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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01:19
네 개의 마지막 노래 (Vier Letzte Lie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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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라우스가 죽기 1년 전인 1948년에 완성한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80여 년 음악인생을 살아온 노(老)대가의 완숙된 음악적 기법과 깊이 있는 내면의 표현으로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걸작이다. 제목 그대로 총 4개의 가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곡 ‘봄’(Frühling), 제2곡 ‘9월’(September), 제3곡 ‘잠자리에 들 때’(Beim Schlafengehen)는 헤르만 헤세의 시에 곡을 붙였고 제4곡 ‘석양에’(Im Abendrot)은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붙인 것이다. 작곡된 순서는 네 번째 곡 ‘석양에’가 가장 먼저이고 이어서 ‘봄’, ‘잠자리에 들 때’, ‘9월’순으로 작곡되었다. 그리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라는 이름으로 4곡이 지금의 순서로 발표된 것은 슈트라우스가 아닌 그가 죽은 후 출판업자였던 친구 에른스트 로트에 의해서이다. 곡의 초연은 슈트라우스가 세상을 떠난 지 8개월 후인 1950년 5월 22일, 영국 런던의 로얄 앨버트 홀에서 열렸으며 이날 연주는 소프라노 키르스텐 플라그슈타트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거장의 마지막 삶의 고백 이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음악들의 고귀한 아름다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84세의 나이에 작곡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생명력 있는 음악적 표현력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작곡한 마지막 노래들이지만 결코 절망적이거나 어둡지는 않다. 네 개의 노래들은 모두 차분하고 기품이 있으며 따듯하고 희망적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아마도 슈트라우스는 이 곡들을 쓸 당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채택한 시들을 보아도 그는 이 곡들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인생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죽음 너머의 영원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지울 수 없는 상처였던-어쩔 수 없는 타의에 의한 것이었지만-말년의 나치와의 동조관계에 대한 과오를 자조하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는 곡이지만 곡에 붙여진 시를 알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한 거장의 인생고백으로 이 곡을 들을 때 더욱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가을에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지금껏 바쁘게 달려온 우리들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제1곡 [봄]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너의 나무와 푸른 미풍. 너의 향기와 새의 노래 소리를 오랫동안 꿈꾸었다. 이제 너는 광채로 치장되고 빛을 듬뿍 받아 경이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너는 나를 다시 알아보고는 다정하게 유혹하니 너의 복된 현존으로 내 온 몸이 떨리는구나! 제2곡 [9월] 정원은 슬퍼한다. 빗방울이 차갑게 꽃들 위로 떨어지는 것을 여름은 그 종말을 향해 고요히 몸을 움츠린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뚝뚝 떨어진다. 여름은 놀라고 지친 듯 죽어 가는 정원의 꿈속에서 미소 짓는다. 여름은 아직도 오랫동안 장미 곁에 머물면서 안식을 동경한다. 지쳐버린 눈을 감는다. 제3곡 [잠자리에 들 때] 이제 낮이 나를 지치게 하니 내가 간절히 바라는 바는 마치 열망에 지친 아이처럼 다정하게 별 밤을 맞는 것이다. 손이여, 모든 하던 일을 멈추어라. 이마여, 모든 생각들을 잊어버려라. 내 모든 사고, 감각은 이제 잠으로 침잠 하려 한다. 하여 영혼은 아무런 감시 없이 밤의 마법 권 내에서 깊이 그리고 오랫동안 살기 위해 자유로이 공중을 떠돌려 한다. 제4곡 [석양에] 우리는 슬픔도 기쁨도 손을 맞잡고 견디어 왔다. 이제 방황을 멈추고 저 높고 고요한 곳에서 안식을 누리리. 주위의 계곡은 깊게 패이고 사방은 어둠이 가득 찼네. 다만 두 마리 종달새가 아쉬움을 쫓아 저녁 안개 속을 날아오르네. 이리로 물러서 그들이 노래하도록 내버려 두세. 곧 잠들 시각이니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 방황하지 않으리. 오, 넓고 조용한 평화여 저녁 노을 속에서 우리 피로로 지쳐 있네. 이것이 아마 죽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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