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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들은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휘호나 화두를 내놓았다. ‘휘호’(揮毫)란 본래 붓을 휘둘러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뜻하는 말. 하지만 정가에서의 휘호는 본뜻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고 새해의 국가적 바람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내놓는 휘호를 살펴보면 그 시기의 정치적, 역사적 사회 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일요신문이 분석해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현충문 옆에 비치된 방명록에 “일로영일(一勞永逸)의 마음으로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닦겠습니다”라는 신년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일로영일은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한천작우’(旱天作雨)라는 휘호를 발표해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도 했다. 이 말은 맹자의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편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어지러운 세상이 계속되고 백성의 도탄이 지속되면 하늘은 백성의 뜻을 살펴 비를 내린다’는 의미.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국민들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그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매해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내놓는 <교수신문>은 그해 말 이와는 대조적으로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가 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라는 사자성어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지난 2008년 초 당선자 신분으로 첫해를 시작하는 이 대통령이 내놓은 신년휘호는 ‘시화연풍’(時和年風)이었다. ‘시화연풍’은 성군(聖君)의 치세에 비유되는 말로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주호영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대변인은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국민이 화합하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휘호의 의미와는 달리 이 해 정국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강부자 내각’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르면서 시작된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불거진 ‘촛불정국’으로 연말까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 이 대통령이 내놓은 화두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갔던 셈이다.  

<교수신문>은 그해 말 이명박 정부에 대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라고 평했다.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의미. 대통령을 향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비판과 충고를 받아들이라는 주문이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2008년 신년휘호와 다르게 정국이 흘러간 탓인지 2009년을 시작하면서는 보다 신중히, 고심 끝에 내놓았던 휘호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휘호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사자성어는 <주서-이기전>의 ‘태조 부위정경, 위권진주’(太祖 扶危定傾, 威權震主)에서 따온 말로 ‘위엄과 권위를 떨쳐 왕을 두렵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때문에 이 휘호에 대해 일각에서 “군왕의 위엄과 과도한 국가기강 확립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던 것. 당시 이 대통령은 “국가정체성을 훼손하는 폭넓고 뿌리 깊은 상황이 있다”고 언급하며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해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는 <교수신문>은 2009년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을 선정한 바 있다. 또한 각 대학교수, 칼럼니스트 등 216명의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10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는 ‘강구연월’(康衢煙月:태평성대의 풍요로운 풍경)이 꼽혔다. 정치인들의 ‘바람’이 담긴 신년화두와 한 해가 지난 뒤 국민들이 실제로 ‘평가하는’ 것은 언제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대통령이 2010년 선택한 새해 화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이 올 연말에 어떻게 평가될 지 국민들과 정치권에서는 또 한번 이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1 년동안 지켜보면서 냉정하게 평가를 내릴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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