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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3 20:52
노장 영웅들의 귀환
조회 수 1766 추천 수 0 댓글 0
여느 문화, 예술 장르가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정도 그 분야의 역사와 발전이 이루어지고 나면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바로 ‘소재의 고갈’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 문제는 영화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장르영화나 유사 소재를 활용한 영화의 경우 그 시초가 되는 작품들이나 파격적인 혁신, 진보를 이룬 작품들은 관객들의 사랑을, 또 평론가의 인정을 받게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소재의 고갈에 따른, 즉 어디선가 한 번쯤 본 듯한 아류작의 운명을 타고나는 것이다. 가령, 영화사상 최고의 마피아 영화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그 시초로 여긴다. 즉, 2000년대에 들어 누군가가 또 다른 마피아 영화를 만든다 해도 이미 본 장르의 최초이자 최고 작품이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그 벽을 넘기란 정말 어렵다는 얘기이다. 최근 영화계를 보면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좋은 감독, 배우, 스탭들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힘든 ‘소재의 고갈’에 직면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말 독특하고 혁신적인 작품이 아니고서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듯한 소재에 유사한 장면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자들이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오래 전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영화의 속편이었다. 이는 복고열풍의 일환일 수도 있고, 소재 고갈을 우회하는 대안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들이 전성기를 이루던 80년대 영화들의 팬들이 어느덧 중장년이 되어갈 즈음 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기이자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전설로 어필할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헐리우드의 전성기를 이룬 노장 영웅들의 귀환이다. 환갑을 넘긴 록키 & 람보 노장 영웅의 선두주자는 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로 사랑 받았던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록키와 람보로 대변되는 그의 영화인생은 90년대 들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나 작년 ‘록키 발보아’를 통해 62세의 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했으며, 역시 내년 개봉 예정인 ‘존 람보’를 촬영 중에 있다. 록키 1편이 1976년, 람보 1편이 1982년에 제작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거의 25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그의 캐릭터들이 어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이상 세월이 흐르면 록키, 람보의 팬들이 노년이 되어버려 관객 동원이 어려우며, 무엇보다 스탤론 자신이 환갑을 넘긴 이 시점에서 옛 영웅들을 21세기에 불러들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일단 ‘록키 발보아’는 록키 1편의 감동과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그려내면서 호평을 받았고, ‘존 람보’는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끝나지 않은 모험, 인디아나 존스 21세기에 모험, 탐험, 고고학과 같은 소재의 영화를 개봉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으니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이다. 지난 1982년 1편이 개봉된 이래로 1989년 3편까지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으며, 무엇보다 전 세계인들에게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보증수표였다. 그리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4편이 촬영 중에 있다. 주인공 해리슨 포드 역시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 긴 세월을 지나 개봉되는 속편의 흥행공식이라 할 수 있는 ‘오리지널 감독, 오리지널 주인공, 1편과의 연관성’과 같은 공식을 철저히 엄수하려는 듯, 여주인공 역시 1편에서 등장한 마리온이 다시 등장한다. 거의 20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와 21세기 최첨단 영화 기술이 만나 선보일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기대해보자. 죽지 않는 존 맥클레인, 다이하드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도에 거대한 LA의 빌딩에 갇혀 혼자서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면서 죽기살기로 고생하는,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존 맥클레인 형사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의 발견에 열광했다. 초인의 이미지와는 다른, 고통을 느끼고 어수룩함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미와 위트, 짜임새 있는 연출과 캐릭터의 시너지 효과로 다이하드는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1995년 3편이 개봉된 뒤 12년이 흐른 2007년 또 다시 돌아온 존 맥클레인. 아무래도 1편을 연출한 존 맥티어난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아서였는지 그저 화려한 볼거리만 가득했을 뿐, 1편의 매력을 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관객들은 존 맥클레인을 다시 만난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안정적인 캐릭터와 시리즈를 되살려 내는 것은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받는 길이지만 반대로 시리즈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1984년 개봉되어 흥행, 비평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터미네이터의 경우는 2편이 개봉된 지 12년만인 지난 2003년 3편이 개봉되었으나, 관객, 비평가들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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