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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시리즈를 연재하느라 최근 본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오늘 소개하는 두 편의 영화들은 올해 개봉된 나름 최신작들로, 어떻게 보면 ‘스릴러’와 ‘가족’이라는 공유점을 갖고 있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제목 만으로는 무슨 호러영화나 아니면 예술영화 같은 ‘왼편 마지막집(The Last House on the Left)’. 감독도 처음 보는 인물이고, 주연 배우들도 거의 무명인데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 이 작품은 의외로 잘 만든 스릴러였다.

남편 존, 아내 엠마, 10대 청소년인 딸 마리로 구성된 콜링우드 가족은 한적한 교외 지역 호수가에 위치한 일명 ‘왼편 마지막 집’으로 이사온다. 마리는 시내로 놀러가서 우연히 만난 또래 남자 청소년과 어울리지만, 이 청소년의 가족은 탈옥수 일당, 즉 흉악범들이었던 것. 급기야 이들 일당은 마리를 폭행하고, 심지어 호수로 뛰어들어 도망치는 마리를 살해하기 위해 총을 쏘지만 마리는 다행히 목숨을 건진채 호수를 헤엄쳐 집으로 향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한편 자동차 사고로 부상을 당한 이들 일당은 하필 구조를 요청해 들어간 집이 바로 콜링우드 가족의 집, 그러나 마리가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 존과 엠마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후에 집에 도착한 마리. 과연 이들 가족은 흉악범 일당들과 어떻게 대치할 것인가?

이 영화는 ‘나이트 메어’로 유명한 호러의 대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1972년도 연출 데뷔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관건은 딸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들이 하필 딸의 부모와 마주친다는 불편하고 긴장감 넘치는 설정에 있다. 자칫 뻔한 가족 범죄 복수극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영화를 수작으로 만든 힘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 연출작인 감독 데니스 일리아디스의 짜임새 있는 연출.

두 번째 영화는 그 유명한 우리영화 ‘마더’. 사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인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흥행성적을 거두었지만,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본다는 것은 영화광들에게는 분명 가슴 설레이는 흥분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언론에서 이 영화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얘기들을 쏟아냈지만, 언제나 그렇듯 필자는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접하지 않았고, 덕분에 100%의 신선함(?)으로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는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약간 모자란 아들 도준의 누명(?)을 벗기려 발벗고 나서는 홀어머니의 우여곡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건만, 여기에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갖가지 이야기를 붙여서 한 편의 영화로 빚어내는 연출력은 역시 봉준호 감독답다.

봉준호 감독은 전달이 비교적 명확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여운의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살인사건을 다루다 보니 역시 ‘살인의 추억’에서 선보였던 봉준호 감독의 장기(?)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외에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은 배우 김혜자의 완벽을 넘어선 연기와 이전보다 더욱 섬세해진 인물, 풍경묘사가 돋보인 화면이었다.

김혜자가 스크린에서도 이토록 놀라운 연기를 선보일 줄은 몰랐다. 정말 이제껏 왜 영화에 거의 출연을 안했는지 안타까울 만큼 김혜자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수준이다. 도준의 친구 진태 역의 진구, 형사 제문 역의 윤제문도 맛깔나는 조연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촬영지 선택이 너무나 탁월한 데다가 섬세한 화면 묘사가 너무나 뛰어나서 알아봤더니 이 영화는 한국 최초로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으며, 2.35:1의 흔치 않은 와이드 비율로 촬용되었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도준 역의 원빈. 어쩌면 이 영화를 2% 부족하게 만든 게 바로 원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빛은 도준에 어울릴 법한 순수함 그 자체지만, 아쉽게도 그는 맡은 인물 도준이 되지 못하고 도준인 ‘척’하는 얕은 연기로 일관했다. 도준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이 연기한 여일과 비슷한 인물인데, 여일에서는 강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도준에서는 원빈이 너무 많이 보인다.

어쨌든, 여전히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기대되며, 앞으로 더욱 많은 영화에서 김혜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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