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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6 02:23
삶의 풍요를 찾는 영국인
조회 수 3887 추천 수 0 댓글 0
나 같은 경우, 길게든 짧게든 여행을 하고 있는 중에는 모든 근심과 걱정이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나고, 시각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에 상관없이 여행 중에 만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모든 것에 찬양하게 된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시시한 풍경들도 여행자인 나의 눈에는 특별함이 보이고 거리를 지나가는 너무나 일상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에도 작은 감동을 찾게 되는 듯하다. 이것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내 삶의 작은 풍요이다. 당장 여행 중일 때에도 이런 묘미가 있지만, 더욱 신나는 것은 여행을 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 때 느꼈던 힘든 경험이나 혹시나 있었던 나쁜 경험들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아름답고 즐거웠던 기억과 행복했던 순간만이 내 마음 모두를 차지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당시 우리의 마음을 편찮게 했던 모든 나쁜 경험들조차도 지금의 머리 속 회상에서는 그 독성을 버리고 맑고 깨끗한 순수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그래서 여행 중에 경험했던 힘들 사건들도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경험으로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자리잡게 된다. 진정 여행을 해 본적이 있는가? 아니면 나처럼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여행에 대한 기억을 지금 떠올려보자. 바로 조금 전에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엉켜있는 고민의 실타래들은 잠시 물러나고 꿈을 꾸는 듯한, 혹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공상에 잠길 것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여행의 한 장면 안에서 내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이나 다수의 사람들에 대해 느껴보자. 따뜻함이 느껴질 것이다. 지금 난 이집트 룩소르(Luxor)로 향하던 나일강의 배 위에 있다. 해가 질 무렵 같이 여행중인 친구들과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누워 배의 가장자리에 나란히 걸치고 있다. 떨어지는 해는 그 강렬함을 잃어 찌는 듯한 더위도 사라지고, 대신 선선한 바람이 불어 배를 룩소르로 이끌고 있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것은 노트북의 화면이 아니라 배에 걸쳐놓은 우리들의 발과 그 뒤로 보이는 맑은 이집트의 하늘이고, 내가 듣고 있는 것은 아침 일찍 조용한 공간의 적막을 깨는 타이핑 소리가 아니라 뱃사공이 우리에게 들려줬던 작은 노랫소리이다. 이런 생각 속에 놓여 있으니 그때 내 옆에 있어줬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 안에 같이 있어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여행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문명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 한번도 제대로 여행을 해보지 않은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이들도 허다하다는 것인데, 미국인 친구가 말해준 이야기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친구 말이 미국에는 아직도 자기가 태어난 주(州)를 벗어나서 살아보지도 않았고, 다른 나라에는 발도 디뎌보지 못한 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단지 그 수가 많다는 것이 놀랍다기 보다 그것에 대해 별로 그 사람들 자신들은 게이 치 않아 한다는 것이 깜짝 놀랄 일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이 아닌가? 그들의 나라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긴 여행을 선택한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이고, 아마도 미국은 세상 어디를 가려고 해도 비자와 같은 까다로운 문제가 가장 쉽게 해결되는 나라가 아닌가? -사실 비자문제 때문에 여행을 포기한 러시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만났었다. 그들에 비하면 유럽과 미국을 무비자로 단기 여행이 가능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축복받은 것이다- 하지만 실상 그들 자신들은 여행을 별로 갈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쉽게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영국인들은 분명 미국인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여행을 사랑한다. 일년의 여행계획이 이미 잡혀있어 빨간 펜으로 표시를 해놓은 Josie의 달력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녀는 일흔 살의 영국 할머니인데 내가 처음 영국생활 1년을 그녀의 집에서 살았었다. 많은 나이 때문에 몸도 사실 편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한번도 가 보지 못한 곳들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열정은 정말 놀랄만했다. 크리스마스 휴가에는 멕시코를 가고, 그 다음의 휴가에는 케냐를 다녀왔으며 또 그 다음에는 파리를 갔다 왔었다. 그러고도 아직 남은 여행계획이 달력의 표시에서 발견되곤 했다. 처음에는 나처럼 Josie도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만의 성격이 아니라 영국인들의 특별한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딘가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 나라의 나쁜 날씨 때문인지 따뜻한 나라를 동경하고, 그곳에다가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는 것도 삶 속의 큰 꿈이기도 하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TV를 봐도 아프리카의 이름없는 마을이나 작은 섬들을 찾아내 그곳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꽤 많다. 지금도 세계를 향한 영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과거에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을 때게 있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그 시기에는 인도를 포함한 세상의 거의 반이 영국의 식민지였다고 하니 그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인들의 탐험정신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영국인의 역사 때문에 새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탐험정신이 생겼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역사도 분명 여행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의 특징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영국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특성도 그들의 잠재된 그 도전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미국대륙의 크기는 엄청나다. 연방국이라는 말답게 미국인 개개인은 미국출신이 아니라 뉴저지,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안에서도 주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울타리를 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크기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영국은 게다가 많은 나라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유럽대륙으로 닿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가는 것만큼 수월하고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 혹은 아랍국가들 까지도 그리 장거리 여행은 아니다. 이런 지리적 위치는 여행을 항상 꿈꾸는 영국인들에게 큰 행운일 것이다. 많은 비행노선과 다양한 여행 상품이 그들의 주변에 항상 있고 그것은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세상 어디든 쉽게 닿을 수 있도록 해 놓는다. 영국인들은 다른 어떤 나라사람들보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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