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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선거 정국까지 앞으로 1년, 19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예비후보들 간의 물밑 전쟁이 예상된다. 대권후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근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와 지지는 주목해야 할 현실이다.

최근 출간된 진보논객들의 분석서인 ‘박근혜 현상’(위즈덤하우스)이 과거의 ‘3김’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별다른 고난도 없이 등장한 박근혜가 대중을 끌어당기며 대통령과 맞설 만한 막강한 정치인이 된 근본 원인이 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석은 ‘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이라는 안병진 교수의 글이다. 안 교수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시대에 복고적으로 느껴지는 ‘박근혜 현상’을 진정성의 정치(politics of authenticity)라는 측면에서 분석한다. 여기서 진정성의 정치란 제도권 정치 내의 정치 공학이나 권력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정치 스타일을 말한다. 물론 특정 정치인이 진짜 진정성이 있느냐 여부는 상관이 없다. 다만 대중이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따름이다.

안 교수는 “박근혜 현상의 핵심은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탈정치적인(여의도를 벗어난) 정치가로 간주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진정성의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같은 진보나 보수 내에서도 어떤 이들은 이익의 정치에 더 가깝고, 어떤 이들은 진정성의 정치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책주의 기질이 강한 현실주의 정치인’이었던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상적인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진정성의 정치인으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진정성의 정치인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책과 실행력을 앞세운 현실주의적인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진정성의 정치에 환호하는 대중의 취향이 언제나 똑같지 않다는 점이다. 진정성의 정치에 환호하던 대중은 다시 모두의 이익을 원만하게 조정해내는 정책주의적인 현실 정치로 회귀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다시 질리면 진정성의 정치로 돌아오는 작용과 반작용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입장에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2012년 대선이야말로 진정성의 정치로 대중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아이러니한 것은 두 진보 대통령(김대중·노무현)의 서거가 진정성 정치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지만 가장 크게 부각된 사람은 진보 정치인이 아니라 박근혜였다는 점”이라며 “현재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의 트위터나 블로그가 흔히 젊은층에 어필하는 진보 정치인인 노회찬이나 이정희가 아니라 박근혜라는 사실은 전례 없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현재까지 추이로만 본다면 이제 노무현의 진정성 정치 시대에서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 시대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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