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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그림을 보자. [닉의 수영장에서 나오는 피터]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무척이나 일상적인 소재를 그렸다. 닉과 피터는 화가의 절친한 친구들인데 이 화가는 이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을 예리하게 표현한다. 화가라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관심이 닿기만 한다면 일반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순간의 모습조차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또 흥미롭거나 뭔가 새로운 것이다 싶은 걸 발견하면 화가들은 그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이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사람주변으로 퍼지는 물의 느린 파문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자의 뒷모습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아무래도 이 화가는 사람의 이상적인 외관상을 그리기를 좋아하나 보다. 그림 속의 젊은 남자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완벽 그 차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이 가지고 있는 큰 특징은 바로 쏟아 내리는 햇빛의 따스함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화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할 것인데 아무래도 햇빛을 즐겨 그린다는 것은 미국이나 지중해 주변의 따뜻한 나라 출신이 아닐까 하고 섣부른 추측을 할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ey, 1937~)이다. 호크니는 우리 시대에 가장 비판적인 갈채와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는 화가로 놀랍게도 영국 요크셔의 브래드퍼드 출신이다.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옛 것의 가치를 존중하는 영국과 달리 새것에 환호하고 역동적인 미국인들의 모습, 특히 아름다운 햇살이 늘 비춰주는 캘리포니아라는 유토피아와 같은 공간과 그 곳의 활기와 유머는 호크니에게 놀라운 자극이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는 미국의 모습에서 그는 그의 작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를 찾았다. 미국 팝아트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1960년대 초, 영국 왕립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 가 미국에 정착한 후 영국에는 가끔씩 들리는 정도였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기존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전통을 고집하는 권위적인 영국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는 알 수 없는 좌절감이 나타나고, 이는 미국의 새로움과 밝음에 대한 동경으로 전환되었다. 단순하면서 사실적인 표현을 한 그의 작품은 호크니 작품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쏟아지듯 밝게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즐겨 그렸다. 질서정연함과 안정된 세계를 상징하는 단순한 건물들 위로 비치는 햇빛은 그가 참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영국의 차갑고 어두운 태양과 달리 캘리포니아의 따스하고 강렬한 태양은 호크니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된 셈이다. 그리하여 태양 빛이 가득한 캘리포니아의 자연 안에서 절제되고 단순한 현대적 건물과 사계절 내내 햇빛의 반사에 의해 반짝이는 수영장의 모습은 그의 작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캘리포니아라 하면 연상되는 밝은 태양아래의 잔디 스프링클러, 수영장, 야자 나무 등의 모습을 호크니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직접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집과 창문 그리고 수영장의 여백을 보고 있으면 그림이 참 밋밋하다고 생각되지만, 수면 위로 일렁이는 물결의 떨림은 수면 아래에 누군가가 있음을 말해준다. 정지된 시간 같지만 수영장 물 밑에서는 이 순간에도 어떤 움직임이 있다. 호크니는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는 흥미로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신선함과 자유로움을 느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치 그리스 조각상 같은 피터의 미꾼한 몸은 정지된 순간처럼 영원할 것 같다. 호크니가 왜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하늘빛을 사랑하는지도 알 것 같다.” 정은미의 <아주 특별한 관계> 중 70세가 넘은 호크니는 지금 조금씩 귀가 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작업을 사랑하기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고 돋보기 안경이 필요한 현재의 본인의 늙어가는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다. 여전히 새로움에 목말라 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그의 생각이 있다. “카메라는 공간을 볼 수 없다. 단지 표면만을 볼 뿐이다. 사람은 공간을 본다. 그리고 그 공간은 훨씬 흥미롭다.” 데이비드 호크니 얼마나 공감되는 말인가. 다시 생각해 보면 사진은 메말라 있다. 길을 가거나 여행을 하는 중에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얼른 사진기를 꺼내 찍어보면 사진 속 이미지는 내가 본 느낌과 전혀 다르다. 아름다운 풍경에서 느꼈던 바람의 소리와 얇게 깔린 안개의 오묘한 기운을 사진은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그림을 통해 이런 순간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는다. 너무나 일상적인 소재라 지루할 수도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두 남자가 소파에 대화 없이 앉아 있거나, 햇빛을 향해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화면 속 주인공들은 그 순간을 지루해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함을 즐기고, 따뜻한 햇살에 행복해 하는 듯 하다. 이것이 호크니 작품의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인’ 장점이다. 70대인 호크니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요즘 그가 즐겨 그리는 곳은 바로 어린 시절에 지냈던 영국 요크셔이다. 젊은 시절 누구도 주체할 수 없는 방항아였던 그도 이제는 금발로 염색한 대신 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었고, 펑키스타일의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쳐 입는 대신 깔끔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하지만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미국을 동경하며 무작정 영국을 떠나던 그때의 호크니 그대로이다. “나는 공간에 매우 관심이 많다, 특별히 두 인물간의 공간. 많은 사람들이 제거해 버리기 원하는 그런 공간 말이다. 모든 창조물은 통합하기를 원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여전히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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