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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를 보면 람보나 코만도처럼 주인공 혼자서 일당백으로 악당들에 맞서는 슈퍼 영웅들도 있지만 각자의 개성을 지닌 두 인물이 티격태격 하면서 극을 이끄는 경우도 있다. 영화 용어로 흔히 버디(Buddy)무비라고 하는데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단짝’ 정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버디무비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형사 콤비이다. 이들은 사건 해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그러나 각자의 개성으로 인해 결코 타협될 수 없는 기질을 가진 채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리쎌웨폰’ - 멜 깁슨&대니 글로버

아마도 영화 사상 최고의 형사 콤비로 기억될 것 같다.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고 몸을 사리는, 바른생활 사나이이자 안정된 가정의 가장인 흑인형사 로저(대니 글로버)와 다혈질의 마초 형사 마틴(멜 깁슨). 이들은 백인과 흑인, 구세대와 신세대, 다혈질과 차분함 등 다양한 대립 구조를 조화롭게 요리해내면서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오락물에 일가견이 있는 리차드 도너라는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매 시리즈 마다 동일한 조연을 출연시킴으로써 마치 실제 이야기 같은 친근감을 불어넣어 형사 액션영화로서는 드물게 4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졌다. 몸을 사리면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로저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마틴의 좌충우돌 액션들은 언제 봐도 즐겁다.


‘나쁜 녀석들’ – 윌 스미스&마틴 로렌스

‘리쎌웨폰’이나 ‘48시간’을 통해 유행하던 흑백 형사콤비의 상식을 깨고 최초의 흑인 형사 콤비로 등장한 작품.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던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의 생소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베이라는 천재 액션감독(그 후 ‘더 록’과 ‘아마겟돈’ 연출)의 첫 연출작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빼어난 액션 연출에 입소문을 타 흥행에 성공하면서 2편까지 제작되었다. 부유하고 뺀질거리는 윌 스미스와 마치 에디 머피를 보는 듯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웃기는 마틴 로렌스의 환상적인 호흡에 마이클 베이 특유의 사실적인 액션으로 과도한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투 캅스’ – 안성기&박중훈

빼어난 영화적 감각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강우석 감독을 단박에 흥행감독으로 탄생시키면서 한국 영화팬들의 배꼽을 빠지게 했던 안성기, 박중훈 콤비. 이들은 전형적인 타락한 고참 형사와 순수한 신참 형사의 대립을 통해, 그리고 한국 사회의 치부를 블랙 코미디로 재치 있게 그려 냄으로써 한국 영화에서는 흔치 않았던 형사 콤비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안성기, 박중훈 콤비인지라 이들의 호흡은 최고. 3편까지 만들어졌지만 1편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는 조금 부족했다.


‘러시 아워’ – 성룡&크리스 터커

아마도 영화 사상 최초로 동양인과 흑인 형사 콤비인 것 같다. 헐리우드에서 성룡의 위치를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작품으로 현재 3편이 개봉 예정이다. 예의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성룡표(?) 액션과 역시 에디 머피의 후계자격인 크리스 터커의 수다 속에서 다양한 상황들이 흥미롭게 연출된다. 헐리우드에서 성룡을 기용해 제작한 영화들 중 성룡의 장기를 가장 잘 이용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완전히 다른 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묘하게 어울리는 조화를 보면 이 영화가 왜 전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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