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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고금리로 인한 부담 때문에 저소득 주택 보유자의 주택 상환 연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이미 차압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가 보도했다.
영국부동산대부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영국에서 차압된 부동산은 모두 14,000건으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 이밖에 주택융자상환금이 연체된 가구도 125,1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행진이 이어지면서 개인파산자도 속출하고 있다.
매달 갚아야 하는 융자금이 부담스러워 헐값에 집을 되팔고 그 대신 같은 집에서 월세를 얻는 이른바 매각재임차(sale and rent back) 방식이 새로운 주거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런던에서 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로체스터에 4년 전 집을 산 자영업자 수전 휘태커는 차압으로 집을 빼앗기느니 시가의 4분의 3이라는 헐값으로 부동산업체에 집을 팔고 그 대신 월세로 눌러앉았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법으로 보장된 세입자에게 보장된 최소 6개월의 거주 기간 이후에도 계속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느냐 하는 것. 그 다음부터는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
영국의 주택 보유자들이 금리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올라가면 월 상환액도 늘어나는 변동금리제로 주택자금을 빌리기 때문이다. 주택융자를 얻은 영국 국민의 95%가 처음 2년 동안은 고정 우대금리를 적용받지만 그 다음부터는 시중 금리에 연동되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변동금리제를 선택한다. 영국 금리는 지난 1년 동안 5번이나 올라 현재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75%를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히 런던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런던 지역의 부동산을 자금력이 충분한 외국인들이 아직도 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영국인 특유의 집에 대한 애착에 있다.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는 주택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집은 어떻게 고르는지, 집 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원은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해외 주택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온갖 주제로 주택 시장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 집을 갖지 못한 사람은 막차라도 타야지 하는 불안 심리에 쫓기면서 상환 능력은 안 되더라도 일단은 사놓고보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2년 동안의 우대 금리 특혜에서 벗어나 고금리를 부담해야 할 가구가 앞으로 18개월 동안 20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영국 정부는 주택융자금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유럽 여러 나라들처럼 장기 고정금리제를 정착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HBOS와 애비에 이어 영국에서 세번째로 많은 주택 관련 대출을 하는 네이션와이드는 올 3월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25년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주택융자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이 파격적으로 낮은 우대 금리에 이어 시중 금리를 적용하는 변동금리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바람에 영국 국민들도 여기에 길이 든 데다 1990년대 15%까지 치솟은 살인적 금리를 경험한 적이 있어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으로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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