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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2 20:10
여전히 아쉬운 한국 공포영화의 현주소, ‘고死 : 피의 중간고사’
조회 수 2955 추천 수 0 댓글 0
해마다 여름이면 빠지지 않는 장르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호러, 공포 영화다.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고, 이번 여름에 개봉되었던 한 편의 한국 공포영화를 뒤늦게 감상하게 되어 오늘은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지난 1998년 ‘여고괴담’을 통해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참 동안 우리 영화계에서 공포 영화를 만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고괴담’을 시작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여러 편씩 개봉되었던 한국 공포영화의 부흥은 안타깝게도 일본 영화 ‘링’의 사다코 스타일(?) 귀신에 대한 집착과 헐리우드 영화 ‘식스 센스’가 유행시킨 반전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서서히 무너져 갔다. 그리고, 올 2008년 여름 시즌에는 단 한 편의 한국 공포영화만이 개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死 :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한동안 침체되었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으로, 또 ‘여고괴담’을 탄생시킨 학교, 교육문제를 소재로 했다는 점, 주연 배우 이범수의 출연료 자진 삭감, 뮤직 비디오 전문 감독의 첫 극영화 데뷔작, 게다가 2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고사’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 아직 이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래의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일단 여기까지만 읽어 주시고, 나머지는 영화를 보신 뒤에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볼 의향이 없으신 분들을 계속해서 읽으셔도 무방하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고 감상한 ‘고사’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아쉽기만 한 한국 공포영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을 언급하자면 학교라는 공간, 학업에 대한 억압 심리로 인한 공포를 잘 살려냈다는 것. 이는 이미 ‘여고괴담’을 통해 선보인 것이지만, 어쨌든 소재 면에서는 훌륭했다. 그리고, 역시 뮤직 비디오 전문 감독 답게 창감독(독특하게도 감독 이름이 ‘창감독’이다)이 선보이는 영상미와 빠른 전개는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그런데, 이 뛰어난 영상파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썼다는 데서 이 영화의 진짜 비극이 시작된다. 영상파 감독들의 고질병인 빈약한 내러티브(서사 구조)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빈약한 내러티브는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저 사람이 왜, 어떻게 그랬을까?’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호러(공포)와 스릴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원한과 귀신을 전면에 내세워 학교 공간과 학업 심리를 둘러싼 정통 호러물로 만들던가, 아니면 탄탄한 짜임새로 현실성 있는 스릴러를 만들던가 했어야 하는데, 감독의 욕심인지 이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은 꼴이 되었다. 이 영화는 억울하게 죽은 여학생의 귀신 얘기(호러)인 것 같으면서도 결국 그 여학생의 부모가 벌이는 사건(스릴러)으로 결론지어진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한국 영화를 망친 두 가지 항목, 즉 사다코를 닮은 귀신과 반전 집착이 역시 이 영화에서도 발견된다. 영화 초중반에 끔찍한 귀신이나 심령 공포를 선보이다가, 후반에 피해 학생의 부모를 범인으로 드러내고, 선한 편의 주인공인줄 알았던 교사를 가해자로 드러내면서 두 차례의 반전을 선보이지만, 개연성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반전을 위한 반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고립된 학교 공간은 충분히 공포를 자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설정이지만, 피해 여학생의 부모 단 두 명으로 인해 수십 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학교에 꼼짝없이 갇혀서 바깥과 차단된다는 것은 너무 억지다, 산골이나 외진 곳에 고립된 학교도 아니고. 게다가 이 영화는 문제를 풀지 못하면, 즉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쏘우(Saw)’를 흉내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좋은 설정임에도 설정에 그칠 뿐, 별다른 효과를 자아내지 못하고 있다. ‘쏘우’ 역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 이상 설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면서 외면당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연기자들을 보면, 그나마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이범수는 현상 유지를 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은 어설프거나 아깝다. 윤정희라는 배우는 TV에서는 얼마나 활약이 좋은지 모르지만, 혀 짧은 어색한 발성과 심각한 표정으로만 일관하는 연기로 겉돌고 있다. 청춘 스타들인 남규리와 김범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 반전과 함께 중요한 인물로 드러나는 수위 역의 이얼은 좋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임에도 이 영화에서는 어쩐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200만 명이라는 비교적 괜찮은 흥행 수익을 거두었지만, 이 영화는 결국 한국 공포영화가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대로 된 한국 공포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아마도 내년 여름 시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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