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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바로 보기 11
새로운 미술의 눈을 열어 준 거인‘고야’9


고야의 다섯 번째 만남, 사회와 현실인식 3

작가의 시선과 표현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가들은 주문자의 요구에 의해 그림을 그리는 일종의 장인이었다. 사회와 주문자가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는 작가가 좋은 작가로 대접을 받았던 일종의 기능인이었을 뿐이다.
바로크 시대에 비로소 미술은 창의성과 개성적인 표현 성을 보이기 시작하며 예술성을 획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시대에도 역시 작가의 개인적인 시각이나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보거나 경험하고 그것을 자신의 독창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예술가의 본격적 출현한 것은 사실상 19세기 후반인 인상파 이후부터다. 만약에 예술이 창의성과 고유성, 독자적 표현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사실상의 미술이 출발한 것은 19세기부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야는 주문 생산자로서의 예술가의 영역을 허물고 작가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을 본격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작가였다. 이를테면 진정한 예술가의 길과 방법론을 자기의 그림으로 보여준 최초의 미술가였다.

다음 그림을 보자. 필자를 놀랍게 한 이 그림은 한 마리의 개가 앞이 보이지 않는 곳을 오르다 불안하게 살피고 있는 장면이다. 배경을 거대한 두 공간으로 나누고 음울한 색으로 그는 처리했다. 그리고 개는 아주 작게 묘사해 상대적으로 배경의 거대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어딘지 모르는 땅, 생명을 상징하는 단 한 그루도 식물이 없는 곳을 힘겹게 오르며 막막하고 적막한 공간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듯한 개는 바로 화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미술가로써 출세를 하기 위해 자기의 생애를 바쳐 최선을 다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궁정화가로 대접을 받고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찬 바람 같이 일어난 인생에 대한 허무로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헐떡거리며 산 한 마리의 개를 발견한다.
왜 그는 이렇게 자신을 개로 표현했을까? 많은 미술사 가들이 이 그림을 놓고 고야 자신을 표현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왜 그렇게 표현했는가에 대해선 기록하지 않고 있다.
이 한 장의 그림은 사실 미술사의 전환기를 예고하고 있는 놀라운 그림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자아에 대한 모색과 발견 그리고 표현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현대의 예술성(藝術性)의 의미를 그대로 수용하고 표현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통하여 그는 많은 고뇌를 하고 스스로 개로 표현할 만큼 자기 학대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음울하고 암담한 색으로 처리한 거대한 배경은 그가 인식하고 있는 당시의 에스파냐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 속에는 단 하나의 생명도 희망이나 전환을 상징하는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극단적이고 절망적인 그림은 그의 블랙 페인팅의 시대에 나온 그림 중의 하나다. 그가 살았던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은 역사의 대 전환기였다. 스페인 제국이 확실하게 몰의 길로 들어서고 힘을 상실해가는 왕의 모습을 그는 옆에서 지켜본다. 또 프랑스 혁명으로 왕이 길로틴에서 사형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신분과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1805년 트라팔가의 해전에서 영국에게 패배함으로써 스페인은 해군력을 잃고 1807년 나폴레옹은 스페인을 공격해 카를로스 4세를 퇴위시키고 자신의 형인 조제프 보나파르트를 에스파냐왕으로 세운다. 이때부터 프랑스 점령하의 마드리드에서 시민의 반란이 일어나고 시가전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부르봉왕가는 나폴레옹에 의해서 붕괴되었으나, 고야는 이 때 계속 궁정에 머물며 점령군의 장군과 매국노들의 초상화를 그려 준다.
시민과 농민은 게릴라전으로 나폴레옹에게 저항하였다. 에스파냐어의 <게릴라>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여러 지역의 저항조직은 12년 카디스에 모여 국회(코르테스)를 열고, 주권재민을 비롯한 자유주의적 조항을 받아들여 카디스 헌법을 제정한다. 이것은 스페인 최초의 민주 혁명의 시도였다. 그러나 이 헌법은 실시되지 못하였다.
시민들의 나폴레옹군에 대한 저항전쟁은 최후까지 지속되어 마침내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과 더불어 스페인은 점령군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고야는 당시 매국노와 반 민족자로 추궁을 당했지만 용서를 받는다. 이런 혹독한 정신적 경험이 한 마리의 개로 자신을 표현하게 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British Media / writer Jun H..Hⓒ) 필자의 연구 글로 무단 인용이나 복제 엄금. 필자(h.h.Jun)미학 및 미디어 강사/ 한국에서 시인과 미술평론 및 연출가로 활동하다 현재 런던에서 체류하며 미디어 강사와 작품활동을 하고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데이트 모던 등에서 일반인을 위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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