기는 없었고, 대한항공이 김포공항에서 파리까지 운항하는 비행기가 1주일에 서너번 있었는데, 요일이 맞을 경우에는 파리로 와서 파리에서 런던오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오거나, 아니면 홍콩이나 싱가폴 가는 비행기로 가서, 거기서 런던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는 길이 통상 루트였다. 다른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은 창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유럽까지 운항을 안하던 시절이므로, 국적기도 대한항공 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해양석유개발 모습. 석유를 캐내 때 항상 가스도 같이 뿜어져 나오므로 이렇게 가스 는 태워버려야 한다. 나는, 다음날 본사에서 알려준 스케쥴에 맞춰 오후 일찌감치 사무실을 나와 Heathrow공항에 도착하여 기다렸다. 사무실 나오기 전 파킹장에서 내 차 뒷 트렁크를 열어 비어있는 가를 확인하는 것도 까먹지 않았다. 말이 서류12권이지, 한권의 두께가 모두 7~8츠나 되는 것들이니, 12권이면 옛날 이민용 가방이라는 큰 가방 한 개는 족히 꽉 차는 분량이며, 바뀌달린 가방에 넣어서도 혼자서 겨우 끌 수 있는 무게이고 차 뒷트렁크에도 꽉 차는 분량이다. 파리에서 오는 비행기가 정시 도착인지 오후 5시전부터 승객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어제밤 꿈자리도 좀 뒤숭숭했는데, 문제없이 이 친구가 잘 들고오나 걱정도 되면서 한편은, 어쨋든 본사에서 오는 동료이니 반가운 마음에 마음이 설렌다. 도착시간 30분이 지났다…아직 안 나왔다. 아니 이제 1시간이 지났는데 황대리 이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나오는 승객에게 물어보니 승객들이 이제 거의 다 나왓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2번이나 듣고는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마에서 연신 나오는 식은 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일단 사무실에 전화하여 미세스 킴에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지점장에게 보고하겠다는 것을 그냥 두라고 했다. 혹씨 몰라서, 집에다가 전화하여 급한 데서 연락온 게 없냐고 확인하였으나 없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별의 별 생각이 머리속을 맴 돌고 있다. 만약 여차하여 입찰서류를 오늘밤까지 받을 수 없다면, 내일 아침 12시가 제출마감시간이니까 아침에 본사에서 가격부분만 FAX로 보내게 하고, 사고로 지연됨을 증명하는 증빙서류를 내고 며칠동안 우리측은 제출연기를 받을 수 있을랑가 ? 우선 에어프랑스 사무실로 가서 승객자 명단을 혹씨 확인할 수 있나 알아볼려 했으나, 기다리는 사람들 긴줄을 보고는 포기하였다. 일단 전광판에 나와 있는, 파리에서 다음 오는 비행기도착 시간을 보았다. 집에나 사무실에게로나 다른 비상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파리까지는 도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되고, 아마 파리에서 그 비행기를 놓치고 다음 비행기로 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확률이 높은 경우라고 판단하였다. 다음 비행기의 도착시간이 저녁 6시20분 즉 지금부터 1시간 후이면 도착시간이고, 천만다행히 황대리가 그 비행기를 탓었다면 저녁 7시쯤 나온다고 가정을 하였다. 우선, 사무실에 있는 미세스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미세스 킴, 확인해보니 그 친구가 다음 6시 도착 비행기로 올 모양이야…” “ 확인해 봤어요??” 이 때는 본의 아닌 거짓말이라도해서 미세스킴을 안심시키고 사무실에 붙들어 놔야 할 처지이다. “ 예, 6시 도착 비행기 승객명단 보니까 이름이 나와있어요, 그러니 아무래도 오늘 좀 늦게 퇴근해줬으면 싶은데….” “ 아,예,,근데,,,솔리도 감기 걸렸다고 오늘 엄마 꼭 빨리 오라했는데…” 솔리는 미세스킴의 단 하나있는 딸이다. 올해 중학교 한 2학년 쯤 된 셈인데, 뭐하나 버릴것이 없이 착하고 이쁘다. 엄마가 직장 다니다보니, 자기가 혼자 밥도 잘 차려먹고 집안일도 잘한다고 한다. 혼자사는 엄마의 희망인 셈이다. 그런 딸이 몸이 아프다고해서 엄마보고 일찍 들어오라 했대는데, 나는 참 나쁜놈이 되는 듯해서 말이 잘 안 나왔다. 이놈의 빌어먹을 입찰땜에 !! 할 수 없다, 이제 마지막 고비다. “ 내일 아침에 입찰서 내려면 아무래도 오늘 저녁에 타이핑도 좀 해야되고 마지막 작업을 좀 해야하니까… 어떻해…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좀 도와주세요…. 솔리는 저녁에 사무실에 오라해서 근처 한식당에서 저녁이라도 사 먹이고요….’ 잠깐 말이 없더니,“예, 알았어요,, 내가 사무실에 없으면 여기 한식당에 갔다고 생각하고 빨리 오세요….” 올지 안올지 기약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심정 참 딱하다. 나는, 이생각 저생각을 뿌리치고, 그래 이번 비행기는 타고 올거야, 울산에 있는 점쟁이도 잘 될거라 그랬잖아… 6시 50분쯤 GATE문이 열리면서 황대리의 얼굴이 보인다!! 난 우선 본능적으로 황대리가 트롤리에 실고오는 가방부터 보았다.. 트로리에 큰가방이 한가뜩 실려있다! 안심이다! 이제 다시 황대리 얼굴을 보니, 이건 사람 얼굴같지가 않다,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듯 백지장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걷는 것도 힘들게 트롤리를 밀고와서는 날 보고는 “부..장,.님..”하고 울먹이며 인사말 한마디 하더니, 그냥 엉엉 울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 스토리는 대략 이런 일이 생긴거다. 해외출장을 안 가본 경험으로, 짐을 부칠때 우둔하게도 파리까지 부쳤던 거다. 본사의 선임자들이 런던까지 Check-in through를 하라는 이야기를 안 했나보다. 황대리가 파리에 도착해서야 화물표를 보여주고 이 사실을 항공사직원에게 알려준 것이다. 결국, 공항사직원이 대동한 채 수하물 찾는 곳으로 나와서 다시 첵크인을 하고 북새통을 떨었다고한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손짓 발짓 몸짓 애걸짓 다해서 겨우 다음 비행기를 탓다고 한다. 서울에서 파리오는 비행기도 난생 처음타는 비행기라서 흥분이 되는데다가 입찰서 가져간다는 부담감에 별로 먹지도 안하고 잠도 못잣다는데,,, 파리에 내려서 1~2시간을 얼마나 신경을 쓰고 뛰어다녔겠는가? 출장 초짜빼기가 또 얼마나 불안감이 많았겠는가? 그래서 날 공항에서 보자마자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퍼엉 울었던 것이였다. 나는 우선 황대리 마음을 달랜 후, 내가 트롤리를 건네받고 천천히 파킹장으로 해서 차를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내가 운전하는 사이에도 옆좌석에 앉아 눈물자국이 있는채 어느새 잠에 골아떨어져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이놈의 입찰 땜에 멀쩡한 총각을 프랑스 파리에서 완전 병신으로 만들고 생고생을 시켰구나! 옛날 사무실이 있었던 HAMMERSMITH 거리 전경 저녁 8시가 못 되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내 자리에 미세스킴 메모가 적혀잇다. “지금 식당으로 나가요, 솔비 같이있을거니 빨리 한식당 가든으로 오세요..7:30 MK” 일단, 짐을 사무실 회의실에 잔뜩 부려놓고, 황대리와 함께 바로 식당으로 갔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식집인데, 맛있다고 런던시내에서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미세스킴과 솔리가 앉아있으며, 이제 막 주문을 했다한다. “아저씨, 안녕하세요?”솔비가 일어서서 인사를 이쁘게 한다. “솔리, 오랜만이네. 공부 잘 하냐?”하고 우선 딸한테 먼저 인사를 하고 황대리, 미세스킴등 모두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에 일어난 Happening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인간사(人間事)라는게, 모든 어려움이나 사건들은 결국 결말이 있게 마련인데, 결말을 지나고 나면 참 재미있다. 결과가 성공이 되었던 실패로 되었던, 결국 지나면 사람들이 여유를 찾게되고, 추억으로 삼으면 된다. 여기서 현인(賢人)은 실패에서 배움을 찾는다는데, 나같은 범인(凡人)들은 배움을 찾기는 커녕 후회와 회한으로 한평생 지내건만… 4사람이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를 시켜먹는데, 나는 오늘 저녁 마음고생 때문인지 밥맛을 잃어, 밥 한공기를 다 못 먹고 있다. 황대리는 벌써 밥 3공기 그릇을 비우고는, 한그릇 더 시켜달라한다. 덩달아 솔비도 감기도 있다하면서도, 2그릇 비우고 더 먹을려고 엄마 눈치보고있다. 나하고 미세스킴은 이런 모습을 보며 서로 눈짓으로 웃는다… 솔비를 혼자서 전철을 타게해서 집으로 보내고, 3명이 사무실로 향했다. 이제 할 일은, 본사에서 하루사이에 보내온 수정사항을 새로 타이핑하여, 제본된 입찰서류에서 사이사이 갈아끼우는 일이다. 갈아끼워야 할 페이지가 열대여섯장 쯤된다. 미세스킴이 전동타지기를 회의실에 갖다놓고 문서작성을 하기 시작했으며, 나는 전체 서류를 카펫위로 쭉 깔아놓고 새로 작성된 문서가 나올때마다 복사하여 12권 서류마다 갈아끼우는 작업을 한다. 황대리는, 처음에는 나를 도와 일을 하는 척 하더니,사무실 바닥 카펫트위에 그냥 드러눕고는 이미 세상 모르게 자고있다. 사무실 바로 옆 거리에 있는 고급호텔에 예약해놓은 좋은 호텔방을 두고 말이다. 밤은 깊어, 벌써 자정에 다가가고 있는데, 미세스킴이 옆에서 또닥또닥 두드리는 타이핑 소리가 마치 세월을 알려주는 시계소리 같다. Hammersmith의 밤은 깊어가고 있다. 이 빌어먹을 입찰!! 아니 빌어먹을 입찰이라도 이런 순간만은 참 낭만적이다~~~. < 다음 8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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