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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나치, 아니면 산타클로스?
그리스 경제위기로 독일 때리기 번져


      독일과 그리스 간에 때아닌 설전이 불거졌다. 그리스 고위 관료가 독일이 자국의 경제위기와 관련한 유럽차원의 구제안에 반대하면서 훈계를 두려한다며 2차대전 당시 자국을 점령한 나치 이야기까지 꺼냈다. 독일은 이런 발언에 불쾌함을 표시하며 양국 간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며 전망해보자.


     정부 간 상호비방과 반박

       지난달 11일 개최된 유럽이사회(EU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독일은 프랑스가 제안한 그리스에 대한  금융지원제안을 거부했다. EU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독일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당시 유럽 금융시장과 국제금융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그리스 정부가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제출한 정부재정적자 감축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구제금융 제공을 거부했다.
     테오도로스 팡갈로스 그리스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독일인)은 (2차대전 점령시) 그리스 돈을 빼앗아갔고 결코 돌려 주지 않았다.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국의 부총리가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독일을 정면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독일 외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외무부 대변인은 "과거 문제 논의는 (현재)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이 2차대전 종전 후 전쟁 배상금을 지불했고 그리스가 1981년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후 EEC 예산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었다고 상기시켰다. 독일은 EU예산에 지불하는 돈이 EU예산에서 받는 돈보다(EU가 공동농업정책이나 지역정책의 실행으로  회원국을 지원해줌) 훨씬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흔히 EU에서 '물주'(paymaster)라고 불린다.
  
     언론도 상호비방...나치 아니면 산타클로스

    독일의 주간지 포쿠스(Focus)는 최근호에서 '유로 가족에서 사기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리스가 그동안 통계를 조작해 왔음을 비판했다. 정부 재정적자를 숨기기위해 그리스 정부가 지난해 9월까지 통계를 조작해왔음이 드러났는데 이런 사실을 빗대어 그리스가 이런 상황에서도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가 반문했다. 독일 시민의 2/3가 구제금융에 반대한다.
     그러나 몇몇 그리스 신문이나 잡지는 나치 시대의 철십자 만화를 사용하며 독일이 자국의 재정적가 감축안 실행요구에 지나치게 훈수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실은 독일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는한 그리스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리스 정부와 언론은 독일 때리기에 한창이다. 그리스는 독일을 비판할 때 나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 또 독일이 산타클로스가 되어 아무런 조건없이 자국을 지원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독일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이런 상호비방은 구제금융 제공을 더 어렵게도 할 수 있다. 많은 독일인들은 경제위기로 직장도 불안해지고 정년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되었다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반면에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복지를 누리며 정년도 55세이다. 독일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그리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개 위기를 겪으면서도 시기를 놓쳐 위기가 악화되는 때가 많다. 독일이나 EU 이런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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