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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현의 문화현장- 영국 사람들의 이야기 (5)> 꽃을 키우지 못하는 여자하고 사는 그 남자, 로버트 2.

 

나는 그녀가 권한 차를 마신 후, 프란세스에 대한 안부와 근황을 매개로 그들과 어색한 만남의 틈 메꾸기를 시도한다.

그들과 나는 전혀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이고 아마도 로버트는 난생 처음으로 한국인을 만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프란세스는 네 살이 많은 그의 누이였고 나는 프란세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수년째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 인터뷰는 그녀의 고아원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동생으로 지켜본 누이의 삶에 대한 진솔한 증언을 취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카메라를 셋업하면서 조명을 신경 쓰다, 다시 방 안의 벽을 세심하게 돌아다본다.

색 바랜 벽지에 프란세스가 그린 수채화가 생경하게 걸려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풍경이 사실 그녀의 삶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바로 보았다.

낡은 소파에 몸을 묻고 카메라 앞에선 그는 모든 것이 예전보다는 분명 낫고 자기는 행복한 사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50여 년 전 런던의 서민 주택은 화장실이 밖에 있었고 수도 물은 집 밖에서 길어다 먹었다고 한다.

비싼 연료비로 목욕물을 데우는 것도 여의치 않아 한번 데운 물로 전 가족이 차례로 사용하곤 했다.

로버트와 프란세스는 어머니의 불편한 몸과 정신 쇠약으로 거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5살이 되기 전에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으로 갔다.

그곳서 프란세스와 함께 독립할 나이가 되기까지 생활을 했다.

당연 지금 가지고 있는 이 허약한 가정과 퇴색해 보이는 낡은 집도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계단에 수북하게 쌓인 먼지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어제보다 오늘이 분명 좋기 때문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행복한 남자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그의 삶이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내가 어둔 내 그림자에 눌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버트는 그의 아버지의 불행한 삶을 세습한 것과 같이 보였고 그의 두 자녀는 자신과 프란세스의 삶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카메라 앞에서 굳어진 그의 표정을 풀기 위해 농담을 던진다. 그러나 그는 아주 짧은 순간 반응하고 이내 다시 긴장을 한다.

고아원 생활부터 질문을 하려다 난 순서를 바꾼다.

프란세스가 이혼을 할 때 로버트의 집에 잠시 머물렀다는 말을 떠올리고 그 장면부터 증언을 듣기로 한다.

자신이 몸으로 체험한 불행보다 누이의 불행이 그래도 덜 무겁지 않은가 하는 소박한 생각 때문이었다. 1996년 프란세스(Frances)는 수영장엘 가려고 나서다가 와인 창고에서 남편이 16살의 여점원과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때 분노에 휩싸인 그녀는 이 때 남편에게 살의까지 느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녀는 우선 집을 뛰쳐나갔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이 때 남편의 시누이가 함께 있자고 프란세스에게 제의를 했다.

난 그 때 상황을 다시 잠시 요약하여 로버트에게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러자 로버트(Robert)는 이렇게 말했다. “그 때 저도 저희 집으로 와 있을 것을 제안했어요. 프란세스는 며칠 동안 우리 집에서 함께 있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프란세스가 남편이 함께 잔 것을 목격한 것도 아니고 키스 정도 한 현장을 목격 한 것만으로 그렇게 과민하게 행동을 할 필요가 있었을 까요?” 한국 여인 중에 50이 넘은 부인이 자기 남편이 젊은 여자하고 키스 한번 했다고 집을 뛰쳐나갈 여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내 생각 때문에 질문을 했다.

내 질문에 로버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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