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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05:16
왕년의 B급 액션스타들을 추억하며 -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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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를 쓰게 된 동기부여가 되었던 한 편의 영화가 있었다. 바로 ‘장 클로드 반담(JCVD)’. 그렇다, B급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담 그 자신의 이름이 바로 영화제목인 영화다. 스티슨 시걸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추락하고 있는 와중에 장 클로드 반담이 출연한 이 영화는 상당히 재치가 있고 감동까지도 느껴진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다름아닌 주인공 장 클로드 반담의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B급 액션스타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티븐 시갈과 마찬가지로 추락을 거듭하던 그가 이렇게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반갑다. 어쩌면 그와 같은 액션스타들에게 일종의 대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는 이제 50대가 되어 액션을 연기하기가 힘들어진 반담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지만 곧 실제 반담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는 중이고, 자녀로부터도 대접을 못받는 불쌍한 처지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우체국에서 강도들에게 인질로 잡힌 반담, 영화 속에서 그는 화려한 액션으로 적을 제압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는 그저 두려움 많은 50대의, 직업이 영화배우인 중년 남성일 뿐이다. 영화는 후반부에 파격적인 모험을 한다. 이것이 영화라는 것을 드러내 놓고 인정한 뒤, 반담을 영화 세트 바깥으로(정확히는 위로) 들어올린 뒤 그의 독백을 보여준다. 반담의 가슴절절한 사연들, 유럽에서 헐리우드로 와서 겪었던 초창기의 고생한 이야기들, 간신히 영화에 출연하여 스타로 성장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가 겪은 슬럼프와 추락, 심지어 그는 뜨거운 눈물까지 흘리면서 자신의 지난 날과 초라한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반담의 화려한 발차기는 볼 수 없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반담의 모습은 그의 어떤 영화들보다도 살아있다. 어쩌면 이 영화 이후 그는 더 이상 액션이 아닌, 다른 연기로 관객들을 만나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화려한 발차기와 천하무적 액션배우로만 여겼던 반담이라는 한 배우, 한 인간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비단 이는 반담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들을 스쳐간 수 많은 액션스타들의 애환에 대한 이야기로 들려온다. 배우들 중에서 가장 빨리 소모되고, 심지어 가장 빨리 버림받기도 하는 배우들은 액션스타들과 섹시스타들이다. 이 두 부류의 배우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젊은 시절 가장 멋지고 섹시한 모습을 가지고 승부를 건다. 그만큼 빨리 스타가 될 수 있고, 화려한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빨리 소모되고 빨리 버림받을 수 있는 운명이다. 관객들은 액션스타들로부터 변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한다. 관객들 자신은 늙고 변할지언정, 관객들은 액션스타들이 조금만 늙고, 그들의 액션이 조금만 느슨해져도 그들을 외면한다. 지난 시리즈들을 통해 언급한 몇몇 노후대비를 훌륭하게 마친 스타들을 제외하고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 초라한 말로를 대비해야 한다. 이소룡이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액션스타로 남아있는 것은 그가 최고의 전성기 모습만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아마 이소룡이 현재까지 살아있었다면, 그래서 우리가 그의 늙고 살찐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가 더 이상 액션을 보여줄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연기를 선보이거나 연출가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쩌면 그의 초라한 노년을 목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쌍권총으로 한 때 홍콩 액션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주윤발 역시 나이가 들면서 다른 연기로의 변신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고 슬슬 잊혀져가고 있다.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른바 성룡표 액션을 구축한 성룡은 그나마 5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인기를 구가하며 장수를 누리는 액션스타의 희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에도 수도 없이 뜨고 지는 영화계의 스타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더 빨리 뜨고 지는 액션스타들, 그리고 또 그 중에서도 더 낮게 뜨고 더 빨리 지는 B급 액션스타들, 가끔은 그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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