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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연극이 비상한 관심속에 공연되고 있으며, 그의 마지막 회고록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죽음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다룬 연극 <박통노통>(작/연출: 나상만)은 주로 문화계 뉴스로, 회고록 <성공과 좌절> (도서출찬 학고재)은 정치권 뉴스로 크게 부상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갖는다.
  
연극 <박통노통>은 노 대통령의 영결식 장면과 유서의 낭독으로부터 시작한다. 관객들은 첫 장면에서 숨을 죽이며 저승세계로 들어서는 노통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극이 아닐까하는 섣부른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의 영결식 장면을 지켜보면서 노통을 기다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첫 마디 대사가 나오자마자, 결코 한쪽으로 기울이지 않는 연극임을 확신하게 된다.

“왜 이렇게 늦었는가?”
“49제를 마치고 왔습니다.”
“자네는 성당에 다녔잖아? 그런데 장례는 불교식으로? 이거 완전히 짬뽕이잖아!”
“비빕밥이면 어떻습니까? 생과 사가 다 자연의 일부분이 아니겠습니까? ”

이 연극은 1장 <만남>부터 박통과 노통이 가시돋친 설전을 벌인다. 더구나 담배 한 개비를 건네는 박통에게 양주 시바스 리갈을 선물하는 노통의 응수가 예사롭지 않다.

2장의 타이틀 <개와 고양이> 장면은 원수지간을 상징하는 실험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의 인생역정과 정치철학이 다른 그들에겐 대화의 소통이 이류어질 수 없다. 상대를 비방하며 조롱하고 상대의 업적을 폄훼하고 부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합일점을 찾게 되고 대화의 실마리를 푼다.

3장 <저승 청문회>는 5.16과 12.12 사태를 일직선상에 놓고 공격하는 노통에게 박통이 변명하거나 차별화하는 전법으로 맞서고, 4장 <한잔 하세>는 노통의 실책과 실언을 질타하는 박통의 대사가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이 연극의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절묘하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는 이 연극의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작용을 하면서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작가 나상만 교수(미국 스타니스랍스키연기대학장)는 “연습 도중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당초의 대본을 수정해 박 대통령을 통해 김 대통령의 서거를 알렸다”며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거지사를 덮고 두 전직 대통령이 화해의 악수를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병상에서도 화해와 용서의 단초를 마련한 김 대통령의 서거가 작품과 흥행 양쪽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 <박통노통>은 5장 <지구를 내려다 보며>와 6장 <죽음의 연극>에서 단순한 정치극이 아님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승 세계를 그리워하며 막걸리를 마시고 거나하게 술에 취한 그들이 서로의 애창곡을 부르는 장면은 마치 인간 박정희와 노무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만취한 그들이 지구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절규는 참으로 애절하다.

“귀를 열어라!”
“마음을 열어라”
"우리들의 음성이 들리느냐?

그러나 이 연극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박통의 피살을 의미하는 시어저의 독백과 노통의 자살을 상징하는 햄릿의 독백, 그리고 자살을 결심한 플라톤의 <파이돈>에 나오는 백조의 노래가 가면극으로 전개된다. 이어 노통의 유서을 다시 듣고 싶은 박통에게 노통의 마지막 유서가 육성으로 이어진다. 박통은 노통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자살만은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

“ 이 총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네. 나 또한 그 희생양이 되었네. 난 나를 침몰시킨 원수를 찾아 30년동안 저승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네. 그러나 이 순간, 보복이 아닌 용서를... 원수를 사랑하라는 신의 음성을 들었네.자네를 통해서 말이야. 나는 이 총을 가장 아름답게 사용하고 싶네.”

자살을 신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한 박통은 노통을 다시 탄생시키고 싶은 모순(?)으로 노통의 가슴에 총구를 겨눈다. 죽음을 결심한 노통의 마지막 대사는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비극이자, 하나됨을 상징하는 희망의 메세지다.

“사랑합니다, 선배님!”

                        
한국 유로저널 안하영 기자
eurojournal16@eknews.net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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