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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오늘은 ‘디 워(D-war)’ 논란의 뒷북 두 번째 이야기이자 아마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사실, 한 편의 영화를 놓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나 의견은 다양할수록 좋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것이 비합리적인, 또 비상식적인 원인으로 인한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비하가 아니라면 영화를 통한 토론만큼 건전하고 흥미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 워(D-war)’와 관련해서는 그러한 건전한 영화 이야기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심형래 감독과 충무로의 대결 구도를 비롯 영화 외적인 다양한 갈등 양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윤리가 그 폐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건전한 네티즌 문화에 대한 얘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거대한 주제이니 그 부분은 생략하겠다.

사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MBC에서 ‘디 워(D-war)’ 논란과 관련하여 방영된 100분 토론은 흥미 있게 시청하였다. 물론 토론이라는 것은 정확한 주제와 논거가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토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날 토론은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소재였을 뿐, 진정한 토론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 ‘디 워(D-war)’ 논란을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와 연관시켜 토론을 한다고 거창하게 내세웠건만, 한 쪽에서는 ‘디 워(D-war)’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좋았다 내지는 응원해 줘야 한다라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상대편에서는 ‘디 워(D-war)’를 향한 객관적인 비평을 금지하는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워낙 치열했던 분위기에 휩쓸려 별다른 생각을 못했던 분들이라도 지금 단순히 정리해보면 두 입장은 서로 상반되어 토론을 벌여야 할 구도에 놓여있지 않다는 사실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차라리 ‘디 워(D-war)’ 논란에 대해 과연 영화 자체의 평가를 떠나 그 어떤 이유로 한 편의 영화를 응원해 주는 게 맞느냐, 아니냐를 놓고 토론을 하던가, 아니면 ‘디 워(D-war)’를 향한 객관적인 비평을 금지하는 네티즌들의 태도가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토론을 하던가, 아니면 정말 ‘디 워(D-war)’가 한국영화의 미래에 관한 대안이냐, 아니냐와 같은 보다 명확하고, 공평한 토론의 구도가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디 워(D-war)’를 향한 객관적인 비평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인 부분은 칭찬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다소 부족한 부분들은 보편적인 영화평에 근거에 지적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리고, 다소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할지라도, 이는 분명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 일정 부분 중요성을 갖는 일이라면 한 번쯤 격려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일방적으로 ‘디 워(D-war)’를 찬양하기만 하는 일부 과격파들과, 또 이에 반해 ‘디 워(D-war)’의 단점만을 지적하고, ‘디 워(D-war)’를 둘러싼 현상에 극단적으로 비판적인 의견들이 충돌을 일으키는 구도로 진행되었다.

아마도 그러한 가운데 가장 피해를 봤을 사람들은 순수하게 영화를 관람하려던 관객들이 아니었나 싶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가 어떻길래 그렇게들 난리지?’라는 호기심으로만 이 영화를 관람했다면 아마도 한 편의 영화를 진정 순수하게 관람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빛과 그림자라는 마법을 통해 한 사람의 내면 깊숙한 그곳과 은밀한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감격스런 만남인 것을, 어쩌면 세상에서 들려오는 너무나 시끄러운 소음으로 정작 자신에게서 들어야 하는 가장 정확한 소리를 놓쳐버린 게 아닌가 싶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사람들은 모두 누가 옳고 누가 틀리냐, 누구의 설득력이 더 강하냐, 누구의 표현력이 더 후련하냐에 더욱 관심을 가질 뿐, 정작 ‘디 워(D-war)’라는 한 편의 영화가 자신에게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왔는지를 충실히 느끼고 생각해 보는 일에는 오히려 소홀한 듯 보였다. 그것이 21세기에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요,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힘의 논리라면 할 말이 없지만, 분명 한 편의 영화를 만나고, 그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간직하는 행위에 있어서 방해되는 것들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해도 이 세상에 완벽한 영화란 있을 수 없으며, 반대로 안좋기만 한 영화도 없을 것이다. 꼭 봐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는 영화도 없지만, 또 그 영화를 본다고 손가락질 당할 영화도 없을 것이다. 영화를 둘러싼 담론이 결과적으로 그 영화가 가져올 미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결국 그 담론은 의미 없는 그것일 뿐이다. 영화팬들에게 영화를 향한 순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가 만약 ‘디 워(D-war)’를 관람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느낌으로 ‘디 워(D-war)’를 만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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