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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 ‘베네치아’라는 지명은 어쩌면 너무 유명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여행을 떠나는 것을 선호해서인지 너나 할 것 없이 세상구경하기에 바쁘다. 그래서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베네치아’ 혹은 ‘베니스’라는 도시는 이렇게 이미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도시명 중 하나이다. 들은 게 많아 지명에 익숙하고 잘 안다고 해서 그 도시를 안다고 할 수 없고, 가봤다고 해도 빡빡한 유럽일정에서 단 하루 둘러봤다고 베니스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도 아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흐르는 물의 냄새를 맡아보고, 골목 구석구석을 훑어봐야 한다.

베네치아는 역사적으로 지중해를 중심으로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요지였다. 그래서 옛날부터 문화, 예술이 상업과 더불어 발전했으며, 현재까지도 문화적 위상이 높다. 세계 3대 현대미술 비엔날레 중에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2년마다 한번씩 열리고, 베니스 영화제가 세계 거물급의 유명인사들이 그곳을 머물게 만든다. 북동쪽에서 남서쪽까지 약 51km로 길게 뻗은 초승달 모양의 석호 중심부에 자리잡아 물을 끼고 세워져 있는 건물은 베니치아만의 특이한 풍경을 만들고, 이것은 사람들이 낭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는 수로역할을 하는 운하로 연결되어 있으며, 섬과 섬을 연결하는 400여 개의 다리들은 베네치아의 매력적인 풍경 중 하나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흐르는 물위에 나선형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고, 그 밑을 지나는 곤돌라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유명한 리알토 다리에는 베네치아의 유명한 유리 공예와 천, 레이스 제품을 파는 상인들로 넘쳐나고 이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흥미롭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작은 것 하나 구입하여 집에 놓아 둔다면 베네치아의 향을 고스란히 가지고 오는 것과 같을 것이다.

리알토 다리 주변의 거리를 구경하고 큰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를 볼 수 있으며, 배낭여행을 온 사람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운하 옆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풍경도 보인다. 물론 현지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생활’이지만 타지에서 온 이들에게는 베네치아는 매력적이고 낭만이 가득한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조금 더 걷다가 보면 수많은 곤돌라가 정박해 있는 곳이 나오는 데, 강한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는 바닷물과 끝이 뾰족하게 치켜 올라간 곤돌라의 모습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낭만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곳을 향해 걷다가 내륙 쪽으로 보면 누가 봐도 웅장하기 그지없는 대형 건물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산 마르코 성당이고, 우리는 산 마르코 광장이 도착한 것이다.

베네치아 여행을 혼자 했었다. 로마에서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일주일 정도를 함께 하였다. 비록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라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면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대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공감’이 쉽게 형성되게 된다. 그래서 인지 로마에서 만난 그 친구들과 함께한 일주일 동안 꼭 몇 년을 함께한 친구를 대하듯 편하게 지냈었던 것 같다. 결국 서로 다른 루트 때문에 각자 가야 할 길을 가야 했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또 다른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하게 되었었다.

로마에서 만난 그 친구들과 헤어진 후 혼자 떠난 첫 도시였던 베네치아여서 그랬는지, 내 마음에는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도착하자마자 보였던 베네치아 역 주변의 모습이 더욱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산 마르코 광장까지 오면서 나는 점점 혼자 여행이 가지는 묘미를 알아 가게 되었다. 뭔가를 발견하면 수선을 떨던 친구들과의 여행과 달리 내 눈을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아름다움 풍경은 감탄사가 연발하는 놀라움보다는 내 마음을 달래고 나를 정신적인 편안함으로 이끄는 안식처가 되었다. 산 마르코 광장 동쪽 끝에 있는 황금빛 산 마르코 바실리카와 팔라초 두칼레의 분홍빛은 광장의 붐비는 사람들 뒤로 그 화려함이 더해져 베네치아의 운치는 극에 달하였다.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산 마르코 성단은 그리스 십자형의 바실리카가 다섯 개의 돔을 받치고 있고 꽃잎모양 같은 수많은 아치들은 두칼레의 분홍빛과 황금색 모자이크 때문에 그 화려함이 더해졌다.

난 산 마르코 성당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는 종탑에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 위에 떠있는 도시 모습과 산 마르코 광장을 둘러싸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한번에 보기에는 종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탑을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 걸 봐서 이것이 나만의 생각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종탑 끝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말 장관이다. 내 시선 왼쪽 편에 드넓게 펼쳐진 바다는 수백 년 전 그랬을 법하게 금방이라도 수많은 배들이 무역을 위해 항구로 밀어닥칠 듯 했고, 오른쪽 편으로 보이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그 옛날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광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베네치아 건물의 붉은 지붕은 햇살과 부딪쳐 그 붉은 빛이 더욱 빛나고 그 붉음과 산 마르코 성당의 금빛,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와 운하의 화려함이 섞여 도시전체를 환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그 종탑에서 긴 시간 동안 머물며 아래를 내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아래 지상보다 평화롭고, 어디로 가는 지 알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시 골목 사이사이를 걸을 때 보이지 않던 운하의 흐름을 알 수 있어 한 더위 속 시원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북적거리는 베네치아 도시 안에서 평화를 찾기 원한다면 종탑을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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