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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25>

미술사가와 문화 이론가들의 처절한 문화 전쟁 1


  필자는 군대 생활시 비무장 지대 안의 최 전초 기지인 GP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북쪽에서 ‘대적 정치 공작조’가 조직되고 이들이 투입되어 비무장지대에 나타나 남쪽의 병사에게 심리전을 전개하자 군단에서 운용하는 <대북 방송반>과 다른 우리 팀을 급조하여 훈련시킨 후 배치를 한 것이다.
   북측의 ‘대적 정치 공작조’는 ‘당성이 확고하고 신념이 투철한 자로써 정치 군관’으로 3년 이상 복무한자로 계급이 상위<한국과 다른 북의 네 계단 계급, 소위 중위 상위 대위>에서 대위인 장교들로 구성되어 임무는 월북 종용, 선전 선동, 사기 저하 등 아군의 교란 임무를 주로 하는 특수 부대였다. 남쪽은 이에 맞설 팀을 급조하여 교육한 후 면접 작전이 투입했다.
  나는 이 팀에 차출되어 정보사와 상급부대에서 내려오는 임무를 수행했었다. 문화 현장의 글에 때 아닌 과거의 사적인 군대 생활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남북이 대치되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최전방의 상황과 오늘 날 세계 문화 현장의 최전선이 조금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문화사와 미술사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전쟁은 1895년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작으로 백여 년 이상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들은 루이 14세 이후 프랑스에게 빼앗긴 미술사를 다시 이탈리아로 옮겨 르네상스의 찬란한 문화 부흥의 전통을 다시 찾겠다는 전략으로 비엔날레를 창설했다.
   그 후 전열을 정비하고 미래주의 선언을 프랑스의 일간지에 발표하며 파리에 선전 포고를 시작했으나 무솔리니의 폐쇄적 민족주의에 동참한 미래주의는 자멸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베니스 비엔날레는 여전히 살아남아 세계의 예술가들을 끌어 모아 줄을 세우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20세기 중반에 독일이 카셀 지역에 미술제인 카셀 도큐먼트를 실시하고 미술사 주도권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끼어들었다. 그들은  히틀러에 의해 붕괴된 문화 기반을 회복하고 50년대 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20세기 후반기의 미술사의 부분에 파고들어 와해시키고 다시 세계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고자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보적인 전 세계의 미술가들을 카셀로 불러 모아 정기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달리 카셀 도큐먼트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다. 그것은 60년대 이후 독일 출신 작가들의 두드러진 진출과 부상, 독일의 일부 지역이 현대 미술 교육의 메카로 등장한 것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들 문화 전쟁에 가장 뒤늦게 가세를 한 것이 영국이다. 1984년 터너 프라이즈를 설립하고 자국의 열악한 현대 미술 중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영국 사회는 이들에게 여전히 냉소적인 시각을 보내고 언론은 대다수의 회의적인 독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양쪽에 두 다리를 적당하게 걸진 체 곡예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틈으로 미디어의 전략가인 사치그룹의 총수인 사치가 현대 미술에 투자를 하고 수집해 자기의 허름한 창고(스의스 코티지 역 부근)에 전시장을 개설하다 마침내 로얄 아카데미 기획 팀과 함께 1997년 센세이션(Sensation) 전을 열어 이들을 보수적인 미술계에 끌어낸 것이다.         영국의 유태인 미디어계의 실력자에 의해 급조된 현대 미술가들인 데미안 허스트나 테레시 예민 등은 사실상  그 때부터 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미술사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 영국의 현대 미술 작가들이 세계의 주류 속에 파고 들 수 있을지는 필자는 여전히 의심 중이다. 그 까닭은.......<다음 호에 계속>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본지에 세계문화사(유로저널)와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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