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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7.01 00:30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6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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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6회)

바람의 기억
                                                 

9. 새장을 열다

혹시 다른 아가씨로 바꾼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정아는 시트 깊숙이 묻고 있던 상체를 불쑥 일으켰다. 재빨리 조절 손잡이를 당겨서 등받이를 제자리로 올렸다. 
“왔어?”     
반동에 놀란 영미가 운전대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발딱 고개를 들었다.  
“오긴 누가 와, 개미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는데.”
정아는 짜증이 섞인 말투로 떠죽거렸다. 영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이럴 양반이 아닌데.”
영미는 길게 하품을 하고는 손등으로 눈시울을 연신 비벼댔다. 
정아는 차량 출입구와 반대편 승강기 쪽을 번갈아 살폈다. 호텔의 지하 3층 주차장은 빈자리가 많아 휑한 데다 군데군데 조명이 꺼져있고 구석에는 폐자재며 부서진 테이블 따위가 널려 있어 언뜻 보면 버려진 창고처럼 보였다. 장 마담은 밝고 깨끗한 장소를 멀리하고 왜 굳이 이렇게 음침한 곳을 약속 장소로 잡은 것일까. 정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정이 있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해줘야지. 이게 뭐야.”   
“가시나, 거 되게 덤비네. 무슨 사정이 있겠지. 틀림없이 온다니까. 마담언니가 언제 한 번이라도 펑크 내는 거 봤나?”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분이 안 나타나니까. 이러면 우리도 벌금을 받아야 해. 그동안 우리가 지각할 때마다 낸 벌금이 얼마니.”
“야, 까놓고 말해서 그건 호시절 얘기지. 지금은 변수가 널린 비상시국이잖니, 성매매금지법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비상시국! 단속반 피해서 어떻게든 손님 연결해주려고 애쓰는 정성을 생각해야지.”
영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그래. 근데 언니가 분명히 지하 3층에서 대기하라고 한 거지?”
영미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혹시 언니가 위층에서 우리처럼 목을 빼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층수를 착각해서 말이야.”
“설마! 이 호텔을 손바닥에 놓고 보는 분인데.”
정아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호텔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려면 지상에 있는 넓은 주차장을 크게 두 바퀴 돌아야 하는데 그렇게 뱅뱅 돌아서 지하로 들어서면 바로 지하층으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가파른 진입로를 두 바퀴나 돌아야 지하주자장이 나왔다. 그러므로 지하 2층에 이르면 마치 쳇바퀴를 돈 것 같은 어지럼증이 들면서 층수를 헷갈리기가 쉬웠다. 
“내가 얼른 가보고 올까?”
정아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것 없다. 그리고 언니가 위에서 계신다면 벌써 전화해서 노발대발했겠지. 왜 아직 안 오느냐고.”
하긴, 하며 정아는 차에 달린 시계를 보았다. 장 마담은 벌써 약속 시간을 한 시간이나 넘기고 있었다. 이러다 혹시 일이 틀어지면 어떡하나, 정아는 몸을 뒤채며 안절부절못했다. 
영미가 자기 일감을 선뜻 주었을 때만 해도 정아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렇다. 다찌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대감. 그것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캄캄한 현실에서 마지막으로 붙잡고 싶은 마지막 끈 같은 것. 정아는 오늘 오랜만에 목욕탕과 미용실을 전전하면서 그 끈에 대해 생각했다. 오늘밤 함께 호텔에 들어갈 미지의 사내가 부디 이 나라 이 도시에 현지처를 두게 되기를. 그래서 그 소망이 현실이 된다면, 그리되면 그의 지갑에 기대서 지금의 이 위태로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아는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허튼 기대인지 이미 수많은 동료들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상상의 나래를 펴고 로또복권을 구입할 때의 기대감과 비슷하다. 내가 가진 6개의 숫자와 여섯 개의 공에 써진 숫자가 기적처럼 일치하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 그러나 토요일 저녁 추첨이 끝나면 안다. 그게 얼마나 무모하고 허망한 꿈이었는지. 
정아는 이제 그런 허튼 기대에 기대서 시간과 정신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일이 틀어지면 아예 손님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 꿈은 소박하다. 일단 손님을 따라 호텔로 들어가는 것! 그러니 지금은 오직 한 곳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어서 장 마담이 나타나 객실번호를 알려주기를! 
“아, 손님 받기 정말 어렵네.” 
정아가 툴툴거리자 영미가 고개를 모로 틀어서 노려보았다.   
“가시나, 너 솔직하게 얘기해라, 지금 다리가 비비 꼬이도록 엄청 벌렁거리지? 오래 쉬니까 하고 싶어서 미치겠지?”
그러고는 갑자기 정아의 앙가슴 쪽으로 팔을 뻗어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화들짝 놀란 정아가 몸을 틀어 뿌리쳤다.  
“아, 아파! 망할 년!”
정통으로 잡힌 유두가 통째 떨어져나간 것처럼 아팠다. 독이 오른 정아도 팔을 뻗어 그대로 되갚았다. 영미가 지지 않고 덤비며 엉너리를 쳤다. 
“가시나, 어디 좀 보자, 얼마나 벌렁거리는지.”
정아도 피하지 않고 대들었다.
“못된 년, 그래 요새 나 굶어서 지금 밑이 흥건하다, 됐냐?” 
정아가 영미의 옆구리와 가슴 여기저기를 꼬집었다. 영미가 앙살을 피우며 까르르 웃었다. 서로 떠박지르며 육박전을 펼쳤다. 차가 심하게 출렁거렸다. 
순간 둘은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 움츠린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라이트 불빛이 입구 쪽의 벽을 타고 돌고 있었다. 차는 이편으로 다가오다 급하게 건너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향 지시등이 밝고 특이한 것이 에쿠스 세단으로 보였다. 슬며시 상체를 일으켜 차를 살펴보던 영미가 고개를 저었다. 장 마담이 탄 차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둘은 굴에서 밖을 살피는 오소리 자매처럼 숨을 죽이고 건너편 차를 노려보았다. 몇 차례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던 차는 주차 라인을 지키지 못하고 삐딱하게 멈춰 섰다. 라이트가 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문이 풍뎅이 날개처럼 열렸다. 운전석에서 나온 남자의 머리가 천정의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반대편에서 다리가 긴 여자가 나와 팔을 벌렸다. 남자가 쪼그려 앉아 등을 내주었다. 등에 오른 여자가 몸을 심하게 흔들며 앙살을 피웠다. 남자는 여자가 등에서 얄기죽댈 때마다 여자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갈겼다. 승강기 부스를 향해서 가고 있는 그들을 흘겨보던 영미가 기어이 한소리 했다.  
“씨발, 세월 좋구나! 고급 세단을 타고 와 이런 특급 호텔에서 떡을 치다니. 누군 숨어서 이 짓하느라 피가 마르는데 말이야. 진짜 폼 나는 럭셔리 불륜일세.”
“참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저 사람들 이마에 우린 불륜이오, 그렇게 써져있기라도 하니? 내가 보기에는 그냥 금술 좋은 부부 같은데.”
영미가 되록거리는 눈으로 쏘아보며 혀를 찼다.   
“이런 한심한 여자 보게! 이러니까 네가 화류 짬밥을 그렇게 처먹고도 지금 두 달씩이나 몸을 묵히고 있는 거야. 알아? 야, 척 보면 모르겠냐? 저 여자가 영업용인지 자가용인지? 요즘 어떤 부부가 저 지랄을 하면서 호텔을 찾는단 말이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재혼일 수도 있지. 근데 불륜이면 불륜인 거지,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러니? 그리고 두 달 쉰 게 내 탓이니? 그 재수 없는 법 때문이지.”
영미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야, 이 한심한 여자야! 그런 물러터진 소리는 하지도 마라. 너 골방에 박혀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어디서 연락이 안 오나 눈알 빼고 있을 때 나는 호텔 누비며 손님을 스무 명도 더 받았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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