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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여섯 번째 이야기 클래식 꽃밭 산책 독일살이가 길어지면서 이별에 익숙해졌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군가를 맞이한 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떠난 이들도 있다. 누군가 떠난 자리 위에서 흔들리는 일상이 싫어 언제부턴가 건조한 만남, 덤덤한 이별을 위해 애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다가온 작별의 시간은 무겁게 내려앉는다. 내 영혼의 가장 가난했던 시절이자, 인생의 가장 복된 시절을 함께한 오랜 지인이 한국으로 떠났다. 섭섭함과, 아쉬움, 담담함이 적당히 뒤섞여 정신없이 맞이한 이별의 날. 마음이 고요하지 않아 산책에 나섰다. 그 산책길을 따라 어지럽고 무심하게 피어있는 들꽃들이 복잡한 걸음을 맞이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김도, 향기도 참으로 다르다. 지난 시간 하루하루 쌓아온 우리의 추억처럼 말이다. 꽃 하나에 추억을 담고, 꽃향기에 마음을 담아 떠나는 그 길에 축복을 보탠다. 사진: 여명진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레몬꽃 피는 곳에> Op.364 Wo die Citronen blüh'n! 슈트라우스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비엔나 왈츠 <레몬꽃 피는 곳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위해 1874년 쓰여졌다. 원래의 제목은 ‘Bella Italia (아름다운 이탈리아)’ 였으며, 1874년 5월 9일 토리노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레몬 꽃 피는 곳에> 초판 악보 표지 플루트, 오보에 호른이 잔잔하게 서로의 호흡을 이어받으며 시작된 곡은 바이올린이 차분하게 멜로디를 소개한다. 한적한 이탈리아 풍경 위로 내리쬐는 햇살 같은 선율이 흐르고 나면 발걸음을 가볍게 할 왈츠가 들려온다. 독일의 대 문호 괴테의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그대, 아시나요? 레몬꽃 피는 나라를 / 금빛 오렌지가 짙은 잎 사이를 밝히고 / 푸른 하늘에서 부드러운 미풍이 불면 / 미르테 잎 머물고, 월계수 드높이 솟은 그 곳 / 그대 알고 있나요? / 그 곳, 그 곳으로 내 사랑 당신과 함께 가고파 그대, 아시나요? 둥근 기둥들이 지붕을 떠 받치고 / 복도를 지나 나타나는 휘황찬란한 방 / 대리석 무늬들이 날 바라보며 / “가엾은 아이야, 무슨 일이니?” 하고 물어주는 그 곳 / 그대 알고 있나요? / 그 곳, 그 곳으로 나의 수호자 당신과 함께 가고파 그대, 아시나요? 구름이 걸린 그 산 / 노새가 안개 속 제 길을 찾고 / 동굴 속에는 오래된 용이 사며 / 무너져 내리는 바위 위로 폭포가 쏟아지는 그 곳 / 그대 알고 있나요? 그 곳 / 그 곳으로 우리의 길이 향하니 / 오, 아버지 우리 그 곳으로 가요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이 시는 어린 소녀가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 빌헬름에게 사랑을 드러내는 곡이다. 괴테가 어린 소녀 ‘미뇽’을 통해 가고파 했던 ‘그곳’은 ‘아름다운 남쪽 나라’ 이탈리아이다. 반짝이는 태양 아래, 거리마다 빼곡하게 늘어선 레몬 나무 오렌지 나무를 바라보며 이 왈츠를 듣는 상상만으로도 새콤한 레몬향이 코끝 가득 맴돈다. 1988년 클라우디오 아바도, 1993년 리카르도 무티, 2007년 주빈 메타, 2020년 안드리스 넬손스 등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에서 이미 10회 이상 연주된 곡이기도 하다. 프란츠 슈베르트 <들장미> D.257 Heidenroslein 괴테의 시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 시를 텍스트로 많은 곡들이 남겨졌다. 슈베르트의 <들장미> 역시 1771년 괴테의 시 ‘들장미’를 가사로 씌여졌다. 사랑스럽게(Lieblich) 라는 이 곡의 지시어처럼 소박하고 정겹게 흘러가는 반주와 멜로디가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란츠 슈베르트 <들장미> 자필 악보 한 소년이 보았네. 들에 핀 장미, 싱싱하고 아침같이 예쁜 장미. / 소년은 가까이 보러 달려가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았네. /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이 말했네. “난 너를 꺾을 거야. 들에 핀 장미야.” / 장미가 대답했네. “너를 찌를 테야.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그리고, 참지만은 않겠어.” /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은 들장미를 꺾었네. 장미는 자신을 지키려고 저항하며 찔렀지만, 탄식도 신음도 / 소용없는 것, 고통을 당해야만 했네.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그저 무심히 들에 피어난 장미와 천진한 소년의 만남은 동화가 되고, 음악이 되어 세상에 남겨졌다. 기쁨이고, 추억이며, 때로는 아픔인 기억들은 세상에 남아 또 다른 이들의 마음에 선명한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남긴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꽃이 되고프며, 음표와 쉼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기억에 새겨진 하나의 선율이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벨데마르 아렌 <여름시편> Sommarpsalm Sommarpsalm은 '여름 시편'이라는 뜻이고 스웨덴에서는 굉장히 사랑받는 여름 노래이다. 스웨덴의 시인 Carl David af Wirsén(1842-1912)의 시를 가사로 Waldemar Åhlén이 합창곡으로 작곡했다. 2010년 6월 스웨덴 빅토리아 왕세녀의 결혼식 때도 이 노래가 불려졌다. 싱그럽게 푸르른 나무와 수풀, 산비탈 골짜기 수놓고 / 온화한 미풍 숨결에 나뭇잎 살랑이니 / 햇살 아래 대지와 숲 깨어나 바람결에 너울대고 / 여름이 제자리를 찾아가네 경쾌한 초원의 노래, 아득한 숲의 속삭임 / 경외심 가득 담아 가만히 귀 기울이니 / 지저귀는 새소리 가득하고 / 향긋한 꽃내음 흩뿌려져 날리네 오 선하신 주님, 여름빛 춤사위 세상에 가득하니 / 이 계절, 축복 가득 당신의 위대하심을 보여주십니다. /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라도 당신 말씀 영원히 머무릅니다 빗방울 머금어 비스듬히 누운 풀이 아름다워 잠시 걸음을 멈췄다. 제 시간, 제 자리를 지키는 계절이 가져다 줄 7월의 나날도 하루하루 새로운 숨결로 다가오기를... 그 깊어질 여름을 준비하는 싱그러움이 조금만 더 머물러 주기를... 촉촉이 젖은 초여름 저녁 산책길은 붉게 물들어 저물었다. 꽃이 지닌 향기를 기억하듯 추억은 음악에 담겨 향기가 되기를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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