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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의 배우는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것은 여느 미남, 미녀 스타처럼 매력적인 외모를 통해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흔히 명배우라 일컫는 배우들처럼 신들린 연기를 통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화려한 외모가 아니어도,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력이 아니어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영화적인 느낌을 타고난 배우들도 있었으니, 오늘 소개하는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하비 케이틀(이후 하비)은 톰 크루즈 같은 매끈한 외모를 타고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같은 주연급의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라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건 영화 속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속해 있는, 적당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영화적인’ 배우라 할 수 있다. 비록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거나, 연기파 배우로 각광받지는 못했지만 이제껏 그와 함께 작업한 감독들, 작품들, 역할들을 돌이켜 보면 하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훌륭한 영화 작업을 벌여온 배우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939년 미국에서 태어난 하비는 연극 무대에서 기량을 닦았으며, 미국의 최고 연기 학교로 손꼽히는 액터즈 스튜이오 출신이다. 하비만의 영화적 느낌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다름아닌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었다. 하비의 영화 데뷔작인 1968년 작 ‘누가 나의 문을 두드리는가?’부터 시작된 마틴 스콜세지와의 인연은 그 후로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마틴 스콜세지의 수 많은 걸작들로 이어졌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마틴 스콜세지의 단짝인 로버트 드니로와의 관계를 비교하며, 마틴 감독이 드니로의 연기력과 하비의 영화적 느낌을 절묘히 결합해 자신의 걸작들을 만들어 냈다고 평하기도 한다.

특히, 1973년 작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에서 선보인 하비의 폭력 연기는 이후 천재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과 같은 작품에서 훌륭하게 복습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1976년 작 ‘택시 드라이버’에서는 어린 창녀인 조디 포스터를 착취하는 포주 역햘을 맡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그가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후 1988년 ‘예수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에서 유다 역을 맡으면서 마틴 스콜세지와의 인연을 어느 정도 정리한 하비는 새로운 인연을 만났으니, 바로 하비의 영화적 느낌에 반해버린 쿠엔틴 타란티노 였다. 폭력과 블랙 코미디, 그리고 영화적인 재치가 번뜩이는 타란티노의 작품에서 하비는 특유의 시니컬 하면서도 냉혹한 연기를 선보이며,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와 같은 걸작들을 작업했다.

이이 외에도 1993년에는 칸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에서 여주인공 에이다를 성적인 욕망으로 빠뜨리는 베인즈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아멜 페라라 감독의 ‘스네이크 아이(Dangerous Game)’에서는 마약, 알코올 중독자 연기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양 극단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데 반해 하비의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상업성과 작품성이 조합된 작품들은 물론,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래져’ 같은 상업영화에도 출연한 바 있으며, 무엇보다 주류 영화를 뛰어넘어 독특한 작품들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경우도 있다.

1995년에 출연했던 ‘스모크(Smoke)’는 ‘조이 럭 클럽’으로 알려진 웨인 왕 감독의 작품으로, 일반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범한 이들의 삶을 통해 조명하는 강렬한 인상을 훌륭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그 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외 3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에 출연한 테오 앙켈로풀로스 감독의 ‘율리시즈의 시선(Ulysses' Gaze)’ 또한 그 해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 등 비평가들로부터 격찬을 얻어낸 작품으로, 두 작품에서 하비가 보여준 연기는 그의 연기의 깊이가 넓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경우였다.

이러한 까닭에 다양한 장르, 작품세계를 가진 수 많은 감독들은 출연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비가 출연하는 것 만으로도 부여되는 영화적인 매력에 반해 하비와의 작업을 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영화적인 영화배우, 바로 하비 케이틀을 두고 생긴 용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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