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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성의 시사 칼럼
2019.01.15 00:56
브렉시트와 솔로몬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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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솔로몬의 지혜 오랜 만에 고정 독자가 많은 신문에 칼럼을 연재한다고 생각하니 다소 긴장이 된다. 시정활동을 하면서 취득한 정보나 문제를 독자나 주민들과 함께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신문지상을 통하여 동포들과 정보나 의견을 교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변의 권유에 용기를 내서 몇 년 만에 글을 쓰기로 했다. 신문 연재란 한번 시작하면 상당 기간 지속되어야 하고 독자와 소통할 수 이슈도 부단히 개발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임에는 틀림 없다. 앞으로 이 칼럼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정보욕의 일부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본다.
춘풍추상 (春風秋霜). 돌아온 문재인의 남자,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일성이다. 이 말은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즉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하고,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 2월 문대통령이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취지로 각 비서관실에 고 신영복 교수가 쓴 이 글씨를 선물한 바 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취임사로 즐겨 쓰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지가 바뀌면 말을 바꾸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역겨운 태도를 보면 멋진 말과 행동이 그의 직위나 지위와 병행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어령비어령 (耳於鈴鼻於鈴)'의 바른 표현인 '이현령비현령 (耳懸鈴鼻懸鈴)'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다. 자기가 편한대로 이렇게도 갖다 붙이고 저렇게도 갖다 붙이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또는 저렇게도 해석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동일한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개인의 시각이나 주관에 따라 이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촌철살인의 비상한 재주꾼들이 많이 등장해서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야 인터넷 시대의 본질이라고 해도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적 아니면 동지식의 이분법적인 접근태도는 위험하다. 애매하거나 악의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도 가관이다. 약속은 그 형식을 불문하고 내용이 적법하고 사회적 타당성이 있다면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와 제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청문회나 재판을 보면 기억에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본다. 정치인이나 지도자라면 최소한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킬 수 있는 기억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성경의 열왕기에 등장하는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세번째 왕이다. 아버지 다윗은 전쟁과 구국의 영웅으로 아들인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유명하다.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은 진짜 엄마를 가려 달라는 두 여인의 소송에서 비롯된다. 왕에게 판단을 요청한 이 해괴한 사건은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고 복잡한 소송이었을 수도 있다. 성서에 의하면, 매춘부인 두 여인이 3일 간격으로 같은 집에서 아이를 낳았고, 어느 날 한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깔고 자는 바람에 아들이 죽자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를 하였고, 그러다 발각되어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 아들이라고 서로 주장하다 왕에게 판결해 달라고 온 사건이다. 많은 방청객 앞에서 솔로몬 왕은 두 여인이 서로 제 아들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아이를 둘로 잘라 반씩 나누어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자 한 여인이 아이를 죽이느니 차라리 그 아이를 다른 여인에게 주겠다고 하면서 솔로몬 왕이 진짜 엄마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사건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유전자 확인 같이 의학적으로 진실을 밝힐 수 없었던 3000년 전의 이 사건에서 재판관인 솔로몬왕의 고민과 판결, 그리고 극적인 반전을 통해 그의 지혜로움을 읽을 수 있다. 온갖 화려하고 멋있는 표현으로 새해를 시작한 지 몇일 지나지도 않았는데 국내외적으로 암울한 소식이 너무도 많다. 특히 영국은 올해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일정이 가까와 지면서 정쟁이 격화되고 언론과 여론도 들끓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해 찬반으로 갈라진 여론은 그 방법론과 전망에서는 더 많은 줄기로 나뉘어져 격돌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하여 국론이 분열되고 국정이 혼란해지면서 영국의 미래가 불확실해지자 환율과 각종 생산성 지수가 떨어지고, 주택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각 정당은 브렉시트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을 보고 어떤 국회의원은 도대체 영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메이 총리와 집권당은 도대체 영국의 미래에 대해 유용한 플랜이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해와 정략적 계산을 앞세운 정치 지도자와 정당은 냉엄한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브렉시트로 흔들리는 영국을 보면서 솔로몬의 판결 같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도 아기가 죽더라도 친권을 주장했던 여인과 친권보다 아기의 생존을 우선시 했던 여인의 태도에서 그 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재성 jaesungha@yahoo.com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킹스톤 시의원 (Councillor of Kingston upon Th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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