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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2021.03.15 04:28
스물 두 번째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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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 번째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서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느새 얼음이 녹고, 푸른 잎이 돋아났다. 얼굴에 닿는 바람 역시 날카롭지 않게 스친다. 코끝을 간질이는 흙내음이 새로운 숨을 쉬게 한다.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봄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 Johann Strauss II <Frühlingsstimmen> op. 410 왈츠 음악의 대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는 봄을 재촉하는 경쾌하고 싱그러운 리듬, 멜로디로 가득 차 있다. 1883년 소프라노 독창곡으로 작곡되었는데 오케스트라 곡으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왈츠풍의 음악이 절로 몸을 들썩거리게 하고, 봄날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같은 플롯 소리는 봄 햇살처럼 반짝인다. <봄의 소리>를 작곡할 무렵 슈트라우스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중이었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콧노래를 부르며 꽃이 피기 시작하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듯한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 담겨있다. 종달새 푸른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따사롭게 불어오는 바람은 환희 가득 온화한 숨결 불어 넣으며 대지와 초원에 입 맞추네 봄은 수려하게 깨어나 모든 고통을 끝낼지니 모든 아픔 저 멀리 떠나가리 아픔은 기쁨 되고, 행복의 확신으로 돌아오네 이제 햇볕이 내리쬐고 모든 미소 소생하네 노랫소리 샘솟고, 오랜 시간 잠잠했던 그곳, 밝고 맑은 그 소리 울려 퍼지네 나뭇가지마다 달콤한 음성! 밤꾀꼬리 부드럽게 목소리 가다듬으니 여왕의 노래 방해치 말고, 모두 숨죽이리 달콤한 여왕의 목소리 곧 들려올 것이니 아, 이제 곧 밤꾀꼬리의 노래 울려 퍼지리 아, 이제 곧 사랑이 반짝이고, 노랫소리 울려 퍼지네 부드럽고 아늑한 소리 슬픔을 거둬가고 달콤한 꿈으로 마음을 달래주네 아! 부드럽게 마음 가득 그리움과 열망이 살고, 그대 음성 애타게 손짓하면 저 멀리 별처럼 반짝이네 달빛처럼 그윽한 마법 계곡마 다 흘러내리네 밤은 멈추지 않으려하나, 갓 깨어난 종달새 빛을 알리니 어둠은 사그라드네 아 대담한 봄의 소리 그 부드러운 음성 왈츠의 대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 역시 유명한 작곡가이다. <라데츠키 행진곡> 등 우리 귀에도 익숙한 많은 곡을 작곡했는데,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왈츠 작곡가로 성장 해 ‘왈츠의 왕’이라 불리게 되었다. 대가는 대가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요하네스 브람스 역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슈트라우스의 또 다른 왈츠 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들은 후 냅킨에 “아쉽게도 제 곡은 아닙니다… (Leider nicht von mir).” 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프란츠 슈베르트 <봄의 신앙> Franz Schubert <Frühlingsglaube> D686 작곡가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 불린다. 그가 작곡한 가곡은 무려 633곡인데 그 중 제목에 봄이 들어간 노래만 꼽아도 금방 열 개를 채울 수 있다. <봄에게> An den Frühling D283, D587, <봄 시냇가에서> Am Bach im Frühling D361, <봄의 송가> Frühlingslied D398, <봄의 정령> Gott im Frühlinge D448, <봄노래> Frühlingsgesang D740, <봄에> Im Frühling D882, <봄날의 꿈> Frühlingstraum D911,11, <봄의 갈망> Frühlingssehnsucht D957,3. 그의 삶은 춥고 고달팠다. 작은 키에 못생긴 외모, 내성적인 성격 탓에 변변한 연애조차 한번 해보지 못했고, 돈이 없어 늘 상하지 않게 소금에 잔뜩 절여놓은 떨이 음식을 사다 먹어 얼굴은 퉁퉁 부어 있기 일쑤였다. 그런 그에게 ‘봄’은 신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죽은 듯 잠잠하던 대지에 푸르름을 돋게 하고, 생명을 잃고 말라붙은 듯 우두커니 박혀있는 나무가 다시 잎을 만들어 내는 그 신비. 그는 어쩌면 그의 인생에 기적과도 같은 ‘봄날의 신앙’을 꿈꾸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온화한 바람이 잠에서 깨어 밤낮으로 속삭이고, 살랑대며 온 천지를 누빈다 오 신선한 내음, 새로운 소리! 자, 초라한 내 마음, 근심을 걷어내리 이제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변할 터이니 세상은 나날이 더 아름다워지고 어떤 것이 변할지 누구도 알 수 없네 꽃은 끊임없이 끊임없이 저 멀고 깊은 골짜기에도 피어나네 자, 초라한 영혼이여, 아픔 따위 잊어버리자! 이제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변할 터이니” 부드럽게 불어와 모든 것을 변화시킬 봄바람. 슈베르트가 평생토록 꿈꿔왔던 인생의 봄날을 우리는 지금 너무도 무심히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날이 아름다워질 봄날의 시작에서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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