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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운아였습니다. 나는 항상 벼랑의 모서리에 서 있었어요. 그러나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인해 한 번도 벼랑 속으로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피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요, 그것은 신의 도우심이었습니다.” – 클라라 하스킬 – 예술가에게 고난이란 무엇일까? 유독 예술가에게 있어서의 고난과 역경은 영원히 남을 예술적 승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회자된다. 화가 고흐가 그랬고 작곡가 베토벤이 그러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들의 역경과 고통의 산물은 불멸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지난 주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에 이어서 오늘은 기구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1895-1960)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항상 클라라 하스킬을 소개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천재적 재능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녀 삶의 인간 승리이다. 1895년 1월 7일 루마니아 부크레슈티에서 태어난 하스킬은 불과 여섯 살 때에 한번 들은 모짜르트의 소나타를 그 자리에서 조를 바꾸어 암보로 연주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인다. 그 후 11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해 포레와 코르토 등 당대의 대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15세이던 1910년 유럽과 미국에서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한다. 당시 하스킬은 약간은 신비스러운듯한 몽환적이고 지적인 눈부신 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아름다운 소녀의 천재적인 재능은 사람들은 열광시키고도 남는 것이었다. 하지만 18세가 되던 1913년,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희귀한 불치병인 축색경화증’(Sclerosis), 뇌와 척수의 백질이 파괴되면서 신경계에 종양까지 동반하는 이 병으로 그녀는 4년이란 시간을 깁스를 한 채 병마와 싸우게 된다. 가까스로 다시 연주활동을 시작하지만 하스킬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젊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병의 후유증으로 인해 그녀는 꼽추가 되어버린다. 다시 그의 예전 인기와 명성을 찾으려는 순간 운명은 또다시 그녀를 놔두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유태인이었던 하스킬은 나치를 피해 남 프랑스 마르세유에 피난을 떠났고, 그 곳에서 숨어 지내야만 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그녀의 곁에는 바이올린 한 대와 고양이가 전부였다. 게다가 힘든 은둔 생활로 인한 뇌졸증으로 실명의 위기에 처하고, 축색경화증의 합병증인 신경종양으로 그녀는 사경을 헤 메이게 되지만 다행히 한 유태계 의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한없이 투명한 순수의 음악 그녀가 연주한 모짜르트를 들어보자. 참으로 가식 없는 투명하고 순수한 음악이다. 요즘같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는 세태에 비추어 보자면 밋밋하기 그지없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한음한음 깊이 되새기며 들어보자, 그곳에는 그녀의 겸손함과 감사가 들어있다. 그녀의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지만, 그녀는 항상 감사했고 겸손했다. 그녀의 음악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순수였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항상 연주를 마칠 때면 "오늘도 살아서 연주를 마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겸손과 감사, 청중에 대한 겸손과 감사, 그리고 삶의 대한 겸손과 감사.. 항상 겸손과 감사가 넘쳤던 그녀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성공한 삶이었고 축복된 삶이었다. 그녀는 어떠한 과장이나 꾸밈없이 오로지 마음을 다해 연주하였고 그녀를 기억하는 당대의 연주가들은 존경과 경외심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창 세계적으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52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음반 녹음을 시작했는데, 그것은 그녀의 겸손과 수줍음에 기인한 것이었다. 1960년 12월, 공연을 위해 도착한 벨기에 브뤼셀 역에서 순간적인 현기증으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후 병원으로 옮기어져 임종 전 그녀가 마지막 남긴 말도 바이올리니스트 그뤼미오에게 다음날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메시지였다. 요 며칠째 독감으로 고생 중이다. 이번 독감이 얼마나 독한지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까지 나약하게 만들어버렸다. 공부해야 할 악보는 쌓여있고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도 밀려버린 이 상황에서 내 자신이 겸손해야 할 이유와 감사할 조건들을 찾는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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