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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극적 장치로 사용되는 많은 것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반전’일 것이다. 특히,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한 반전으로 마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을 때면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지 않던가? 사실, 반전은 반전 그 자체의 존재로만 무조건 승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반전으로 인해 무참히 실패한 영화들도 부지기수, 특히 스릴러와 호러물에서 반전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성공과 실패를 오간 수많은 반전들 가운데 ‘반전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최고의 반전들을 모아봤다. (혹여나 아래 열거한 작품들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

‘싸이코’(1960)
- 지금은 여기 저기서 너무도 흔하게 남용되는 단어지만 이 ‘싸이코’가 영화 사상 최고의 거장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손길을 타고 안소니 퍼킨스라는 명배우의 숨결을 통했을 때 전 세계는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젊은 세대들에게나, 골수 영화팬이 아닌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구태의연한 옛영화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공포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듯 현대의 어떤 공포, 스릴러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노모를 보살피는 줄 알았던 주인공 노먼 베이츠가 결국 그 노모가 되어 다중 인격체의 모습을 보이며 노모의 시체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저 경악. 저 유명한 샤워실 장면도 그저 위대할 뿐.


‘유주얼 서스펙트’(1995)
- 지금도 생생하다. 신촌역 언덕을 올라 삼거리에 위치했던 재개봉관인 이화예술극장에서 고2때 까까머리를 하고 현충일날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보다 모두 얼어버린 기억이. 아마도, 현대 들어 가장 뛰어난 반전이 아닐까 싶다. 신인감독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브라이언 싱어의 탄탄한 각본(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개성있는 연기자들의 열연과 무엇보다 케빈 스페이시의 발견. 지금은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답습되어 대충 짐작으로도 누가 범인인지를 맞추는게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정말 이 영화는 케빈 스페이시가 경찰서를 나와 절름발이에서 정상인으로, 아니 그 전설속의 악당 카이저 소제로 변하는 장면에서 반전의 진수를 보여준다.


‘식스 센스’(1999)
- 이 영화가 상영되던 극장 앞에서 영화를 먼저 보고 나오는 길인 한 관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라고 한 마디 던졌다가 몰매를 맞을 뻔 했다는 얘기가 있다. 잔혹한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는 스릴 없이도 이렇게 오싹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 이 영화를 연출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이 영화가 너무 훌륭해서였는지 그 이후로 내놓은 작품들이 영 신통치 않다. 액션배우로 출발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던 브루스 윌리스에게는 그야말로 행운의 작품. 사실, 이 영화가 선보인 반전의 성공으로 수많은 호러물에서 지나치게 말그대로 ‘따라한’, 악영향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한국의 호러물들은 일본 공포영화 ‘링’과 함께 이 영화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나머지 졸작을 자처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유지태 주연의 ‘거울’, 정말 어설프게 이 영화를 따라했다.


‘올드보이’(2003)
- 자신이 연출하는 작품의 각본을 직접 쓰는 박찬욱 감독은 이 시대가 낳은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이 영화를 개봉 첫날 아무런 정보 없이(필자는 신작을 보기 전에 절대! 절대! 줄거리를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보다가 예의 그 뒤통수 맞는 기분을 느꼈다.
개봉 전 시사회 때 영화의 결말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하게 했다는데, 정말 그 이유가 공감이 간다. 아마도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반전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이 영화는 단순히 반전 이외에도 너무나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 중 유일하게 반전효과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필자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최민식이 아빠야”라고 친절하게(?) 알려준 적이 있다. 영화광들이 가장 기피하는, 가장 싫어하는 그 이름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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