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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5 01:46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조회 수 3150 추천 수 0 댓글 0
“Long ago, when I was a young man, my father said to me...” “오래 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노먼, 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니 훗날 네가 준비가 되면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쓰려무나.” 로버트 레드포드의 음성으로 시작하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은 이제 노인이 된 주인공 노먼 맥클레인이 아버지, 동생 폴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낚싯대를 드리우던 빅 블랙풋(Big Blackfoot) 강에서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1992년 연출한 이 영화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08년, 그리고 이제 막 돛을 올린 2009년,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보며 흘린 눈물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10년도 넘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감상했는데, 당시에는 그다지 큰 감동도, 이 영화가 의미하는 것도 잘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은 영화 수입사가 의역한 모양인데, 참 잘 의역한 것 같다. ‘A river runs through it’, 강물은 그것을 따라, 그것을 통해 흐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어렸을 때는 여기서 ‘it’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영화는 시카고 대학 영문과 교수인 노먼 맥클레인이 은퇴 후 1976년 무려 73세의 나이에 펴낸 자전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의 아버지는 엄격한 장로교의 목사였으며, 남동생인 폴과 함께 네 가족이 몬타나의 아름다운 전원에서 자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가족에게는 종교와 낚시의 구분이 없었다.”는 대사처럼 그의 아버지 리브 맥클레인 목사는 제물 낚시(Fly fishing: 낚싯줄에 벌레 모형을 매달아 멀리 던져서 잡는 낚시)를 통해 두 아들과 교감을 나누며 낚시를 통해 그들에게 인생을 가르쳤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몬타나의 대자연에서 자란 형 노먼과 동생 폴, 그들이 장성할수록 그들의 낚시 실력 역시 높은 수준에 다다르고, 모범적인 형은 교수로서의 길을 가지만 신문 기자면서도 도박과 모험을 즐기는 동생 폴은 결국 그 자유분방한 개성 때문에 뜻밖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와 아들들, 전혀 다른 형과 동생, 엄격한 목사 가정에서 자랐지만 너무나 강한 개성을 지닌 동생 폴과 평범한 그의 가족,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낚시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조차 낚시라는 것을 해보고 싶게 만들 만큼 아름답고 멋진 낚시 장면들과 함께 잔잔하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노인인 된 노먼 맥클레인이 홀로 낚시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의 회상으로 영화의 전반을 이어가고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노먼 맥클레인의 낚시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노먼 맥클레인은 동생 폴이 사망한 뒤 아버지가 전한 잊을 수 없는 설교에 대해 회상한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거의 돕지 못합니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 때로는 그들이 원치 않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과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린 서로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까닭모를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어쩌면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 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들을 하염없이 흘려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ventually, all things merge into one and a river runs through it.” “결국 그 모든 것들, 우리네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하나로 모여지고 강은 그것을 따라 흐른다.” 비록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고, 갈등이 있을 지라도, 결국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우리들의 삶은 참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어린 시절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낚시를 많이 다녔는데, 청년이 되어서는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알아 봤더니 영국에서도 이 플라이 낚시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송어도 참 많다고 한다. 올 한 해는 꼭 이 플라이 낚시를 배우고 싶다. 그리고, 꼭 한 번 가족과 함께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고 싶다. 올 한 해 가장 큰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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